원래도 그렇지만 코로나 이후로 더더욱 집에만 박혀있는 요즘인데 엊그제 9월 1일에는 일찍부터 잡혀있던 몇 일정 중 하나를 소화하고 왔다. 
바로 성수 디올에서 열린 ‘Lady Dior Celebration’ 전시. 

1995년 파리 그랑 팔레에서 개최된 폴 세잔 회고전 개막식에서 다이애나 왕세자비는 프랑스의 영부인 베르나데트 시라크에게 신상 디올백을 선물로 받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LADY DIOR’ 전설의 시작. 
원래는 ‘슈슈(Chouchou)’라는 이름의 백이었다고 하는데 다이애나가 이 가방을 특히 마음에 들어 해 공식 석상에 항상 함께하는 모습이 포착되며 1996년에 공식적으로 ‘Lady Dior’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내가 넷플릭스 드라마 ‘더 크라운(The Crown)’을 굉장히 재미있게 봐서 그런지 당시 다이애나의 대중 영향력이 더 크게 와닿는 것 같은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몸짓 하나하나가 이슈가 되었던 그녀는 그저 영국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패션 아이콘이었고, 1984년에 영국에서 실시한 왕실 여론조사에서 엘리자베스 여왕보다 높은 지지율인 47%를 받으며 단순한 패션 아이콘을 넘어서 서민적이고 친근하며 진보적인 여성으로서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상징적인 존재였다.

어쨌든 그런 그녀의 애칭 ‘Lady Di’에서 유래한 이름의 ‘Lady Dior’은 전 세계의 예술가들과 함께 여러 시즌에 걸쳐 ‘Dior Lady Art’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는데 이번 전시는 한국의 상징적인 아티스트 24인이 재해석한 42점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이건용 선생님과 사모님, 그리고 위쪽 사진은 이번 행사의 총책임자.

1세대 개념미술가이자 행위예술가이신 이건용 선생님의 작품이 Lady Dior과 만났고 이번 전시에 소개되어 작가님을 직접 만나 뵐 수 있었다. 
313 art project 이 대표님 덕분에 같은 테이블에 앉아 오랜 시간 차 마시며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는데 너무 뜻깊은 시간이었다. 여든이 넘은 작가님이 이렇게 큰 에너지를 갖고 왕성한 활동을 하시는 모습을 보면 게으름 끝판왕인 나 스스로가 좀 부끄러워지기도;;

 

이건용 선생님의 작품은 네 개 정도 전시가 되었는데 그중 이 사진에 보이는 저 Lady Dior 백은 내가 일찌감치 구매 예약해두었던 작품. 
선생님의 Bodyscape 시리즈 작품을 디올만의 텍스쳐 표현으로 멋스럽게 만들어 냈다.

나도 아크릴 박스라도 만들어서 넣어둬야 하려나..

 

 

전시 초대장을 받고 나는 사실 그냥 작가님을 만나 뵙고 직접 작품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자리겠거니.. 생각했는데,
힙한 동네도 미리 구경할 겸 일찌감치 도착한 성수동은 뭔가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몇 시간 전부터 이미 인산인해였다. 
그게 전부 디올 행사 때문일 거라고는 생각도 안 하고 홀로 주변을 배회하다 근처 카페투어를 몇 군데 했는데 점점 사람이 더 많아지더니 행사 시간이 가까워오자 디올 매장 앞은 통행이 힘들 정도. 

 

행사장 옆 건물의 계단 위쪽까지 북적북적하고 커다란 카메라들을 들고 있는 걸 보고 깨닫게 되었다. 
‘아.. 이 행사가 그냥 행사가 아니구나..’

 

결국 코앞에서 BTS 지민, 김연아, 뉴진스 해린, 한소희, 이보영,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등을 만나게 되었..
내가 연예인을 많이 알아보지 못하는 편일 텐데도 아는 사람들이 잔뜩이었던 걸로 봐서는 보통 대단한 행사가 아니었던 것.

딱히 셀럽들을 보고 싶어서 참석한 행사는 아닌데 출입구에 조명과 카메라가 수십 수백대는 대기하고 있어서 오가지도 못하는 상황.
바깥쪽 팬들의 함성소리 후 한명 한명 포토존을 지나 입장하는 셀럽들을 보면서 내부에서 기다리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다른 수많은 모델, 배우, 가수들보다 행사장을 들썩이게 한 김연아님. 

 

뭐 여러 동영상과 사진들이 있지만, 행사에 참여한 다른 분들의 얼굴이 많이 찍혀있어 여기 올리지는 못하겠고..
여튼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아래는 행사전 성수동 배회하며 찍어본 사진들.

 

날씨가 좋아서 그런가 외국인 관광객들이 얼마나 많은지.. 걷다 보면 여기저기서 중국어나 영어 대화가 들린다.
내가 지금 한국에 있는 건가 어디 혼자 여행을 온 건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 

 

갔던 카페 세 군데 중에 가장 괜찮았던 커피.
Brewing ceremony.

일단 핸드드립 커피 전문점이란 점이 마음에 들고.
에스메랄다 게이샤 커피를 마셨는데 좀 더 진했으면 좋았겠지만 상당히 괜찮은 맛.
평소 디저트류를 즐기지 않는 편인데 왠지 맛있어 보여서 주문한 레몬 파운드 케잌도 나쁘지 않았지만 포크가 두껍고 불편했다.

커피전문점이 커피만 맛있으면 됐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