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세대답게(?) 평소 티비를 잘 보지 않는다.
정확히는 실시간 중계하는 축구를 제외하고는 정규시간에 편성된 프로그램을 보지 않고 OTT를 통해 영화나 드라마, 그리고 예능 프로그램들을 접한다.
결과적으로 티비 앞에 앉아있는 시간 자체는 적지 않을지도.
나 어릴 적에는 채널이 KBS1, KBS2, MBC, AFKN(American Forces Korean Network) 밖에 없었고, 나중에 SBS가 개국하며 그나마 볼 채널이 하나 정도 더 늘어난 정도? 다행히 전자제품을 좋아하시는 아빠 덕분에 일찍부터 집에 VHS Video 플레이어나 LaserDisc 플레이어가 있어서 그걸 통해 영화나 만화를 보기는 했지만..
어쨌든 당시에는 학교에 가든, 친구를 만나든 미디어 관련하여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가 뻔했고, 가십거리도, 유행어도 지금에 비해 비교적 단조로웠는데 뭐가 더 좋고 나쁘고의 문제는 아니지만 예전처럼 각 집들마다 같은 시간대에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드라마나 주말 예능을 보는 모습은 지금에 와서는 상상하기가 힘들게 되었다.
1999년 방영되었던 드라마 ‘허준’ 같은 드라마는 시청률이 막 60% 이상까지 찍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말이 시청률 60%지 OTT도 VOD도 없던 시절 전 국민의 60%가 방송시간에 티비를 쳐다보고 있었다는 게 정말 믿겨지지 않는다. 물론 시청률 조사 방법까지 따지고 들어가면 실제 그런지는 모르겠고.
시시콜콜 옛 추억의 이야기로 포스팅을 시작한 이유는 본격적으로 한국 드라마 관련 잡담들을 늘어놓기 위함인데, 요즘 국내외 각종 OTT 서비스들이 등장하면서 영화나 드라마를 원하는 시간에 몰아보기가 정말 편해졌다.
예전 같으면 따로 시간 내서 절대 안 봤을 것 같은 소재의 드라마를 아무 부담 없이 일단 접해보기도 하고 유명 배우나 스타들이 나오지 않는 소소한 영화들을 보다가 꼭꼭 숨겨져 있던 보석 같은 작품을 만나기도 한다.
아직도 물리 매체 수집을 이어가고 있는 나로서는 내가 좋게 본 작품들을 블루레이로 소장하고 싶은 욕구와 더불어 스페셜 피처 등을 통해 감독이나 작가, 배우들의 촬영 후기나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접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국내 실정상 그런 건 그저 헛된 희망임을 알고 있다.
그래도 몇몇 추진력 있는 분들과 DVDPrime 같은 마니아들의 열정 덕에 일부 드라마는 블루레이 제작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그와 같은 작품 수는 손에 꼽을 정도.
출시되는 드라마 블루레이들을 전부 사 모으는 건 아니라 그 종류가 많지는 않지만 그저 출시만으로도 너무도 감사한 한국 드라마 블루레이 몇 개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가장 먼저
‘나의 아저씨’ Director’s Cut Limited Edition.
김원석 연출, 박해영 극본의 너무나도 좋은 드라마.
다소 어둡고 긴장감 있는 접근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들을 굉장히 가까이에서 디테일하게 그려가는 드라마인데,
어딘가 결핍되고 상처 입은 한 명 한 명의 감정에 함께 아파하고 그리고 함께 치유될 수 있었던 가슴 따뜻한 이야기이다. 시청하며 몇 번이나 눈물을 삼켰던 진짜 어른에 대한 이야기.. 정말 어떻게 저런 감정들을 극본으로 쓰고 연기할 수 있었을까.
결론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회차 감상을 마치고 2회차 감상을 하기까지 마음의 준비 기간이 꽤나 필요했던 아픈 드라마지만 OST 중 Sondia의 ‘어른’이라는 곡은 아직도 플레이리스트에 들어있다.
감상은 넷플릭스에서 했기 때문에 한정판 블루레이는 구매 상태로 그대로 보관을 하고 있는데,
드라마가 들어있는 16개의 블루레이와
124페이지의 화보집,
넘버링 카드,
대본집,
스트랩이 달린 사원증 두 종과 아크릴 케이스,
인화사진 7종,
그리고 친필 사인 엽서가 들어있다고 한다.
내 블루레이에는 누구의 친필 사인이 들어있으려나.. 궁금하지만 다음에 뜯어보기로..
‘나의 해방일지’ Premium Limited Edition.
‘나의 아저씨’ 극본을 쓴 박해영 작가님의 또 다른 작품.
비교적 최근인 2022년 방영된 이 작품은 ‘구씨’를 연기했던 ‘손석구’ 배우를 대중적으로 어마어마한 스타덤에 올려놓은 작품이기도 하다.
일단은 ‘나의 아저씨’ 작가의 작품이라 믿고 보는 상황이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 2005년 작인 ‘태릉선수촌’이라는 드라마 이후 꾸준히 ‘이민기’ 배우를 좋아해왔던 터라 특히 기대했던 드라마였고, 결과적으로는 상당히(!) 좋았다.
방영 시기에 한때 ‘추앙하다’라는 표현이 이슈가 되어 여기저기서 입에 오르내릴 정도였지만 나는 드라마 전체적으로 깔린 평범하고 반복되는 일상에서의 현실감 있는 대화나 미묘한 감정의 움직임들이 더 좋게 느껴졌다. 진심 박해영 작가님의 스타일에 취향 저격.
역시나 블루레이는 구입 상태 그대로 보관만 하고 있는데
2단 디지팩에 담긴 본편 8디스크, 부가영상 4디스크의 블루레이와
104페이지 화보집,
인쇄 사인 엽서, 친필 사인 엽서,
넘버링 카드,
해방일지,
스페셜 북,
구자경 명함,
염기정-염창희-염미정 삼 남매의 사원증,
48페이지 커플 화보집과 커플 디스크,
모의고사 시험지
이렇게 풍성하게 준비가 되어있다고.
역시나 친필 사인 엽서가 누구 사인일지 궁금하고 ‘나의 해방일지 블루레이 추진 카페’에서 만든 모의고사 시험지도 궁금하네.
‘미생’ 감독판 Special Limited Edition.
윤태호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해 2014년 tvN에서 방영되었던 직장 생활 드라마.
웹툰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드라마를 봤었는데 기존의 드라마들과는 다르게 굉장히 현실적인 직장 생활을 그려내는 데다가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굉장히 입체적인 캐릭터들로 잘 묘사되어 있어 몰입해서 볼 수 있었던 드라마였다.
작중의 ‘원 인터내셔널’ 직원이었던 이성민, 김대명, 박해준, 강하늘, 변요한 등의 출연배우들이 지금 생각하면 상당히 호화 캐스팅이라 놀라운데, 방영 당시에는 이성민을 제외하고는 대중적으로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던 것 같은 기억.
조금은 딱딱한 분위기의 무역회사 직장 생활에 관한 드라마답게 서류가방 같은 형태의 블루레이 케이스가 인상적인데,
4단 디지팩에 들어있는 16디스크의 블루레이,
70페이지 화보집,
메이킹필름, NG모음 등이 담긴 보너스 블루레이,
친필 사인 카드,
사원증 6종,
넘버링 카드,
PT 자료,
머그컵(‘더할 나위 없었다’ 프린팅 버전)
역시나 이렇게 풍성한 구성의 블루레이 박스.
‘시그널’ 감독판 Special Limited Edition.
김은희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로 이제훈, 김혜수, 조진웅 배우의 열연이 돋보이는 수작.
일반적인 범죄 스릴러 물에 시간을 거스르는 등의 판타지 요소를 결합해 처음부터 끝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녹여낸 드라마인데 사실 내 취향과는 살짝 거리가 있어 개인 베스트로 꼽힐 작품은 아니지만 나름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다.
블루레이 박스세트는 드라마 컨셉에 맞춰 내외부의 패키지 디자인에 상당히 공을 들인 모양새인데,
경찰청 파일철 디자인의 블루레이 디지팩에 담긴 14디스크 블루레이,
124페이지 화보집,
대본집,
넘버링 카드,
소형 드라마 포스터 3종,
스페셜 북 (프로파일링 자료, 컨셉아트, 인터뷰 자료),
영화티켓 2장,
친필 사인 엽서(정해균 배우),
인화사진,
경찰 신분증 3종,
이제한 수첩
여러모로 풍성한 구성이지만 특히 진양서 이제한의 수첩은 진짜 손으로 쓴 것 같은 디테일의 여러 사건 정황들이 빼곡히 담겨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응답하라 1994’ Special Edition.
신원호 PD의 응답하라 시리즈 중 하나로 2013년 방영 당시 상당한 인기를 얻었었다.
방영 순서로 보면 1997 > 1994 > 1988 이런 순서로 방영이 되었는데 시기적으로 가장 공감되는 때라 그런지 개인적으로는 셋 중 가장 재미있게 봤던 작품.
1997은 모르겠고 1988은 블루레이로 출시가 되었던 것 같지만 이 1994를 포함해 굳이 블루레이로까지 소장할 만큼 애정 하지는 않는 편이라 모두 구입하지는 않았다.
시리즈 모두가 그때그때의 시대 상황은 물론 기억에서 잊혀진 사소한 소품이나 추억들을 끄집어내 디테일하게 묘사하다 보니 내용도 내용이지만 뭐가 나올지 궁금해서라도 보게 만드는 작품인데, 끝까지 보다 보면 그저 추억의 나열이 아니라 가슴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드라마 전반에 깔려있는 옛 노래 OST들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고..
3종 디지팩에 들어있는 13디스크 블루레이,
84페이지 화보집,
응답하라 1994 연대기,
44페이지 나레이션 북,
8종의 엽서,
친필 사인 엽서,
웨딩 앨범,
미공개곡 포함 OST,
소품사진 포토카드 등으로 구성되었다.
‘스토브리그’ 감독판 Special Limited Edition.
SBS에서 2019년 말에서 20년 초까지 방영된 야구를 소재로 한 드라마.
사실 구입은 했지만 아직 보지 못했다. 백상예술대상에서 드라마 작품상을 수상했던 작품인 만큼 재미나 작품성 모두 괜찮을 것 같아 서둘러 구입은 해두었는데 어쩌다 보니 본의 아니게 아껴두고 있는 작품이다. 사전 정보를 스스로 최대한 차단하고 있긴 한데 야구선수의 이야기가 아니라 구단 프런트에 관련한 이야기라는 정보 정도만 들어둔 상태.
디지팩에 들어있는 12디스크 블루레이,
인쇄 사인 엽서 5종,
140페이지 화보집,
친필 사인 엽서 1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친필 사인 엽서가 패키지에 들어있지 않고 별도로 있어서 블루레이는 구입 상태 그대로인데도 미리 확인이 가능했는데 나는 오정세 배우님의 사인 엽서.
‘미스터션샤인’ Special Limited Edition.
블루레이는 일찌감치 사두었지만 감상은 느지막이 했던 작품.
대중적으로 이미 너무도 유명한 김은숙 작가님의 작품이라 상당히 기대를 갖고 봤는데도 불구하고 너무너무 재밌었다.
김은숙 작가의 대표작인 도깨비, 태양의 후예, 시크릿 가든, 파리의 연인 등을 재미있게 보기는 했지만 그냥 재미있게 본 정도였다면 이 작품은 여러 면에서 개인 베스트에 오를 만큼 마음에 드는 포인트가 많다.
일단 주연 배우인 이병헌, 김태리, 그리고 유연석, 변요한, 김민정의 연기는 물론이고 함안댁 이정은 배우나 이완익 김의성 배우를 비롯한 명품 조연들의 연기까지 어디 한군데 구멍을 찾을 수 없는 탄탄한 배우들의 열연이 작품을 가득 채웠고 작품 전체가 억압된 환경의 시대극임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유머 코드와 화려한 영상미까지 더해 그 완성도를 높였다.
패키지를 개봉한 상태이기 때문에 내부 사진을 간단히 올려보자면,
3개의 디지팩에 담긴 20디스크(본편 12 + 부가영상 8)의 블루레이,
인화 사진 1장,
100페이지 화보집,
넘버링 카드,
인터뷰 북,
24부 대본집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랜만에 화보집을 넘겨보니 다시금 장면 장면이 떠오른다. 시대극이면서 자칫 루즈해질 수 있는 24부작이라는 긴 호흡 동안 차근차근 단단히 쌓여가는 이야기가 어디 한 군데 지루할 틈 없이 큰 줄기를 만들어 가는 흐름이 괜히 스타 작가가 아님을 깨닫게 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1/시즌 2 Director’s Cut.
이제는 좀 흔해져 버린 흔한 의학 드라마라고 생각하고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는데 슈이의 추천으로 보게 된 작품.
나중에 알고 보니 응답하라 시리즈로 유명한 신원호 PD의 작품이었고 심지어 극본도 같은 응답하라 시리즈의 이우정 작가.
이우정 작가는 응답하라 이외에도 1박 2일, 뿅뿅 지구오락실 등 예능 스타 작가이기도 한데, 그래서 그런지 일반적인 사람들 대부분이 싫어하는 ‘병원’이라는 배경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상들을 굉장히 밝고 따뜻하게 그려간다. 사실 의학 드라마라기보다는 병원을 배경으로 한 사람 사는 이야기.
조정석, 김대명, 전미도, 정경호, 유연석을 중심으로 한 신원호 사단(?) 배우들의 케미 터지는 연기들을 보고 미친 듯 웃다가 또 어느샌가 같이 울기도 하는 마음 따뜻해지는 일상 이야기라 각각의 캐릭터들에 대해 자연스레 애정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이 기세를 이어 찾아보았던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아무래도 의사생활만은 못하더라.
시즌 별로 각각 2개의 디지팩에 담긴 블루레이(시즌1 16디스크, 시즌2 17디스크),
전체 화보집,
커플 화보집 4종,
스티커,
넘버링 카드,
케이스와 목줄을 포함한 사원증 5종,
친필 사인 엽서 10종 중 랜덤 1종
패키지 자체가 극중 메인 배경인 율제병원 건물을 모티브로 했다고..
워낙 등장하는 주조연 캐릭터들이 모두 매력 있어서 배우들의 코멘터리가 너무 궁금하다. 감상은 OTT로 했지만 패키지는 조만간 무조건 까볼듯.
소장 중인 한국 드라마 소개는 이쯤하고..
제주를 배경으로 한 ‘우리들의 블루스’라는 작품도 블루레이 제작을 추진하다 실패를 했는데..
좋았던 작품이라 너무 아쉽다.
그래도 유명 작가인 노희경 작가님 극본인데다 이병헌, 차승원, 김혜자, 고두심, 한지민, 김우빈, 이정은, 엄청화 등의 이름만 들어도 어마어마한 캐스팅의 작품인데 블루레이 제작 추진이 실패하다니..
정말 암담한 시장 상황이구나..
아.. 블루레이 수집이 예전 같지 않다.
나도, 시장 상황도.
현재 대략 2250장 정도 구입한 것 같은데 2천장까지 무서운 속도로 증가한 것에 비하면 그 속도가 현저히 떨어졌다.
디즈니가 국내 물리매체 시장에서 철수한 것도 그렇고, 안그래도 좁디 좁은 국내 시장에서 지금처럼 OTT로 손쉽게 볼 수 있다면 물리매체 구입으로 이어지기가 쉽지가 않은 것이 사실. 소장가치, 부가영상 등을 차치하고 화질이나 음질만 봐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지만 그 차이를 위해 그 돈을 추가로 지불하기는 어렵지 아무래도.
출시되는 족족 구입하고 같은 타이틀도 패키지 별로 여러 장씩 구입하던 나도 꼭 소장하고 싶은 작품만 사는 게 현실이니..
기생충 블루레이 포스팅(링크)에서 인용했던 봉준호 감독님의 말처럼,
개인적으로 영화의 진정한 완성은 블루레이라고 생각한다.
물리매체는 영원할 것이다.
이 이야기에 힘을 얻어 꾸역꾸역 이어가던 블루레이 수집에 디즈니 철수처럼 또 다른 악재가 들이닥치지 않기를 바랄 뿐..
NJ
와.. 컬렉션 진짜 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