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MES, Haut à Courroies (HAC) Bag

일반적으로는 생소하게 느낄 수 있는 이 Haut à Courroies 라는
생소한 이름의 이 가방은 에르메스의 창립자인 티에리 에르메스
(Thierry Hermès)의 아들인 샤를-에밀 에르메스(Charles-Émile
Hermès : 1835-1919)가 자신들의 안장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위해
특별히 디자인하여 제작한 가방이다.

처음 제작된 게 1900년이라고 하는데, 1900년대가 아니라 그냥
1900년(;;)..
가방 하나가 100년이 넘는 전통을 갖는 저 나라도,
그걸 꾸준히 같은 방식으로 제작하고 판매해 오고 있는 에르메스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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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산 가방은 50사이즈 Haut à Courroies.

Haut à Courroies는 한국어 발음으로 하자면 ‘오따끄루아’ 정도
되는 것 같은데 보통 줄여서 HAC Bag 이라고들 한다.
다양한 사이즈로 제작되지만 나는 큰 백을 좋아하므로 50사이즈를
주문해서 받게 되었다. 물론 블랙 가죽에 실버 컬러 하드웨어로.

지나서 얘기지만 50사이즈는 커도 너무 커서 40을 샀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워낙 입맛에 맞는 가방을 구하기도 어렵고 해서
아쉬운 대로 쓰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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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C 백은 사실 켈리(Kelly)와 함께 에르메스 최고의 백중에 하나인
‘버킨백(Birkin)’ 과 거의 같은 디자인이다.

버킨백은 영국 태생의 가수이자 배우인
제인 버킨(Jane Mallory Birkin)의 이름에서 이름을 딴 가방이다.
최근 에르메스의 가방을 위해 산 채로 죽임을 당하는 악어들에 대해
문제를 삼아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으나,
에르메스는 지금껏 가죽 농장에 최고의 윤리기준을 적용해 왔다고
반발했고 실제로 떠돌던 악어농장의 영상은 에르메스와는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어쨌든 다시 버킨백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1984년 당시 에르메스의
경영자였던 장 루이 뒤마(Jean-Louis Dumas)가 파리에서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에 우연히 제인 버킨의 바로 옆 좌석에 타게 되었고
제인 버킨이 짐칸에 올려둔 짚으로 만든 여행가방에서 내용물들이
덱으로 쏟아져 뒤마와 함께 서둘러 주워 담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마음에 드는 가죽 가방을 찾기가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녀를 위한 가방을 만들게 되었고 그렇게 버킨백이 탄생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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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HAC Bag은 그 버킨백의 엄마? 라고 할 수 있는데,
가장 큰 차이점은 세로 길이가 조금 더 길다는 점.
그리고 부속 하드웨어들의 모양이 조금 다르다는 점이 되겠다.

워낙 가방 자체적으로도 역사가 깊고 에르메스 안에서도 꽤 의미 있는
가방이라서 “HAC 백을 사는 것은 에르메스 역사의 조각 일부를 사는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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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산 가방에서 저 부직포들과 비닐을 떼내는 과정이 또
나름 기분 좋은 경험이지!

50사이즈 트래블 백이라서 크기가 엄청난데,
길이는 50cm, 높이가 45cm.. 폭도 25.5cm 정도.
가죽은 아마 토고(Togo)였던 것 같은데,
워낙 가죽 종류가 많아서 정확히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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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C Bag의 차이점 중에 위에서 이야기하지 않은 점 또 하나는,
손잡이가 조금 짧다는 점. 물론 이 50사이즈는 가방이 워낙 커서
손잡이가 켈리만큼 길었다면 아마 바닥에 끌고 다녔을 것 같다.

켈리, 버킨과 함께 별도 제작 공정을 거치는 HAC 백인만큼 
에르메스만의 엄청난 마감상태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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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보면 버킨백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

스트랩 끝 부분 금속의 좌우 길이가 다르고 돌려 잠그는 하드웨어도
각이 진 네모 형태로 버킨과 다르다.
그 돌려 잠그는 하드웨어가 가죽 부분에 달린 베이스 플레이트도 
세로로 길쭉한 사각형태에 고리 부분도 살짝 다르지만
이건 뭐 잘 아는사람 아니면 다른건 단번에 알아도 정확히는 구분이
안 갈 정도의 차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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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높이를 제외하고 버킨과 가장 차이가 큰 부분.
내가 구입한 가방은 하드웨어가 무광 실버 컬러라서
조금은 더 남성스러운 느낌이 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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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가죽 래핑이 되어있는 자물쇠도 조금은 특별하다..

 

hac

이렇게 자연스럽게 들어야 되는데,

2014년 초에 산 가방을 아직 20번도 안들고 나간듯?
뉴욕에서는 남자들이 참 많이 든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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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1. spargo

    지난 번, Kelly Relax는 저는 감당 못하겠다.. 생각했는데, HAC는 정말 제가 꿈꾸던 스타일이네요.
    특히, 시원시원하고, 선 굵은 느낌의 매트실버 장식이 화룡점정입니다.
    보통은 남자라도 블랙/금장 많이 택할 것 같은데.. 안목이 대단하십니다.
    마지막 사진의 가운데, 워렌 비티 처럼 생긴 남자가 든, 흘러내리는 느낌도 참 좋네요. 아마 부드러운 소재겠죠.
    멋진 가방에 대해 배웠고, 열심히 일해야할 동기부여까지 받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 vana

      vana

      칭찬 감사합니다.
      블랙/골드가 가장 인기있고 많이들 원하는 것 같은데,
      저는 매트 실버라서 더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골드컬러를 별로 선호하지 않아서요)

      40사이즈 였으면 더 열심히 들었을텐데, 너무 커서 아쉽습니다.
      매장에 40사이즈도 사실 오더를 넣어놨는데 들어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

      • spargo

        1. 샤를-에밀이 만든 초기형은 마구와 관련되어 있으니, 당연히 큰 사이즈 였을 듯.

        2. 고로, 40보다는 50사이즈가 더 초기형에 가까움.

        3. 좋은 물건은 프로토타입에 가까울수록 더 그 가치가 높음.

        4. 그래서, HAC 는 40보다 50사이즈가 킹왕짱!

        -너무 부러운 문외한의 졸견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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