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뜰리에 썸머를 계획하면서 처음부터 꽤나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중 하나가 집진 시스템이었다. 

목공이라는 작업의 특성상 톱밥과 먼지가 생기는 건 피할 수 없고, 제대로 된 집진 설비는 선택이라기보다는 필수에 가깝다. 
하지만 목공방이라고 했을 때 흔히 떠오르는 집진기의 모습은 사실 그리 보기 좋지는 않다. 
일단 커다란 집진기가 한쪽에서 계속 소음을 내고 있고, 바닥에 나무조각들과 굵은 호스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모습은 가능하면 피하고 싶었다.
물론 실제 작업을 위한 공간인 만큼 기능이나 성능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기왕 새로 만드는 공간이라면 집진 시스템 역시 제 기능을 하면서도 최대한 눈에 거슬리지 않게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아뜰리에의 건물은 설계할 때부터 집진기를 실제 목공 작업이 이루어지는 1층이 아닌 지하의 별도 공간에 설치하기로 마음먹었다. 
1층에는 연결에 필요한 집진구만 남겨두고 배관을 바닥 아래로 내려 지하의 집진기까지 연결하는 구조.

덕분에 커다랗고 시끄러운 집진기를 작업 공간에서 완전히 분리할 수 있었고, 실제 작업 공간인 1층에서는 필요한 곳에 집진 배관만 연결하면 되는 비교적 깔끔한 구조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실제로 작업을 하고 돌려봐야 잘한 일인지 제대로 확인이 가능하겠지만..

 

(atelier summer, 1층 작업공간)

처음 계획은 단순했다.

지하에 집진기를 설치하고, 1층의 각 목공 장비까지 배관을 연결한다. 
장비를 사용하면 그 장비에 연결된 배관만 열리고 집진기가 자동으로 작동한다.
작업을 마치고 장비를 끄면 집진기도 알아서 멈추고 배관도 다시 닫힌다. 

말로 적어놓고 보면 이게 전부다. 

문제는 이 간단한 동작을 실제로 구현하려고 하니 생각보다 훨씬 훨씬 복잡하고 준비해야 할 것도 엄청나게 많았다는 것. 
집진기의 용량부터 배관의 크기와 경로, 각 장비의 위치, 배관을 열고 닫아줄 Blast Gate, 장비의 작동 여부를 감지하는 방법, 집진기의 전원을 제어하는 방법까지 하나씩 공부하고 결정하고 구입해야 했다. 

 

(실제 목공 장비들이 위치하게 될 공간, 바닥에 미리 심어둔 집진 배관이 나와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집진기를 지하에 설치하면서 새로운 문제도 하나 생겼다. 
소음과 커다란 장비를 눈앞에서 치워버린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반대로 1층에서는 집진기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알기 어려워진 것.

결국 아뜰리에 썸머의 집진 시스템은 크게 네 가지 부분으로 나누어 준비하게 되었다.

  • 전체적인 집진 계획과 집진기의 배치.
  • iVAC을 이용한 장비와 집진기의 자동화.
  • 집진기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장치.
  • 그리고 실제로 집진기와 각각의 장비를 연결하는 배관 시스템.

 

(iVAC System의 자동 집진 시스템 구성도 / source : iVACswitch)

장비마다 집진 호스를 연결해 사용하는 정도라면 굳이 복잡한 시스템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뜰리에 썸머에서는 여러 대의 목공 장비를 하나의 커다란 집진 시스템에 연결해야 했고, 집진기는 한 층 아래에 있다. 
장비를 사용할 때마다 지하로 내려가 집진기를 켤 수는 없으니 스위치야 어떻게 1층까지 연결을 한다 쳐도, 일반적인 목공방에서처럼 장비를 사용할 때마다 파이프에 연결된 게이트를 열고, 나머지 사용하지 않는 장비들에 연결된 게이트를 닫는 번거로운 일을 반복하는 건 좀 피하고 싶었다. 

이게 생각 같아서는 어려울 게 없어 보이는 건데, 많은 목공방에서 그냥 손으로 여닫으며 사용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겠지? 
물론 손으로 여닫는 것만큼 확실한 게 어딨겠나. 몸만 좀 귀찮을 뿐이지 오류도 없고 설비도 필요 없고 미리 준비할 것도 없는데.
하지만 나는 귀찮은 일을 피하고 싶은 스타일이라 여러 가지로 방법을 수소문해 봤다. 
국내에도 물론 솔루션이 있었지만 대부분 유압방식에 꽤나 큼지막한 장비들을 설치해야 하는 대형 목공방이나 공장용 설비였다.

그래서 더 집요하게 찾다가 선택한 것이 바로 iVAC System.
목공의 성지 미국에는 일반 가정의 차고 같은 데서 흔히 목공 작업을 하기 때문에 그런 건지, 소규모 집진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들이 여럿 있었다. 
그중에서 일단 내가 선택한 업체는 iVAC이라는 회사였다. 

각 목공 장비의 전원 사용을 감지하는 Tool Plus.
배관을 자동으로 열고 닫아주는 Motorized Blast Gate,
그리고 집진기를 제어하는 MSC를 이용해 전체 시스템을 연동하는 방식이다. 

 

iVAC Pro 4″ Metal Blast Gate (MBG-04-NA)

동작 자체는 간단하다.

목공 장비를 켜면 Tool Plus가 이를 감지하고 해당 장비에 연결된 Blast Gate가 열린다. 동시에 사용하지 않는 다른 Gate들은 닫히고, 마지막으로 지하에 있는 집진기가 작동한다. 
작업을 마치고 장비를 끄면 일정 시간 동안 남아 있는 톱밥과 분진을 빨아들인 뒤 집진기가 멈추고 시스템도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 
물론 추가적인 몇몇 기능들이 백단에서 동작하지만 중요한 건 이게 전부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사용할 장비의 전원 버튼을 누르는 것뿐. 
집진이라는 작업을 별도로 의식하지 않아도 필요한 배관과 집진기가 알아서 움직이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집진기를 지하로 내려보낸 것은 여러모로 마음에 드는 선택이었지만 앞서 이야기했듯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안 보인다.

집진기가 작업 공간에 함께 있다면 엄청 크고 시끄럽긴 하겠지만 소리나 진동만으로도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어쨌든 시끄럽고 큼지막한 덩치라는 단점이 더 크다고 생각해서 한 층 아래 별도의 공간에 위치시키고 나니 막상 작업하는 1층에서는 작동 여부를 직관적으로 확인하기가 어렵게 되어버렸다. 

열심히 자동화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도 매번 귀를 기울여 집진기가 켜진 건지, 꺼진 건지 확인해야 한다면 그건 좀 꼴이 이상하다.

그래서 집진기의 상태를 보여주는 작은 디스플레이를 만들기로 했다.

 

(Raspberry Pi 5에 8.8인치 디스플레이를 연결하고, 각종 센서를 연결하는 모습)

집진 상태 알림.

이 역시 간단히 소방 경보등 같은 불빛 하나만 켜지게 하면 될 일이긴 하지만, 또 그건 싫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내가 자꾸 다른 뭔가를 찾는 게 문제인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Raspberry Pi 5와 가로로 긴 8.8인치 Waveshare 디스플레이를 이용해 평상시에는 디지털시계로 사용하고, 집진기가 작동하면 화면 전체가 바뀌어 현재 집진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멀리서도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평상시에는 단순한 Flip Clock. 
집진기가 작동하면 내가 좋아하는 테라코타 레드 컬러의 배경색과 함께 ‘WORKS’라는 표시가 나타난다. 
자동대패처럼 한 번 켜서 오랜 시간 사용하는 경우에는 계속 주의를 끄는 화면을 표시할 필요가 없으니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시계 화면으로 돌아가도록 했다. 집진기와 직접적인 기능적 연관은 없는 장치지만, 실제 작업 환경에서는 나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 같다. 

보이지 않는 곳으로 집진기를 숨기면서 생긴 문제점을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는 과정인데, 어쩌다 보니 해결하는 과정을 즐기고 있던 것 같기도?

 

(atelier summer, 각 목공장비 위치에서 바닥 배관쪽으로 연결된 집진 배관 구성)

그리고 마지막은 실제 공기가 지나갈 길을 만드는 일.

살아오면서 파이프의 구성을 고민해 볼 일이 한 번도 없었으니 당연히 이쪽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 
어떤 크기의 파이프를 사용해야 하는지, 분기는 어떤 형태가 좋은지, 길이는 어디까지 괜찮은지..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그래서 AI의 도움을 받아 현재 가지고 있는 집진기와 목공 장비, 건물에 이미 설치해 둔 배관의 위치를 기준으로 공기의 흐름과 집진 효율을 고려해 전체적인 배관 구조를 하나씩 정리했다. 
공기의 흐름을 고민해 가능하면 급격한 방향 전환을 줄이고, 분기가 필요한 곳에서는 T자 형태보다는 공기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는 Wye 형태의 피팅을 사용하는 방향으로 구성했다.

그런데 실제 배관을 구입하기 시작하니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하나 있었다.

바로 배관 규격.

아뜰리에 썸머에 설치한 대형 목공 장비는 대부분 미국 제품이고, 자연스럽게 집진 포트와 관련 액세서리 역시 북미 규격을 사용한다. 
반면 건물을 지으면서 1층에서 지하 집진실까지 미리 설치해 놓은 배관은 국내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100A 규격이다. 
처음에는 둘 다 흔히 ‘100mm’라고 부르기에 별 차이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이놈의 북미 놈들. 정말 공구 구입할 때도 그렇고 이게 다  야드-파운드법 때문이잖아!! 

 

(POWERTEC Clear Pipe 4″ x 36″)

국내에서 사용하는 100A PVC 배관은 외경이 약 114mm이고, 북미 목공 집진 시스템에서 흔히 사용하는 4인치 배관은 100mm(3-15/16″)다. 
판매처에서도 편의상 둘을 모두 100mm 정도로 표기하는 경우가 있다 보니 처음에는 이 차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꽤나 혼란스러웠다. 
결국 건물에 이미 매립되어 있는 구간과 청소를 위한 배관까지는 국내 100A 규격을 그대로 사용하고, 실제 목공 장비가 있는 작업 공간에서는 북미 규격의 4인치 배관을 사용하는 것으로 정리했고, 두 규격 사이에는 100A에서 4인치로 변환하는 별도의 Reducer를 넣었다.

배관의 소재도 고민했다.
공기만 지나가는 배관이라면 별문제가 없겠지만, 이 안으로는 목분진과 크고 작은 톱밥이 함께 지나가게 된다.
나중에 어딘가 막히기라도 하면 벽과 천장을 따라 이어지는 불투명한 파이프만 보고 문제의 위치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작업 공간에 노출되는 4인치 배관은 내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투명 PVC 파이프를 사용하기로 했다.

 

(POWERTEC, 4″ 파이프 커넥터)

문제는 조건이 하나 더 붙으면서 필요한 규격과 형태의 피팅을 구하는 것이 훨씬 어려워졌다는 것. 
여러 제품을 찾아본 끝에 POWERTEC의 투명 4인치 배관과 Wye, Elbow 등의 피팅을 이용해 주요 배관을 구성했다.

레이저로 기준선을 잡아 벽을 따라 직선 배관을 설치하고 필요한 위치에서 Wye로 분기한 뒤, 각 장비로 향하는 끝에는 iVAC의 Motorized Blast Gate가 자리 잡는다. 그리고 Blast Gate에서 실제 장비까지의 마지막 구간은 Rockler의 Dust Right 정전기 방지 주름관을 이용하기로 했다. 
단단하게 고정되는 메인 배관과 위치에 따라 어느 정도 움직일 필요가 있는 목공 장비 사이를 유연하게 연결하기 위한 구성이다.

Lathe처럼 일반적인 집진 포트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장비나 작은 벤치탑 장비를 위해서는 Rockler의 Dust Right Cord and Hose Holder와 Lathe Dust Collection System 같은 별도의 집진 액세서리도 준비했다.

 

(Rockler, Dust Right Anti-Static Dust Hose 4”)

결국 구조를 아주 단순하게 정리하면,

건물에 매립된 국내 100A 배관에서 시작해 Reducer를 거쳐 북미 규격의 4인치 투명 메인 배관으로 이어지고, Wye를 통해 각 장비 방향으로 분기.
그 끝에서 iVAC Blast Gate가 연결된 후, 마지막으로 유연한 집진 호스를 통해 각각의 목공 장비와 연결되는 구조가 되겠다.

처음에는 그저 ‘파이프를 연결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던 부분인데, 막상 준비를 시작해 보니 복잡하기도 복잡하고 엄청나게 손도 많이 가는 작업이 되어 버렸다.

 

이렇게 계획부터 시작해 자동화와 상태 표시, 실제 배관까지 꽤 오랜 시간에 걸쳐 아뜰리에 썸머의 집진 시스템을 준비했다.
각각 따로 놓고 보면 집진기, 몇 개의 파이프와 Gate, 작은 컴퓨터와 디스플레이 정도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을 준비한 목적은 하나다.

목공 장비의 스위치를 켜면 필요한 집진 시스템이 함께 작동하고, 나는 그냥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아직 실제 사용을 통해 조정해야 할 부분도 있겠지만 처음 건물을 계획하면서 생각했던 집진 시스템의 모습에는 꽤 가까워진 것 같다.

 

이 글은 원래 Planning & Concept, iVAC System, Raspberry Pi Dashboard, Piping & Layout이라는 네 개의 글로 나누어 기록하려고 했던 내용을 하나로 다시 정리한 것이다.

앞서 세 부분까지는 이미 각각의 글로 포스팅하기도 했지만, 워크벤치 제작기를 atelier summer 페이지에서 프로젝트로 구성해 기록하다 보니, 이 Dust Collection 부분도 성격이 비슷한 것 같네? 그래서 아예 그쪽으로 옮겨 집진 환경을 구성하는 과정 자체를 조금 더 체계적으로 기록해 보려고 한다. 

처음에는 그저 톱밥을 빨아들이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했던 집진 시스템인데.
어쩌다 보니 꽤나 큰 프로젝트가 되어버렸다.

 

아뜰리에의 집진 시스템의 구성과 관련한 보다 자세한 내용을 보려면 atelier suumer의 프로젝트 페이지에서 확인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