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뭐 따로 설명할 필요 없는 세계적인 아티스트인 ‘쿠사마 야요이(Yayoi Kusama / 草間 彌生 / くさま やよい)’와 루이비통의 협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마크 제이콥스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2012년 당시 대단한 화제를 모으며 진행되었던 협업 이후 10여 년 만에 다시 손을 맞잡는다는 소식을 듣고 쿠사마 야요이의, 그리고 루이비통의 팬인 나 역시 관심을 갖고 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남성 라인을 포함한 거의 모든 제품에 시그니처 땡땡이를 끼얹으며 작품세계의 재해석이 아닌 지루함으로 콜라보레이션이 전개된 느낌이랄까.. 뭐 누군가에게는 만족스러운 콜라보레이션이었을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뭔가 좀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협업이 아닐 수 없었다.
1929년생인 작가의 나이를 생각하면 사실상 마지막 콜라보레이션일 가능성이 높은데 조금 더 신중하게 선택과 집중을 해서 쿠사마와 루이비통 브랜드 모두가 반짝일 수 있는 제품들로 꾸몄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뭐, 전문가들이 알아서 다 준비한 제품들이겠지만 팬이자 소비자 입장에서의 넋두리이고..
어쨌든 그렇게 실망 상태로 협업 제품에 대한 정보를 외면하고 있었는데,
평소 작품 구입이나 취향에 있어서 뜻도 잘 통하고 늘 조언을 아끼지 않으시는 친한 갤러리 대표님께서 일부 트렁크류는 괜찮더라.. 라는 말씀을 하시는 게 아닌가!?
소비 쪽에 있어서는 취향이 확실한 편이라 평소에 다른 사람의 말에 귀가 팔락거리는 편이 아닌데 이 대표님 말씀은 또 얘기가 다르지.


그렇게 냉큼 이 대표님을 따라 하나 주문해 봤다.
말 쿠리에 110사이즈 같은 억단위의 큰 트렁크는 3개 한정.. 뭐 그랬던 것 같은데 내가 구입한 제품은 크기가 크지 않아서 그런지 오더하고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받아볼 수 있었다.

Louis Vuitton x Yayoi Kusama 2023, Coffret Accessoires
(LV x YK, 코프레 악세수아)

프랑스어로 accessoires(악세수아)는 스펠링을 보아하건데 당연히 액세서리를 뜻할 것 같았지만 coffret(코프레)는 뭔가하고 찾아보니 작은 상자를 뜻한다고..
역시.. 프랑스어는 뭔가 발음도 분위기있네.
악세수아- [aksεswaːʀ]

긴 쪽의 길이가 38cm, 깊이가 19.5cm, 높이가 18cm 정도인 작은 액세서리 함.
루이비통의 시그니처 컬러 모노그램 캔버스에 각 코너는 카우하이드 가죽으로 트리밍이 되어있고 골드 컬러 하드웨어로 마무리된 외관이다.


상-하단을 제외한 측면 네 방향 모두에 모두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들이 프린트되어 있다.
전면은 푸른색 계통의 호박 세 개.
전면 개폐부에는 시그니처 S락 잠금장치가 달려있는 모습.
함께 제공되는 두 개의 키를 통해 여닫을 수 있다.

좌 측면에는 노란색 호박 하나.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컬러가 되겠다.

후면에는 붉은색 계열의 호박이 세 개 프린트된 모습.
기본적인 톤을 달리 배치해 앞-뒷면의 모습이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연출된다.


이번 콜라보 제품들을 둘러보면 호박 이외에도 태양같이 일렁이는 얼굴이라든지 꽃? 같은 프린트가 덕지덕지 붙어있기도 한데,
역시 그런 이미지에서는 시그니처 이미지인 호박만큼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멋이 드러나지 않는 것 같다.

사진을 좀 어둡게 찍은 것 같은데, 일단 내부는 전체적으로 터쿼이즈 컬러의 마이크로파이버 안감으로 마무리되어 있다.
전면의 푸른색 호박과 잘 어우러지는 느낌.

잠금장치를 위한 열쇠 두 개와 가죽 스트랩이 들어있는 모습.

호박 실루엣으로 달려있는 가죽 LV x YK 시그니처.

작고 귀여운 가죽 손잡이가 달려 탈착형으로 분리되는 두 개의 트레이를 들어내면, 하단 수납공간이 드러난다.

상단 트레이 한쪽은 기본적으로 시계를 보관할 수 있는 형태이지만, 반달 모양의 완충제를 빼면 일반 액세서리 보관함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반지나 커프링크스 등을 보관하도록 만들어진 하단 좌측 공간과 조금 큰 사이즈의 액세서리류 보관을 하도록 만들어진 우측 공간.
그런데!
좌측에 빼꼼 보이는 붉은색 호박 파우치가 눈에 띈다.


뭐에 쓰라고 만든 건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작고 귀여운 펌킨 프린트 파우치.
뭔가 굉장히 귀중한 걸 넣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잖아..
일단 이 대표님 따라서 사긴 샀는데..
드레스룸에 보관된 액세서리 이외에 여기에 추가로 담아 보관할 정도로 대단히 액세서리가 많은 편도 아니라..
일단 내 방에 두고 미니 피규어 같은 거라도 보관해야 하나.. 싶네.
이원주
저도 이번 협업이 좀 실망스럽다고 생각했었는데 정말 이 악세수아~는 갖고싶게 잘 만들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