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날이 풀려 그런지 요즘 쇼핑을 좀 하는 편. 
워낙에나 집돌이라 날이 풀렸다고 해도 밖에 나갈 일을 잘 안 만드는 편인데 요즘은 꽤나 약속도 많이 생긴다. 
너무 안 움직여 살이 자꾸 찌나 싶어 일부러 움직일 일을 만들기도 한다.
우와.. 칭찬해!

 

에르메스는 참 오랜만이다. 
한때 정말 에르메스 마니아였는데 언젠가부터 에르메스의 남성의류에는 손이 잘 안 간다. 
에르메스의 남성 컬렉션 아티스틱 디렉터는 ‘베로니크 니샤니앙(Véronique Nichanian)’. 
1954년생 프랑스 출신의 그녀는 1988년부터 이 직책을 쭉 맡아와 36-7년을 자리하고 있다. 

그녀가 에르메스 남성 컬렉션에서 추구하는 방향성은 훌륭한 원단과 클래식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한 섬세한 디테일.
물론 그 방향성은 너무 훌륭하지만 나 같은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살짝 좀 따분하고 어려운 디자인이다. 

좀 비약하자면…
쇼에서 모델이 입은 모습을 보면 너무 멋스럽고 감각적이지만 내가 입으면 그냥 공장 노동자 느낌이랄까..
뭐 그래도 10년~15년 전에 열심히 구입했던 옷들을 지금도 잘 입고 있으니 얼마나 원단이 좋고 타임리스한 디자인인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어쨌든 이번에 매장에 들른 것도 사실 내 옷을 사러 간 건 아니고 아빠 생신 선물을 사러 갔던 것. 
아빠 옷을 고르고 나서 둘러보던 중에 오랜만에 내 마음에 드는 몇 개 아이템을 발견하고 사이즈를 물었으나..
입고된 지 이미 좀 지나버려 원하는 사이즈를 국내에서는 어디서도 구할 수 없네. 

위 사진에 보이는 스포티한 이 재킷도 XL 사이즈로 넉넉하게 입고 싶었으나 L 사이즈밖에 없어서 그냥 딱 맞게 입기로 하고 구입해 봤다.

제품명은 Hermes, “Reversible sport” rib-trim jacket.
응? 리버서블???

 

아주 연한 베이지 컬러의 집업 재킷. 
정식 컬러 명칭은 ‘바푀르(Vapeur)’ 라고 한다.
사전 상의 프랑스어 뜻은 ‘증기(蒸氣)’라고 하는데..  왜 이게 증기 색?

 

내 마음에 든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이 래글런(raglan) 슬리브. 
보들보들하고 뽀송뽀송한 재질에 도톰한 두께감, 게다가 래글런이면 이건 못 참지!

래글런 슬리브의 어깨 라인을 따라서 스트라이프 리본 디테일 이외에는 그냥 깔끔한 미색의 재킷인데, 이 컬러와 스트라이프 조합이 내가 10여 년 전에 사서 지금도 잘 입고 다니는 에르메스의 카디건과 컨셉이 비슷하다. 

 

넥 부분은 V 형태로 살짝 카디건 느낌도 나는 집업 재킷. 
넥 라인부터 지퍼 양옆으로 두툼하게 내려가는 덧댐 때문인지 베이스볼 셔츠 느낌도 살짝 난다. 

 

허리 부분과 손목의 립 트리밍 커프. 
H가 그려진 뾰족한 지퍼가 위-아래로 두 개 달려있는 모습. 

 

안쪽 면은 왜 굳이 연한 하늘색으로 했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손목 부분을 뒤집어 보니 스트라이프 무늬가 있다??
위에서 이야기했듯 제품명이 “Reversible sport” rib-trim jacket (리버서블 스포츠) 립-트리밍 재킷인데,
왜 리버서블인가 했더니 정말 뒤집어도 입을 수 있게 만들었나 보다. 

그럼 안쪽의 목뒤 태그 같은 건 떼어버리나? 달고 다니는 건 너무 이상한데? ㅋㅋ

 

source : hermes

입으면 요런 느낌. 손목을 보니 뒤집어 입은 거 같은데.. 사진상으로는 완전한 화이트 컬러로 보이지만 사실 위 사진보다는 조금 더 하늘색 느낌이 살짝 난다. 

 

Saint Laurent, Monogram Silk Slim Tie

폭좁은 슬림 타이를 좋아해 상당히 많이 가지고 있지만 의외로 검은색은 없어서 언젠가 사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이번에 사버렸다. 

143cm 길이에 폭은 4cm.
사진은 시커매서 잘 안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YSL(Yves Saint Laurent) 로고 모노그램 패턴이 은은하게 새겨져 있다.

 

Cole Buxton, Classic Track Pants.

처음 보고 처음 사보는 브랜드.
2014년에 Cole Buxton과 Jonny Wilson에 의해 설립된 영국의 스포츠 웨어 브랜드라고 한다. 
고품질의 원단으로 만든 훌륭한 질감과 내구성의 스포츠 웨어를 주로 만든다고 하는데, 나는 좀 큼지막하고 대충 편하게 입을 트레이닝팬츠를 찾다가 알게 된 브랜드다. 

 

전부는 아니지만 주로 영국에서 수공으로 제작을 한다는데..
뭐 좋은 원단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인건비가 다 가격에 녹아있는 거겠지?;;

일단 허리의 드로스트링이 굉장히 넓고 두툼한 것이 마음에 드네.

 

재질은 반들반들하고 부드러운 100% Interlock Polyester. 
반면 사이드에 널찍하게 달린 스트라이프 패널은 우븐(woven) 타입인 점도 독특하다. 

 

뒷주머니에 무심하게 별 두 개가 자수로 박혀있다. 
크게 입는다고 XL 사이즈를 샀는데 살짝 입어보니 너무 큰데???

공식 사이트에 가보니 모델은 185인데 M사이즈를 입었네?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