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쉬 디자인의 대표 아이콘 중 하나인 플라스틱 보온병으로 너무너무 유명한 스텔튼은 1960년 설립된 덴마크의 가정용품 및 식기류 생산회사이다. 

아마 내가 2011년에 덴마크에서 구입해 가방 속에 바리바리 소중하게 싸 들고 온 저그는 현재 생산하는 EM77 보다는 구형 제품일 것 같지만 그보다 훨씬 예전부터 너무 예쁘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덴마크 디자인하면 먼저 떠오르는 디자인이라 스텔튼이라는 회사는 1960년이 아니라 훨씬 더 이전에 설립된 회사겠거니.. 라고 넘겨짚고 있었던 것 같다. 
더더군다나 내가 엄청 좋아하는 Arne Jacobsen(1902-1971)이 디자인한 다양한 제품군을 가진 회사여서 아마 더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기도.. 

우리나라 기준이라면 굉장한 전통의 오래된 회사겠지만 덴마크에서 1960년 설립이라면 수많은 전통적인 회사들에 비해 오히려 조금 짧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런 회사에서 어떻게 이렇게 대니쉬 디자인의 대표 아이콘이라 칭할만한 여러 제품들을 출시할 수 있었을까?

 

그 힘은 바로 시대를 거스르는 디자인에서 오는 것 같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저 EM77 물병이 1976년 디자인이라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 

그런데! 그 Stelton에서 2016년경 “Theo” 라는 라인을 런칭했더군!!
그런데! 완전 내 취향.

 

기본적으로 매트 블랙 컬러의 스칸디나비아 석기로 제작되었으며 필요에 따라 고무나 대나무, 스테인리스 등과의 조합으로 디자인 통일성을 갖췄다. 
쉐입은 간결한 북유럽 디자인을 잘 살렸지만 굉장히 남성적이면서 또 동양적인 모습도 묻어 나오는 오묘한 느낌이랄까?

그렇게 딱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뭔가 하나를 샘플로 사봐야겠는데.. 어디 보자..
프렌치 프레스는 너무 이쁘지만 사용할 줄 모르고, 
밀크 저그는 우유를 잘 먹지 않으니 의미가 없고,
티팟이랑 워머, 쟁반 그리고 티 머그까지 딱 한 세트 사면 좋겠는데 너무 세트구성이 과해서 처음 샘플로는 부적절해서
결국 또 커피 드리퍼를 구입하기로 했다.

 

와.. 아마존은 진짜..
옆 동네에서 배송한 줄?
시키자마자 받은 느낌이다.

 

아래쪽 서버와 위쪽 드리퍼, 그리고 뚜껑이 한 세트인 이 제품은 제품명이 Theo “Slow brew” Coffee brewer.
천천히 내려 마시는 핸드드립 커피와 어울리는 마음에 드는 이름이다. 

뭔가 내 기술이 조금 더 전문적이라서 강배전(Dark Roast)으로 볶은 원두를 점드립을 시전하며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게 내릴 수 있다면 조금 더 이 ‘Slow brew’에 어울리는 커피가 될 수 있었겠지만 아직까지 그 정도의 내공은 아니라 그저 예쁜 또 하나의 드리퍼.. 정도로 일단 사용해볼란다.

 

Theo 시리즈의 디자이너는 의외로 캐나다(!) 출신의 Francis Cayouette(1969) 다.
저 사진에 bold 폰트로 적힌 ‘nordic’ 이라는 디자인 그룹에 속해있는 것으로 보이는 Francis Cayouette는 몬트리올과 파리에서 디자인 공부를 하고 1999년부터 코펜하겐에서 디자인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석재로 만들어진 귀여운 모양의 커피 서버와 드리퍼, 그리고 대나무로 만들어진 서버의 뚜껑이 구성품의 전부.
묵직한 내용물에 비해 패키지 안쪽이 허술해서 깨지지는 않았는지 걱정이 될 정도였지만 다행히 문제는 없었다.

 

뚜껑을 덮으면 이런 모양인데
뚜껑 위쪽에 짧게 음각으로 표시된 선 쪽이 입구 방향이다.
강하게 끼워져 닫히는 형태는 아니기 때문에 방향을 돌린다고 기울였을 때 커피가 흐르지 않는 건 아니지만..

 

목 부분은 고무 재질로 만들어져있어 미끄러지거나 뜨겁지 않을 것 같으나 아직 실제로 사용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고무가 끼워질 부분이 살짝 파여있어 고무 부분이 튀어나오지 않아 전체 윤곽이 심플하게 유지된다.
이런 디테일이 바로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완성도가 아닌가 싶다.

 

용기 겉면이 보기보다 거칠어 샌드페이퍼 느낌이 날 정도인데
패키지 안쪽에 고정하고 있던 골판지가 닿아 하얀 가루 같은 게 묻어있길래 물티슈로 닦았더니
물티슈의 섬유질이 실먼지처럼 표면에 잔뜩 걸려서(?) 더 지저분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사진은 손으로 문질러 먼지를 떼어낸 후 모습.

 

드리퍼의 윗면까지는 외부와 마찬가지로 거칠지만 안쪽은 굉장히 매끈하게 처리되어있다.
유약(?) 같은 걸 발랐나?

하리오 드리퍼 등과는 다르게 일직선으로 홈이 파여있다.

 

드리퍼의 아랫면.
아랫부분은 하얀색이며 3개의 작은 홀이 뚫려있다.
‘스탠다드 4’ 사이즈의 종이필터가 딱 맞다고 하는데 미리 필터를 준비하지 못해 오늘은 테스트를 못해보겠네.
‘스탠다드 4’ 사이즈가 6-7인용 필터라고 하니 대충 드리퍼의 크기를 가늠해 볼 수 있겠다.

 

드리퍼를 위쪽에 얹어본 모습.
아 깔끔하다.

 

제일 처음에는 패키지에 나와있는 브루잉 가이드대로 내려봐야지.

커피용품을 이렇게 계속 사 모으는 것 치고 드립 실력이 크게 늘지는 않는 것 같은데
누가 보면 어디 바리스타 대회라도 나가는 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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