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즐겨보는 문규형의 블로그 ‘나의시선’에 올라온 구입/개봉기(링크)를 보고 냉큼 구입한 연필깎이.
장르 구분 없이 이런저런 사고 싶어지는 제품들을 잔뜩 소개하는 블로그인데다가 취향도 너무 잘 맞아서 참 곤란하다.
당장 필요 없는데 그냥 한 번 사보게 만드는 기술이 있어서 낚이기도 많이 낚이고..
내가 요즘 색연필 그림을 열심히 그려보는 중인 걸 어떻게 알고 마침 딱 연필깎이를 소개했으니 안 살 수 없지.
‘El Casco’는 1920년 설립된 스페인의 데스크 액세서리 브랜드.
사이트에 가보니 판매하는 제품들이 하나같이 굉장히 클래식하고 멋스러운 디자인이다.
디자인만 보면 내 취향과 완벽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뭔가 한 우물만 진득하게 파고 들어가는 브랜드를 좋아하기 때문에 구입해 볼 만한 가치는 있겠다.
오..
Quality Control Checked 사인이 되어있는 카드가 함께 들어있으니 포장을 열기 전 이미 신뢰가 생긴다.
내가 구입한 제품은 정확히 M-430 CN, Chrome Plated and Black 버전이다.
23kt Gold and Black 버전은 M-430 LN.
사진으로만 보면 골드 버전이 조금 더 클래식하고 고급스러운 느낌도 있었지만 골드는 더더욱 취향이 아니라 나는 고민 없이 크롬 버전으로.
전통 있는 유럽 브랜드의 멋스러움은 역시나 고풍스러운 로고에서 나오지.
최소 6번 이상 연마하고 구리, 니켈, 크롬 세 가지 금속으로 도금한 바디에 멋스러운 로고라니.. 고작 연필만 깎기에는 좀 아까운 외관이네.
공식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사이즈 정보로는 18.7cm x 18.1cm x 11.4cm 인데,
그건 바닥면 원형 흡입 패드 사이즈 때문이고 실제 사각 형태의 크기는 5.9cm x 6.7cm 정도로 더 작다.
하지만 재료가 재료인 만큼 무게는 1.4kg이 넘어 묵직한 느낌.
첫인상은 연필깎이라기보다는 커피 그라인더나 필름 카메라? 더 어울릴 것 같은 디자인.
아마도 여기저기 튀어나와있는 고정나사들이 그런 느낌을 주고 있는 것 같은데 제품을 생산에 리벳 등의 완전 고정 방식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 간단한 수공구만으로 완전 분해가 가능하다고 한다.
뭐 완전 분해를 한들 내가 뭐 수리할 건 아니지만 El Casco 자체에서 제작 결함에 대해서는 평생 품질 보증을 제공한다고도 하고, 연필깎이 같은 제품은 아무래도 완전히 분해해 청소하고 기름칠하는 정도만으로도 관리가 될 것 같기도 하다.
윗면에 달린 유리를 통해 연필이 깎이는 모습을 일부 볼 수 있는 점도 재밌다.
연필 깎는 모습을 얼마나 쳐다보겠냐마는..
이리 보니 더 카메라 같네.
동그란 금속 하단부의 바닥면은 고무 재질의 흡착패드.
동그란 베이스 위쪽에 달린 레버를 180도 젖히면 고무 가운데 부분을 끌어올리면서 흡착 고정이 된다.
연필이 끼워지는 부분.
하놔.. 여기도 멋스럽다.
위쪽의 레버를 옆으로 당기면 바람개비 형태의 고정 장치가 열려 연필이 고정된다.
샤프닝 타입을 4단계로 조절이 가능한 다이얼.
잡아당긴 다음 원하는 타입으로 맞추고 다시 끼워 넣는 방식이다.
연필을 깎고 남은 찌꺼기가 모이게 되는 서랍형 찌꺼기함.
수공으로 만든 제품이라 그런가 상당히 힘을 주고 당겨야 열린다.
연필깎이 자체가 그리 크지 않아서 찌꺼기도 자주 비워야 할 듯.
서랍이 닫힌 상태에서도 손잡이 위쪽으로 좁고 긴 구멍이 나 있는데 아래쪽에는 타공판 형태의 패널이 달려있다.
문규형 포스팅을 보니 여기에 연필을 좀 더 갈아서 마무리할 수 있다고 하는데.. 표면이 매끄러워 연마의 목적에는 별로 맞지 않는 것 같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깎아봐야지.
Arne Jacobsen 연필과 Blackwing 연필 등 종류별로 몇 개를 가져다 깎아보기로..
움..
생각보다 너무나 예쁘고 불편하다.
많이들 쓰는 연필깎이는 연필을 잡는 부분이 앞으로 튀어나와서 고정한 채로 당겨지며 연필을 깎기 때문에 한 손은 본체를 잡고 나머지 한 손으로 레버를 돌리면 되는데 이 연필깎이는 연필을 손으로 직접 밀면서 다른 한 손으로 돌려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불편하다.
이런 구조이기 때문에 바닥 흡착패드가 필수로 있었어야 했구나.. 내가 힘을 일정하게 잘 주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
여러 연필과 색연필을 깎아 본 후의 개인적 평가.
장점
1. 클래식하고 멋진 외관 디자인
2. 깎여 나온 연필의 모양이 멋지다 (살짝 곡선으로 깎인다)
단점
1. 연필을 자동으로 밀어주지 않기 때문에 제품이 완전 밀착될 수 있는 평평한 바닥이 필수
– 나뭇결이 살아있는 테이블이나 돌 질감의 타일에는 고정이 안됨
2. 연필을 집는 부분의 힘 때문에 연필에 자국이 남음
3. 색연필에 사용하기에는 살짝 부적합
– 곡선으로 깎이기 때문에 연필 심이 비교적 얇고 길게 올라와 남게 되는데 일반적인 단단한 연필심은 전혀 문제가 없으나 심이 무른 색연필 등은 사용하면서 끝이 부러지는 경우가 많았다.
일단은 예쁘면 모든 게 용서되긴 하지만 사용이 불편하면 아무래도 좀 그렇지;;
그냥 ‘가끔 연필을 깎는 문구덕후 지인’에게 선물하기 좋은 아이템 정도 되는 것 같다.
전에 색연필화 포스팅(링크)에서 잠깐 언급했던 지금 내가 사용하고 있는 연필깎이들.
왼쪽부터 1930년에 독일에서 설립된 ‘DAHLE’이라는 브랜드의 166 Pencil Sharpener.
미국 AFMAT 社의 Fully Automatic Pencil Sharpener(Rechargerble).
그리고 이번에 구입한 El Casco, M-430 CN Pencil Sharpener.
귀여운 피노키오 얼굴 모양 Monkey Business의 Geppeto’s Pencil Sharpener.
그리고 앞쪽의 투명한 제품은 일본의 KATSUWA 社에서 제작한 T’GAAL Pencil Sharpener.
그리고 Blackwing, One-Step Long Point Sharpener.
El Casco M-430 CN이 추가된 이후에도 종합평가 1등은 T’GAAL.
그리고 2등은 DAHLE 166.
M-430은 3등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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