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어느덧 결혼 15주년이 되었다.

물론 결혼하기 전 연애 기간도 있었으므로 슈이와 만난 기간은 그보다 훨씬 오래되었지만, 결혼 후의 15년만 생각해도 벌써 그렇게 되었나? 할 정도로 후딱 지나가버렸다. 

 

평소에 가족이나 지인들의 생일 같은 건 잘 챙기지만 슈이와 나는 굳이 생일이나 기념일을 따로 챙기지는 않는다. 
그러기로 합의를 본 것도 아니고 자연스럽게 그래왔다. 
“무슨 날만 잘하는 게 중요한가? 평소에 잘 해야지..”하는 마음이 기본으로 깔려있기도 하고.

그냥 지나다 예쁜 게 보이면 먼저 생각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같이 먹고 싶고.. 한게 당연해졌달까.

그런데 이번엔 어쩌다 보니 결혼기념일 근처에 커플 액세서리를 맞추게 되었네?
또 억지로 기념일만은 절대 안 챙길 거라고 고집 피우려는 생각은 없기 때문에 뭐 자연스레 같이 가서 구입을 하게 되었다.

 

이번에 구입한 커플 액세서리는 팔찌(bracelet).

아마 커플템으로 함께 구입한 팔찌는 처음인 듯?

원래 과거를 돌아보기보다는 항상 현재를 즐기는 타입이라 매일매일 그저 즐겁고 행복하게 낙천적인 마인드로 살고 있는 중이지만, 그와는 살짝 대비되는 느낌으로 뭔가 내 물건이나 기록들에 대해서는 또 애착을 갖고 있는 편이기도 해서 가끔 뜬금없는 포인트에서 과거를 돌아보는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

특히 별생각 없이 툭툭 찍어서 저장해 둔 사진들을 가끔 보다 보면 혼자 피식 웃움이 날 정도로 재미있는 기억들이 많은데,
이번에 커플 액세서리를 구입하면서 예전 커플템들도 사진을 찍었을 것 같아서 한번 찾아봤다.

 

일단 액세서리 보관함에 보이는 내 커플링들을 다 꺼내봤다. 

전에(2018년) 다섯 번째 커플링을 구입하고 포스팅했던 기록(링크)을 찾아보니 링 정보를 이미 다 적어놨네.

첫 번째, 결혼 전 커플링인 BVLGARI의 “B.ZERO 1”.
두 번째, 결혼반지로 Cartier의 “1895 Solitaire”와 “C de Cartier Wedding Band”.
세 번째, 지극히 내 취향인 Cartier의 “Juste Un Clou”.
네 번째, 별 이유 없이 맞춘 Tiffany & Co. 의 “T Wire Ring” 과 “T Square Ring”.
다섯 번째, Cartier의 “Trinity Ring”.

사진만 봐도 이미 흠집이 많고 오래 끼고 다닌 흔적이 역력하다.

 

2006년 슈이와 미국 서부로 여행 갔을 때.
저기는 그랜드 캐니언, 와, 거의 20년 전이네.

손에 B.ZERO 1 링을 끼고 있는 게 보인다. 언제적 트루 릴리젼 청바지냐.

 

이건 2008년 슈이랑 강남 어딘가에 저녁 먹는 중.
역시나 B.ZERO 1을 끼고 있다.

 

그리고 2013년에 맞춘 “Juste Un Clou” 링. 

와 반지 깨끗한 거 봐.. 지금은 흠집이 잔뜩인데..
당시에 내가 그냥 사고 싶어서 커플링이 되었던 반지. 
요즘에는 카피제품도 많고 비슷한 컨셉의 다른 링들도 많이 보이지만 당시에는 굉장히 센세이셔널했다구.
1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검지에 거의 매일 하고 다니는 아이템.

 

2016년 맞춘 네 번째 커플링, “T Square Ring”.
슈이의 T Wire 같지 않고 내가 구입한 T Square 는 두꺼워서 끼고 다니면 좀 불편하다. 
더 불편해 보이는 B.ZERO 1 보다 오히려 더 불편한 느낌.

 

그리고 2018년 구입한 “Trinity Ring”.
친한 동생네 부부와 함께 네 명이 커플링으로 맞췄는데 편하기도 편하고 컬러도 칙칙하고 마음에 들어서 가장 자주 끼는 반지다.

 

그리고 이번에 구입한 LOVE Bracelet.
그런데 왜 상자가 세 개냐고?

LOVE 팔찌를 커플로 했는데 슈이 거는 가늘어서 레이어링 해야 예쁘다나 뭐라나..
그래서 2 x LOVE Bracelet + Juste Un Clou Bracelet.

 

알고는 있었지만 착용이 상당히 불편한 아이템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내가 구입한 두꺼운 LOVE 팔찌는 양쪽의 나사를 스크류드라이버로 한참이나 돌려야 풀 수 있는 구조.
그나마 슈이가 구입한 Small Model 의 경우에는 한쪽에는 나사가, 한쪽에는 여닫히는 힌지 구조라 그나마 나은 편.

 

어쨌든 그런 구조적인 특징 때문에 구입한 제품과 같은 색상으로 도금된 전용 스크류드라이버가 동봉되어 있다.

 

슈이는 로즈골드, 나는 화이트골드.

 

1969년 처음 선보인 러브 브레이슬릿.
상당히 오랜 역사를 지닌 디자인인만큼 초기 디자인인 내 팔찌는 양쪽의 나사를 꽤나 열심히 돌려야 하는데,
무조건 양쪽이 결합된 상태로 나사를 돌려야 하기 때문에 팔찌를 한쪽에 끼운 채로 테이블 등에 올려두고 굉장히 힘든 자세로 한참을 고생해야 겨우 착용할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인 것이 나사가 덜렁거린다든지 쉽게 빠져버리는 형태는 아니라는 것?
드르륵하면서 스냅이 걸려 다이얼을 돌리는 느낌으로 여닫게 되는데, 단단히 조이지 않으면 또 팔찌가 덜그럭거릴 수 있어서 꽤나 한참을 돌려야 한다.

 

슈이의 스몰 버전은 위에서도 언급했듯 한쪽에는 나사가, 한쪽에는 힌지가 위치해서 벌어지는 구조라 훨씬 편하다고 할 수 있는데,
돌려 잠그는 나사도 내가 구입한 두꺼운 버전처럼 여러 바퀴를 돌리는 게 아니라 반바퀴 정도만 돌리면 잠기는 구조.

하지만 이것 역시 다른 여느 팔찌들에 비하면 많이 불편하기 때문에 착용 횟수가 현저히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로 가죽 재질의 팔찌만 편하게 착용해온 터라 좀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했었는데 두세 번 착용해 본 결과 다행히 일상생활에 불편함은 전혀 없었다.

 

레이어링을 위해 구입한 슈이의 Juste Un Clou Bracelet.
못 머리 부분에 다이아가 좀 박혀있음에도 불구하고 슈이 팔찌 두 개 가격과 내 팔찌 하나의 가격이 비슷하다.
금값이 올라서 그런가.

 

매니저님이 선물로 주신 향초.
향알못이라 향이 좋은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7번째, 8번째를 넘어 20, 30번째 커플 액세서리를 하며 앞으로도 행복하게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