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구찌(Gucci) 맨즈 스토어가 오픈했다.
아마도 한 4월쯤? 오픈한 것 같다.
무역센터점의 루이비통이 전체적으로 확장공사를 하게 되면서 남성만 7층으로 분리되어 최근 자주 올라가게 되었는데,
루이비통 매장 바로 앞쪽에 구찌 매장이 보이길래 겸사겸사 들러 마음에 드는 몇 개를 집어왔다.
처음 방문하는 매장이라 특히 더 친절하다.
음료야 요즘 너도나도 다들 챙겨준다지만.. 첫 방문에 꽃다발도 주시네;;
이 옷은 사실 슈이가 고른 옷.
남성 매장인데 여자가 골라도 되냐고 하더니 이게 마음에 쏙 든다고..
사이즈 크게 입으면 되니 같이 입자길래 사 왔다.
슬쩍 입어보니 내 눈에도 괜찮네?
플로라 프린트로 유명한 Vittorio Accornero(비토리오 아코르네로)의 디자인을 재해석했다는데,
멀티컬러 GG 로고 때문에 알록달록하면서도 차분한 아이보리 컬러 베이스라 그런지 따뜻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가디건이다.
물론 그냥 그렇게 평범할 리는 없고..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컬렉션에 심심찮게 등장하던 그 호랑이가 라벨과 등짝에 자리하고 있다.
이 부분만 보면 굉장히 동양적인 느낌.
그리고 이건 루즈한 실루엣이라 아주아주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아이보리 컬러(실제로는 거의 화이트) 저지 쇼츠.
재배 및 제조 공정에서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물 소비를 줄이기까지 한 유기농 면으로 만들었다고…?
그린-레드의 웹 스트라이프로 전체적으로는 스포티한 느낌을 주는 반바지인데,
허리 끈과 양쪽 주머니의 골드 톤 똑딱이 버튼과 펠트로 된 인터락킹G 로고 덕분에 꽤나 빈티지한 느낌도 준다.
보자마자 컬러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구입한 티셔츠.
헐리웃의 매력과 대중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구찌의 러브 퍼레이드 컬렉션이라는데..
그건 잘 모르겠고 일단 시원한 터쿼이즈컬러에 빨간색 정갈한 폰트의 조합이 너무나 찰떡이다.
Car seule l’antiquité païenne éveillait mon désir,
parce que c’était le monde d’avant, un monde aboli.
Paul Veyne
폴 벤느(Paul Veyne) 라는 프랑스 고고학자이자 역사가의 에세이집 “Et dans l’éternité je ne m’ennuierai pas”에서 인용한 문구라고..
내가 구입한 Marilyn Monroe (마릴린 먼로) 버전 말고도
핑크컬러의 Clark Gable (클라크 게이블),
옐로컬러의 Theda Bara (테다 바라),
블랙컬러의 Jayne Mansfield (제인 맨스필드) 등이 있었지만..
다른 배우들은 이름조차도 처음 들어보는 데다가 알았더라도 이 컬러로 왠지 구입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구찌의 런웨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원색 트리밍의 싱글브레스트 재킷.
보통 프레피(preppy) 룩으로 이야기되는 미국 동부 사립고등학교 학생들 감성의 재킷.
뭐 나는 딱 그 감성을 원해서 샀다기 보다는 오히려 재질에서 구입의 목적을 찾을 수 있는데..
내가 평소에 “대충 사서 막 입고 버리지 말고, 좋은 옷을 사서 오래오래 잘 입자..” 라는 생각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면,
뜻을 달리하는 주변 지인들은 “어차피 넌 이것저것 그냥 많이 사 입는 거 아니냐”고 반박할 때가 있다.
그때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는 몇 개의 아이템들 중 하나가 13-14년 전 파리에서 구입한 루이비통 코튼 싱글브레스트 재킷이다.
그냥 오래전에 산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일 년에 몇 번씩은 꼭 입으니까.
딱딱하고 각 잡힌 재킷은 아무래도 좀 불편하기도 하고 뭔가 차려입은 느낌이라면,
니트 짜임처럼 좀 늘어지는 이런 재킷은 움직이기도 편할 뿐 아니라 어느 정도 격식을 갖춰야 하는 자리에도, 편한 자리에도 모두 입기 좋은 아이템이라 손이 자주 가게 된다.
물론 이번에 산 이 재킷은 빨간색 그로그랭(grosgrain) 트리밍 때문에 루이비통의 그 재킷만큼 자주 입을 것 같지는 않지만..
벌 모양 패치 자수와 구찌 라벨의 스티치 장식으로 꾸며진 커프의 디테일.
입었을 때 굉장히 보드랍고 편하긴 한데 레드 트리밍과 더불어 골드 버튼들도 좀 튀는 편이긴 하네..
전통적인 스타일의 노치드 라펠(notched lapel),
그리고 안쪽 주머니에 달린 귀여운 하트 자수.
그런데 25..는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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