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칙칙한 날씨가 계속되던 제주에서 오랜만에 화창한 날을 맞았다.
일이 있어 아침에 좀 일찍 일어난 김에 부지런히 준비해 서귀포 쪽으로 점심을 먹으러 나가기로.
목표는 소문으로만 듣던 바로 그 제주의 메밀국수집.
날이 워낙 좋고 하늘은 파란 데다가 멀리 보이는 한라산 위쪽에는 눈이 쌓여 마치 스위스라도 여행 온듯한 기분이 드는 점심식사행이라니..
제주 아니면 어디서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을까!
그렇게 도착한 곳은 양옆으로 너른 초록 메밀밭(아마도?)이 펼쳐진 산 중턱의 식당. ‘한라산아래첫마을‘
미리 대기를 걸고 왔음에도 입구는 대기하는 사람들로 꽤나 북적거린다.
‘한라산아래첫마을‘이라는 이름이 굉장히 독특해 전부터 기억에 담아두었던 곳인데 드디어 직접 방문할 수 있었는데,
유명세에 비해 내부는 그냥 작고 소박한 동네 식당 느낌.
제주의 사계절 자연을 곱다시 담았습니다.
… 곱다시?
제주 방언인가 하고 찾아보니 무려 표준국어대사전에 있는 단어였구나!
‘무던히 곱게’, ‘그대로 고스란히’ 라는 뜻이라고..
단어가 발음도 뜻도 참 예쁘네.
일단 들어와 자리에 앉자마자 주문!
제주메밀 물냉면 x 1
제주메밀 비비작작면 x 2
한우 맑은 곰탕 x 2
제주메밀 만두 x 1
나와 슈이, 그리고 아이 둘인데.. 일하시는 아주머니께서 “일행이 네 분 아니세요?” 하고 물어보신다.
아이들 먹이려고 시킨 한우 맑은 곰탕.
힌우 양지와 사태로 우려낸 맑은 국물 스타일인데, 아들 거를 좀 뺏어 먹어보았더니 이 집 곰탕 잘하네!!
하동관 같은 곳처럼 진한 국물 스타일은 아니지만 갈비탕 같으면서 시원하니..
맛있다는 소문을 듣고 시켜본 만두.
나는 개인적으로 만두를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먹어 보지도 않았지만 슈이의 이야기에 따르면 그냥 평범한 만두라고.
메밀로 만들어 만두피가 갈색인 점이 특이하네.
제주메밀 물냉면!
메밀향이 진하게 나는 메밀면이 한우육수와 어우러져 굉장히 깔끔한 맛을 낸다!!
와.. 이건 뭐 굉장히 맛있음.
사실 메인은 바로 이 ‘제주메밀 비비작작면’.
‘비비작작’은 어린아이가 천진난만하게 낙서하듯 그리는 모양을 이르는 제주 방언이라는데..
고소한 들기름을 두르고 들깨와 제주의 제철나물을 자박자박 비벼 먹는 메밀면의 이름으로는 정말 찰떡.
고기동에서 먹는 들기름 국수와 비슷한 맛일까? 하고 상상했었는데 전혀!
뭐가 좋고 나쁨의 평가는 아니고 둘 다 각자의 매력이 있어 너무 좋다.
친절하고 맛도 있고..
물냉면과 비비작작면의 맛에 이끌려 아마 조만간 다시 방문하게 되지 않을까..
배부르게 점심을 먹고 나서 생각나는 건, 역시나 맛있는 커피.
전부터 꼭 가보고 싶었던 카페인 서귀포 법환동의 ‘홉히 워크룸(hoPhi workroom)‘에 가보았다.
위 사진을 보면 대부분 비슷하게 느낄 것 같은데,
나 역시 인스타의 추천 게시물에서 처음 이 카페의 사진을 접하고는 ‘카페가 이렇게 작다고???’ 하는 생각으로 궁금함에 들여다보게 되었다.
카페 ‘홉히 워크룸(hoPhi workroom)’은 사실 정면샷에서 보는 것처럼 작은 푸드트럭 사이즈의 카페는 아니다.
길가에 마치 컨테이너 박스처럼 놓여진 길쭉한 형태의 카페 안쪽으로 커다란 로스팅 머신이나 각종 도구들이 알차게 들어서 있는 걸 볼 수 있다.
물론 이 카페에 가보고 싶다.. 라고 생각된 포인트는 단지 작아서는 아니었고,
이 집이 핸드드립 커피 전문점이라는 점, 게다가 주변에서는 참 드물게도 융드립을 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평일 낮임에도 불구하고 카페 안팎으로 사람이 꽤나 많아 내부가 붐볐지만
주문 후 진동벨을 받고 기다리던 중 잠깐 주문하는 사람들이 빠졌을 때 드립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카페 ‘나무사이로’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잔 한 잔 꽤 정성 들여 드립을 진행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융드립에 관심이 있어 잠깐 도전해 본 입장에서(괜히 거들먹..)
이 정도의 회전율이 나온다고 하면 융드립의 가장 치명적 문제인 융의 위생관리 문제는 좀 덜할 것 같다.
브룬디와 브라질 원두로 한 잔씩을 주문하고 집에 가서 직접 내려 마셔 보려고 커피 홀빈도 한 봉지 사봤다.
가격이 200g에 14,000원 밖에 안 하는데 원두를 사면 커피 한 잔은 또 공짜라네;;
커피 맛 평가를 하자면,
(너무나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기호식품의 평가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마는 그래도..)
일단 두 잔의 커피 중 브라질은 내 입맛에는 전혀 맞지 않았고, 브룬디는 꽤 괜찮았다.
드립커피에 대해서는 맛에 대해 꽤 관대한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두 잔의 맛 차이게 상당히 났는데 슈이와도 어느 정도 뜻이 통한 걸 보니 아마 우리가 평소에 찾아 마시던 커피와 방향성이 달라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내 기억에 의하면 메뉴에 적혀있던 브라질 원두 설명에 넛티(nutty)한 맛을 낼 것처럼 쓰여있던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게 좀 의아하다.
더더욱이나 융드립이면 종이필터에 비해 조금 더 기름지거나 넛티한 맛이 강해지던데 말이지.
어쨌든,
브룬디는 충분히 맛있었으니 멀리 남쪽 바닷가까지 방문했던 일 자체는 성공적.
김문혁
먼걸음 하셨네요! 제주도가면 홉히 가보려 했는데 참고해야겠어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혹시 괜찮으시다면 제주도에서 LPG 배달 자동화 어떻게 하셨는지 공유 가능하실까요..?
감사합니다
vana
안녕하세요!
LPG 배달 자동화는 제가 뭔가를 한 게 아니고
기본적으로 LPG 가스 업체에 시스템이 갖춰져있더라고요.
각각의 가스탱크에 GPS와 잔량 측정 장치(?)가 달려있어 일정량 이하로 내려가면 알아서 오셔서 충전해 주십니다.
물론 도시가스에 비해 가격이 높긴 합니다만, 특별히 사용에 불편함은 없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