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꽤 오랫동안 맥(Mac)을 사용해 왔다.
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동안 사용했던 제품들을 하나씩 떠올려 보면 MacBook부터 iMac, Mac mini까지 꽤 여러 종류의 맥을 거쳐왔던 것 같다. 주로 맥북이었지만.

그런데 의외로 지금까지 한 번도 구입해 본 적이 없는 제품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Mac Studio(맥 스튜디오).
아마도 2022년 즈음 처음 출시되었던 것 같은데, 애플 스토어 등에서 실물을 본 적은 여러 번 있지만 왠지 잘 손이 가지 않는 제품이었다.

그러다 이번에 처음으로 Mac Studio를 구입하게 되었다.

처음 보는 대면배송 스티커. 네, 맞습니다. 직접 받아야 하는 상품입니다.
Apple, Mac Studio

Apple, Mac Studio (M5 Max)

이번에 새로 출시된 Mac Studio는 M5 Max와 M5 Ultra 두 가지 칩으로 나뉜다.
당연히 처음에는 M5 Ultra도 고민했다.
원래 확실히 자주 사용할 제품에 대해서는 아끼지 않는 편이라 컴퓨터를 살 때는 꽤나 과하게 사는 편.
한 번 구입하면 오랫동안 사용하는 물건이기도 하고, 사진이나 그래픽 작업부터 영상 편집, 3D 모델링까지 이것저것 무거운 프로그램을 많이 사용하다 보니 살 때 가능한 한 높은 사양으로 맞춰놓고 오래 사용하는 쪽을 선호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M5 Ultra 쪽을 보고 있었는데,
아.. 비싸도 너무 비싸다.

뜯을 때마다 설레는 연두색 화살표

최근 메모리 가격 상승에 환율 크리까지 겹치면서 이번 맥의 가격은 예전과 비교해도 체감상 상당히 높아졌다.
게다가 가격이 오른 게 바로 얼마 전이라, 아무리 신제품이라고 해도 지난 가격을 알면서 도저히 지금 와서 풀옵을 살 생각이 들지 않는다.

M5 Max 모델의 국내 시작 가격이 429만원 부터고, M5 Ultra는 기본 가격이 이미 949만원.
여기에 통합 메모리와 SSD 옵션을 하나둘 올리기 시작하면 가격이 정말 무시무시해진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진지하게 고민했다.

어유.. 이 패키지 장인들, 확실히 까는 맛이 있는 애플제품

내가 주로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Photoshop, Illustrator 등의 사진/그래픽 프로그램과 Final Cut Pro, Premiere Pro, DaVinci Resolve 같은 영상 편집 프로그램, 그리고 Fusion이나 SketchUp 등의 3D 모델링 프로그램이다.

당연히도 성능이 높으면 높을수록 좋겠지만, 고작 이런 작업을 위해 M5 Ultra까지 필요한가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
ChatGPT에게 평소 사용하는 프로그램과 작업 환경을 쭉 이야기해 주고 M5 Max와 M5 Ultra 중 어떤 쪽이 적당할지도 물어봤는데, 결론은 M5 Max 쪽이었다. M5 Ultra의 성능을 제대로 활용할 정도의 작업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 내 작업 환경에서는 M5 Max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높은 성능이라는 것.

듣고 보니 딱히 반박할 이유가 없길래, 이번에는 어느 정도 타협을 보기로 했다.

그렇다고 성능 자체를 크게 낮추고 싶지는 않아서 M5 Max의 18코어 CPU와 40코어 GPU 구성은 그대로 선택했다.
대신 통합 메모리는 64GB, SSD는 1TB에서 멈췄다. 예전 가격 같았으면 별 고민 없이 최소한 메모리만큼은 몇 단계 더 올렸을 가능성이 높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앞으로 아주 오랫동안 어떻게든 버텨야 하는 최종형 컴퓨터라기보다는, 몇 년 뒤 또 한 번 크게 바뀔 다음 세대로 넘어가기 위한 징검 다리 정도로 생각하기로..

어쨌든 그렇게 선택한 최종 사양은,

본체 가격 무려 6,500,000원.
여기에 AppleCare+ 249,000원을 더해서,
6,749,000원.

이게 맞나??

나름 옵션을 자제해서 구입한 건데.. 요즘 맥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설명이 될 듯.

묵직하고 큼지막한 알루미늄 덩어리 느낌

이번 세대 Mac Studio의 가장 큰 변화는 당연히 새로 탑재된 M5 Max와 M5 Ultra다.
내가 선택한 M5 Max는 18코어 CPU와 최대 40코어 GPU를 탑재하고 최대 128GB의 통합 메모리를 구성할 수 있다.

이번 세대에서는 GPU의 각 코어에 Neural Accelerator가 들어가면서 AI 관련 연산 성능이 크게 강화됐고, 메모리 대역폭도 최대 614GB/s까지 올라갔다.

그래픽 쪽에서는 3세대 하드웨어 가속형 레이 트레이싱을 지원하고, H.264와 HEVC, ProRes는 물론 AV1 디코딩을 지원하는 미디어 엔진도 갖추고 있다. 사진도 많이 다루고 Fusion으로 3D 작업도 자주 하는 나에게는 사실 이쪽이 더 직접적으로 와닿는 변화.

M5 Ultra는 여기서 훨씬 더 무시무시해진다.
최대 36코어 CPU와 80코어 GPU, 무려 512GB의 통합 메모리까지 구성할 수 있다.
분명 굉장한 성능이기는 한데, 다시 생각해 봐도 지금의 나에게는 너무 과하다.

기존 제품과 너무 똑같아서 신제품인지 구별할 수 없는 후면 입력부

겉으로 보기에는 똑같은 구성이지만 연결성에서도 최신 규격으로 살짝 바뀌었다.

후면에는 기존과 똑같이 Thunderbolt 5 포트 4개를 비롯해 USB-A 포트 2개, HDMI, 10Gb Ethernet, 3.5mm 헤드폰 잭이 있고, 전면에는 USB-C 포트 2개와 SDXC 카드 슬롯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달라진 점, 이번에 처음으로 Wi-Fi 7과 Bluetooth 6를 지원한단다.. (무슨 의미가??)

원래부터 그랬지만 별거 아닌데 특히 마음에 드는 점.
카메라에서 컴퓨터로 사진을 자주 옮기는 입장에서 SD 카드 슬롯이 전면에 있다는 건 사소하지만 굉장히 마음에 드는 부분.
맥 미니를 메인으로 안 쓰는 이유 중 하나 되겠다.

그런데 사실 박스를 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성능도, 포트도 아니었다.

어? 이거 생각보다 큰데?

애플 스토어에서 분명 여러 번 봤던 제품인데 실제로 받아서 책상 위에 올려놓으니 기억하고 있던 것보다 훨씬 큰 느낌?
막연하게 맥 미니를 살짝 늘려놓은 정도의 느낌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니었구나.

가로와 세로가 약 19.7cm, 높이는 9.5cm.

수치만 보면 여전히 작은 데스크탑 컴퓨터가 맞지만, 알루미늄 덩어리 같은 형태 때문인지 책상 위에서는 생각보다 존재감이 꽤 있다.

아마 애플 스토어에서는 넓은 공간에 커다란 모니터와 다른 제품들 사이에 놓여 있어서 상대적으로 작게 느껴졌던 모양.

바닥면에 굳이 이렇게 힘을 준 이유는?

그래도 디자인은 역시 마음에 든다.

쓸데없는 장식 없이 두툼한 알루미늄 바디 하나로 끝나는 단순한 형태.

맥 미니와 비슷한 디자인 언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훨씬 묵직하고 단단한 느낌이라 이름 그대로 ‘Studio’라는 단어가 꽤 잘 어울린다.

오랫동안 맥을 사용해 왔는데도 처음 사용하는 제품군이라는 점에서 조금 새롭기도 하고, 오랜 시간 메인 컴퓨터 역할을 해왔던 M1 Max MacBook Pro에서 몇 세대를 훌쩍 건너뛰어 M5 Max로 넘어왔다는 점에서도 기대가 된다.

너무나 통통하고 예쁜 접지형 전원 케이블. 이거 너무 마음에 드네!

오랜 기간 한 맥북을 워낙 오래 잘 써왔기 때문에 어떤 어떤 데이터를 넘기고, 기존에 습관처럼 사용하던 자동화 스크립트나 폴더 정리, 앱 설정 등의 환경 구성을 불편함 없이 옮겨 오는 일 자체가 살짝 걱정스럽긴 한데, 어떻게든 또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