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쯤 Woodpeckers의 9-Piece Bench Chisel Set(링크)의 개봉기를 포스팅하면서 끌이라는 도구에 대해 이것저것 찾아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아는 끌은 그냥 목공방에서 사용해 본 평범한 벤치 끌 정도였는데, 막상 종류를 찾아보니 사용하는 목적에 따라 형태가 꽤 다양하게 나뉘어 있었다. 

지난 글에 적어두었던 것처럼, 당시 Woodpeckers에서는 OneTIME Tool® Collector’s Vault 라는 이름으로 약 4년에 걸쳐 여러 끌들을 순차적으로 제작/판매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다음 순서인 Mortise Chisel Set의 예약을 하고 있던 때였다. 물론 나는 그것도 주문을 했었고. 

벤치 끌 9개가 도착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끌 6개가 생기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애초에 4년에 걸쳐 이어지는 시리즈를 하나씩 모아보기로 마음먹은 이상 어쩔 수 없지. 

 

Woodpeckers, OneTIME Tool® Collector’s Vault 6-Piece Mortise Chisel Set w/Rack-It

지난 글에서 끌의 종류에 대해 설명하면서 잠깐 언급했지만, Mortise Chisel은 이름 그대로 Mortise, 그러니까 장부 맞춤에서 암장부 홈을 가공하기 위한 끌이다. 
일반적인 Bench Chisel도 물론 암장부를 다듬거나 어느 정도 파내는 작업에 사용할 수 있겠지만, Mortise Chisel은 처음부터 그 작업을 반복적으로 하기 위해 만들어진 전용 공구에 가깝다. 

 

날카로운 도구가 담겨있어서 그런지, 다른 것들에 비해 두툼한 카톤 박스로 된 패키지를 열자 박스 안쪽으로부터 지난달에 맡았던 냄새가 난다. 
안전을 위해 끌의 날에다 발라놨던 코팅제 냄새인 건지, 아니면 그 안쪽에 살짝 발라져 있던 오일의 냄새인 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끌에서 났던 그 냄새다. 

 

보관을 위한 Rack-It과 끌 제품 모두 두꺼운 재질의 지퍼백에 또 담겨있다. 
튼튼한 이중 박스에 종이 완충재, 두꺼운 지퍼백, 그리고 그 안쪽으로 또 종이 포장. 
꼼꼼하다 꼼꼼해. 

 

제품을 꺼내 나란히 놓아놓고 보니 먼저 샀던 Bench Chisel에 비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차이가 바로 날의 두께. 
Mortise Chisel의 블레이드는 Bench Chisel 보다 훨씬 두껍고 육중하다. 

구입 후 유튜브에서 Mortise Chisel을 직접 사용하는 영상들을 좀 찾아보았는데, 
암장부를 손으로 파낼 때는 단순히 끌날을 목재 속으로 밀어 넣는 것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말렛으로 반복해서 강하게 내려치고, 목재 속으로 들어간 끌을 앞뒤로 움직이거나 지렛대처럼 사용해 잘려나간 목재를 들어내는 작업이 계속된다. 

이 과정에서는 날 끝의 예리함만큼이나 블레이드 전체가 휘거나 비틀리지 않고 버텨주는 강성이 중요할 것 같기는 하다. 

 

Woodpeckers 역시 이번 Mortise Chisel의 특징으로 충분한 질량(Mass)과 안정성(Stability), 그리고 레버링 작업을 견딜 수 있는 두꺼운 단면을 강조하고 있다. 

또 하나 중요한 부분은 블레이드의 양쪽 측면. 
Mortise Chisel은 양쪽 측면이 서로 정확하게 평행하도록 연삭되어 있고, 각각의 끌은 표시된 규격에 맞춰 정확한 폭으로 제작되어 있다. 
일반적인 끌이라면 날 끝으로 원하는 선을 잘라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겠지만, Mortise Chisel은 좁고 긴 홈 안으로 계속 들어가면서 작업해야 하는 공구. 
때문에 블레이드 옆면 자체가 암장부의 벽을 따라 움직이는 기준면 역할을 하게 된다. 

내가 구입한 것은 6-Piece 풀 세트. 
3/16″ – 1/4″ – 5/16″ – 3/8″ – 7/16″ – 1/2″

기본 세트는 1/4″, 3/8″, 1/2″의 세 가지 규격으로 구성되어 있고, 6종 세트에는 그 사이 규격인 3/16″, 5/16″, 7/16″가 추가된다. 
아무래도 Woodpeckers가 미국 회사다 보니 전부 인치 규격. 
mm로 환산하면 대략 4.76 / 6.35 / 7.94 / 9.53 / 11.11 / 12.7mm 정도 되겠다. 

국내에서 목공을 하다 보면 mm 규격에 더 익숙하기 때문에 저 소수점이 좀 애매하게 느껴지긴 하는데, 장부를 만들 때는 어차피 끌의 실제 폭을 기준으로 가공하거나 그에 맞춰 표시선을 잡으면 되니 사용하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손잡이는 지난 Bench Chisel과 거의 같은 Woodpeckers 특유의 레드 컬러와 8각형(Octagonal) 형태.
손으로 잡았을 때 날의 방향을 바로 느낄 수 있고 작업대 위에 놓아두어도 굴러가지 않는 구조 역시 동일하다.

물론 날과 손잡이를 분리할 수 있는 구조도 그대로. Mortise Chisel이라고 해서 완전히 새로운 끌을 다시 설계했다기보다는, 이번 Collector’s Vault Chisel 시리즈가 공유하는 핸들 시스템에 용도별로 서로 다른 블레이드를 결합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진 것 같다. 

뒤쪽 Stainless Steel Butt Cap 에는 역시 제작연도가 각인되어 있다. 
크- 한정판 포스. 

 

지난번 설명했듯 이 제품 역시 자매회사인 Blue Spruce Toolsworks에서 제작한 A2 공구강 블레이드를 사용하고, 이중 열처리(Double Tempering)와 심랭 처리(Cryogenic Treatment)를 거친다. 뒷면 역시 높은 평탄도로 연삭과 폴리싱이 되어 있고, 출고 단계에서 이미 연마까지 끝난 상태라 별도의 초기 연마 작업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다만 날의 각도에는 Mortise Chisel 다운 차이가 있다고 한다. 
눈으로 봐서는 잘 모르겠는데 주날각(Primary Bevel)은 30°이고, 그 끝에 다시 5°의 Micro Bevel이 더해져 있다고. 

당장 쓰지는 않을 거지만 한 개만 앞쪽 코팅을 제거해 봤다. 
눈으로 슬쩍 보기에도 엄청나게 예리한 날 부분에 살짝 무서운 느낌이 든다. 
워낙이나 끌의 날 끝이 예리해서 테이블 위에 놓아둔 끌의 날에 손이 지나가다가 깊이 베어버리곤 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끌을 만질 때 상당히 조심스럽다. 
Mortise Chisel의 모양이 칼처럼 얇지 않고 두툼하게 생겨서 얕봤다가는 큰일 나겠다. 
사진을 다 찍고 다시 굳은 코팅 커버를 끼워 넣어두려고 하는데 정말 잘린 줄도 모르게 스윽하고 잘려버렸다. 

 

이 세트에도 전용 Rack-It이 포함되어 있다. 
완전히 ㄷ자 형태는 아니고 아랫면의 각도가 살짝 꺾였는데, 이건 의도가 있는 거려나? 
지난 Bench Chisel 세트에 포함된 Rack-It도 그렇고 끌을 고정하는 방식이 조금 불안하게 느껴지는데, 전문적으로 이것만 만들고 고민하는 사람들이니 뭔가 나름대로 생각이 있으니까 이렇게 만들었겠지. 

어차피 지금 당장은 벽에 설치할 생각은 없고, 지난번에도 이야기했듯 Collector’s Vault Chisel 시리즈가 어느 정도 모이고 나면 전부 한꺼번에 정리할 수 있는 별도의 랙이나 보관함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때가 되면 아마 끌만 수십 개가 되어 끌부자가 되겠네. 

 

사실 요즘에는 암장부를 가공한다고 해서 반드시 이런 끌 류를 이용해서 만들지는 않는다. 
나도 목공방에서 각끌기? 같은 장부 전용 기계를 이용하거나 라우터, 테이블 쏘 등을 이용해서 만드는 일이 더 많은 편. 
그리고 사실 장부 맞춤보다는 Festool Domino 같은 체결 방식이 더 일반적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직접 장부를 만들고 끌로 조금씩 다음어 정확하게 맞춰가는 과정은 기계로 한 번에 끝내는 것과는 분명 다른 재미와 보람이 있다. 
아직 한 번도 사용해 본 적 없는 Mortise Chisel 이지만, 이 두껍고 무거운 도구를 이용해서 실제 장부를 하나 파보면 그 느낌은 또 다르게 느껴지지 않을까 한다. 

물론 그러려면 먼저 이 반짝반짝한 새 끌을 망치로 두드릴 용기가 필요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