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에 대한 잡담, 그리고 여행용 드립커피 세트

핸드드립을 시작한 지 벌써 1년 반쯤. 
최근 내 커피 드립의 행태를 가볍게 정리해보자면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겠다.

하나는 드립 마에스트로로 향해가는 험난한 길,
또 하나는 프랜차이즈 커피보다 빠르고 간편하지만 적당히 드립 커피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간편함을 찾는 길.

그 첫 번째 드립 마에스트로로 향해가는 길이라 함은..
(마에스트로라고 하니 뭔가 거창한 것 같지만)
그냥 오타쿠 기질을 발휘해 좀 더 파고들어가는 일?

여러 가지 원두를 공수하는 것은 물론 소수점 단위까지 커피콩의 무게를 측정하고 필터들을 다양하게 바꿔본다든지 물의 양이나 온도를 조절해가며 최대한 좀 더 입맛에 맞는 커피를 찾는 일을 계속하고는 있는데, 아직 내 입이 그 미세한 차이들을 구별해낼 만큼 따라오지 못해서 원두가 달라지는 것만큼의 큰 변화를 느끼기는 어렵다 보니 한계점에 다다른 것 같다. 
드립에 필요한 장비도 계속 구입해보고 융 필터나 스테인리스 스틸 필터 등의 완전히 다른 소재로의 변화도 가져보고 종이 필터 내에서도 필터를 만드는 나무의 종류를 바꾸고 린싱 방법도 다양하게 진행을 해보았는데.. 지금까지 얻어진 데이터가 대단하지는 않아 보이고..

게다가 그런 식으로 집중해서 시간과 정성을 쏟아 커피를 내려마시는 일을 하루에 두 번 이상 하기 힘들더라.
그래서 고민하게 된 게 바로 두 번째 드립 행태인 ‘간편한 드립 커피’.

손님들과 함께 마시기 위해 커피를 여러 잔 한 번에 내릴 때는 마구 내려도 맛의 편차가 거의 없는 케멕스(Chemex)로 양껏 내린다든지..
기본 동선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정수기에 발뮤다 더 팟을 올리고 온수를 눌러두고
빈셀러에 미리 적정량씩 소분해 둔 커피를 그라인더에 갈고
그동안 더 팟에 담긴 온수로 필터 린싱을 싱크에서 바로 흘려보내며 한 다음
더 팟에 남은 물을 전원 베이스로 올려 끓이고
린싱된 필터에 갈린 원두를 넣고
적정온도로 올라간 물을 원두 위에 1차로 뿌려 뜸을 들인다.
그 후에 일반적인 드립.

점점 뭔가 간단해지고는 있지만 포기할 수 없는 몇몇 과정들 때문에 이쪽에서도 한계를 느끼곤 한다.

어쨌든 이렇게 입맛이 점점 드립 커피에 익숙해지면서 가장 아쉬운 점이라면 낯선 곳에 가서 핸드드립 커피 전문점을 찾지 못할 때인데
특히 여행을 하게 되어 낯선 곳에서 머물게 되는 시간이 길어지면 맛있는 커피에 대한 갈증은 점점 커지곤 한다.

그래서 이참에 시험적으로 여행용 셋트 구성을 해보기로 했다.

 

일단 커피 드립포트.
대부분의 호텔에 물 끓이는 전기포트는 있으니 작은 사이즈의 드립포트와 종이필터가 필요 없는 스테인리스 스틸 드리퍼를 사봤다.
Hario 같은 데서 나오는 300ml 짜리 더 작은 사이즈의 드립포트도 있었지만 너무 작으면 뜨거운 물을 옮겨 담는 일도 귀찮아질 까봐..
어쨌든 OSLO 라는 처음 보는 브랜드.

 

스테인리스 스틸(304)로 만들어진 600ml 짜리 검은색 드립포트는 아주아주 평범하게 생겼지만 한 손으로 컨트롤하기 딱 좋은 사이즈.
대략 긴 쪽이 주둥이 포함 19.5cm 정도, 높이가 14cm 정도 되는 작은 사이즈다.

드리퍼는 2중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져 잘게 갈린 커피가루가 커피에 내려오지 않는다.
안쪽은 극세사 더블 메쉬필터, 바깥쪽은 타공 필터로 만들어져있다.
분리되는 아래쪽 스탠드는 하단에 고무가 달려있어 쉽게 미끄러지지 않는다.

 

커피 그라인더는 snow peak 제품으로 사봤는데,
사용 후기를 먼저 이야기하자면

“망했다”

 

펼쳤을 때 160 x 48 x 160mm, 접었을 때 57 x 48 x 160mm의 작은 사이즈에 225g 밖에 안되는 가벼움,
게다가 핸들이 접히게 디자인되어 엄청난 휴대성을 자랑하는 이 제품에 반해 아무 고민 없이 구입을 했다.

 

핸들이 펼쳐지는 모습.

역시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이라 녹슬 일도 없겠고, 디자인도 어쭙잖은 브랜드의 휴대용 그라인더에 비해서는 굉장히 깔끔하다.

 

위 사진처럼 세 파츠로 분리되는데,
가장 왼쪽은 분쇄된 원두가루가 모이는 부분,
가운데 부분이 burr(톱날)가 위치한 부분,
그리고 길쭉한 핸들이 달린 뚜껑 부.

 

뚜껑의 육각형의 홈이 burr에 홈과 끼워 맞춰지며 돌아가는 방식.

 

마감상태는 꽤 괜찮아서 파츠들을 서로 끼워두면 하나의 원기둥처럼 딱 맞아떨어진다.
톱날(burr)이 세라믹 같은 재질로 만들어져 있는데..
아마도 아웃도어 제품이라 환경에 따라 녹슬어 쇳가루가 나오게 된다든지 하는 점을 고민한 듯 싶으나,
사용해보니 분쇄력은 확실히 떨어지는 것 같다.

 

핸들을 펴서 위쪽 뚜껑에 고정하면 돌릴 준비는 끝.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핸디형 그라인더에 비해 핸들이 긴 편이라 힘을 덜 줘도 쉽게 돌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함정이 있었다.

 

위에 핸들을 돌리면 뚜껑 부분만 돌아가야 커피콩이 갈릴 텐데 가운데 부분까지 같이 돌아가게 되어서
손이 몸체를 고정함과 더불어 가운데와 아래쪽 파츠 두 개를 꼭 잡고 핸들을 돌려야 하는 불상사가..
내가 뭔가 방법을 잘못 알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어떻게 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나무로 된 손잡이가 아래쪽 홈에 딱 걸리면서 고정되는 형태도 완전히 칭찬해주고 싶은 부분이었는데,
실제로 사용해보니 이런 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

본질에 충실해야지!!

기존에 집에서 사용하던 Lyn Weber, HG-1 Hand Grinder(링크)가 얼마나 훌륭한 제품이었는지만 다시 한번 깨우쳐주었다.

 

그냥 파우치에 넣어두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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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omments

  1. 스틸 가운데 나무 손잡이가 귀엽네요ㅎㅎ
    커피 포스팅들 보면 그라인딩 시
    스틸 제품은 마찰열이 원두에 전달되지 않도록 조심한다는데 크흐~~
    파고파면 장난 아닌 분야네요.

    • vana

      vana

      그래도 단순 컬렉팅 처럼 단순한 취미는 아니라서 재밌어!
      고민해서 커피 내리면 그 커피를 마시는 시간이 생기는 거니까.

  2. 달빛민트

    커피 관련 용품만 해도 카페 하나 충분히 운영 할 수 있을듯 하네요~!!

    • vana

      vana

      병희인가?
      커피용품이 점점 많아져서 큰일.
      ㅋㅋ

      • 달빛민트

        이러다 집에 로스팅 기기 하나 들어오는거 아니에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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