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우드페커스(Woodpeckers)에 대한 팬심이 깊어져 자주 들여다보고 이것저것 구입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가끔은 따로 하나씩 기록하기에는 조금 가벼운 도구들이 생긴다. 그렇다고 비슷한 제품끼리 묶어보자니 그것도 꼭 마음처럼 되지도 않고. 

이번에 기록할 세 가지 제품도 그렇다. 

Ellipse Jig,
Pocket Compass Set,
6-in-1 Shop Gauge.

하나는 라우터를 이용해 원과 타원을 가공하기 위한 지그이고, 하나는 원이나 호를 그리기 위한 컴퍼스, 나머지 하나는 작업 중 여러 가지 측정과 세팅에 사용하는 다용도 게이지다. 

굳이 공통점을 찾자면 무언가를 정확하게 그리고, 측정하고, 가공하기 위한 도구라는 정도. 

이미 우드페커스의 측정도구들을 몇 차례 묶어서 기록하기도 했고, 그렇다고 각각 하나씩 포스팅하기에는 조금 작은 아이템들이라 이번에는 그냥 최근 구입한 우드페커스의 도구 세 가지를 한꺼번에 정리해 보기로 했다. 

 

Woodpeckers, Ellipse Jig

이름 그대로 라우터를 이용해 정확한 타원(Ellipse)을 가공하기 위한 지그다.

사실 나는 타원이라는 형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타원뿐만 아니라 자유곡선 형태의 가구나 소품도 선호하지는 않는 편.
앞으로 목공을 하면서 타원형 트레이나 액자 같은 걸 만들 일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해 보면 당장 떠오르는 것도 별로 없다.

그럼에도 이 제품을 구입한 이유는 의외로 ‘타원’이 아니라 ‘원’ 때문이다.
목공을 시작하고 보니 정확한 원을 그리거나 잘라내야 하는 일이 생각보다 자주 생겼다.
지금까지 목공방의 수업과정에서는 필요할 때마다 원하는 사이즈의 합판으로 구멍을 뚫은 후, 그걸 이용해 얇은 합판으로 템플릿을 만들고, 그 템플릿을 기준으로 패턴 비트를 사용해 가공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쨌든 교육 과정이고, 원리 자체를 이해하는 과정이긴 했지만 너무너무 번거롭다. 
게다가 템플릿을 만드는 그 과정에서 조금씩 오차가 생기기도 한다.
더 나은 방법이나 그 방법을 위한 장비가 세상에는 당연히 존재하겠지만, 빈도가 그다지 높지 않은 과정이라 그런지 찾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우드페커스에서 신제품으로 Ellipse Jig가 나왔다.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우드페커스의 팬으로서 늘 신제품 소식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기 때문에 나오자마자 알게 되었다. 

타원을 만드는 지그이지만 함께 제공되는 Axis Pin을 사용하면 Sliding Track Base 대신 하나의 중심점을 기준으로 지그가 회전하면서 정확한 정원(Circle)을 가공할 수 있다? 어차피 원을 가공하기 위한 지그가 하나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원만 만들 수 있는 제품보다는 타원까지 만들 수 있는 쪽이 낫겠다 싶었다.

게다가 (비록 빨간색은 아니지만) 우드페커스의 제품이고!

 

그렇게 바로 구입을 진행해 내 손에 들어오게 되었다.

본래의 기능인 타원 가공 방식도 재미있다.
타원은 긴 방향의 장축(Major Axis)과 짧은 방향의 단축(Minor Axis) 두 치수에 의해 형태가 결정된다.
Ellipse Jig는 중심에 Sliding Track Base를 고정하고 그 위에 Jig Arm을 결합하는 구조로, 라우터가 이 구조를 따라 움직이면서 일정한 타원 궤적을 그리게 된다.

 

source : woodpeckers

가공할 수 있는 장축은 9~19인치, 장축과 단축의 차이는 2~4인치로, 가장 작은 9×7인치부터 가장 큰 19×17인치까지의 타원을 만들 수 있다.

트레이나 액자처럼 안쪽과 바깥쪽에 두 개의 평행한 타원을 가공해야 할 경우도 고려되어 있다.
Jig Arm의 축 위치를 단순한 긴 슬롯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구멍이 서로 겹치는 형태로 가공해 두어서, 위치를 1/4인치 단위로 정확하게 이동시킬 수 있고, 덕분에 첫 번째 타원을 가공한 뒤 일정한 간격을 두고 두 번째 타원을 만드는 것도 비교적 간단하다.

 

 

본체는 레이저 커팅한 Steel에 Zinc Plating 처리를 했고, Jig Arm에는 여러 종류의 중대형 Plunge Router를 바로 장착할 수 있도록 CNC 가공된 마운팅 홀이 마련되어 있다.
내가 사용하는 라우터인 Festool OF 1400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지를 체크해 보려는데, 이미 제품 설명을 위한 페이지의 메인 이미지에 사용되는 라우터가 딱 내 라우터 제품이길래 더 찾아보지도 않았다.

구조 자체는 꽤 단순한데, 직접 만들어 사용하던 템플릿을 생각하면 이런 전용 지그가 주는 편리함은 분명히 있을 것.

다만 역시나 치수는 인치.
미국 제품들을 하나씩 들이다 보니 이제는 인치 눈금도 초반처럼 아예 막막한 상태는 아니지만, 여전히 목공을 하면서 mm와 inch 사이를 오가야 하는 건 어렵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

 

Woodpeckers, Pocket Compass Set

Ellipse Jig가 라우터로 실제 원과 타원을 ‘가공’하기 위한 도구라면 Pocket Compass는 그보다 훨씬 단순하게 원과 호를 ‘그리기’ 위한 도구다.
말 그대로 컴퍼스(라고 쓰고 콤파스라 읽는 중).

이번에 구입한 것은 Pocket Compass와 크기가 큰 Pocket Compass XL이 함께 들어 있는 세트.
기본형 Pocket Compass는 1~7인치, XL은 2~21인치 범위의 원과 호를 그릴 수 있다.

 

일반적인 컴퍼스와 목적은 똑같지만 생김새와 사용하는 방식은 꽤 다르다.
보통의 컴퍼스가 두 개의 다리를 벌리고 한쪽 끝을 중심에 고정한 상태에서 다른 쪽의 연필을 회전시키는 구조라면, Pocket Compass는 기다란 본체 자체가 작업물 위에 평평하게 놓여 사용되는 방식.

본체 길이를 원하는 치수에 맞춰 조절한 뒤 Locking Knob로 고정하고, 끝부분에 보관되어 있는 Stainless Steel Pivot Pin을 꺼내 중심점에 꽂는다.
그리고 해당 위치의 Pencil Hole에 연필을 넣고 본체 전체를 돌리면 된다.

 

일반적인 컴퍼스처럼 두 다리의 끝으로 도구 전체의 균형을 유지할 필요가 없고, 작업물 위에 본체가 놓여 있는 상태라 원을 그리는 도중 손을 바꿔 잡아도 중심이나 반경이 쉽게 틀어지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일반적인 컴퍼스만 써본 입장에서 이게 얼마나 편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휴대하거나 보관하기에 더 좋을 거라는 건 딱 봐도 알겠다.

본체는 두 개의 알루미늄 부품이 서로 텔레스코핑 방식으로 움직이는 구조이고, CNC 가공 후 우드페커스 특유의 붉은색으로 아노다이징 처리되어 있다.

 

두 제품 모두 양쪽으로 인치, 그리고 밀리미터 눈금이 레이저 각인되어 있다.
다행히(;) mm를 쓸 수 있다.

거창한 기능이 있는 도구는 아니지만, 원이나 곡선을 그리는 일이 은근히 많은 목공에서는 일반 컴퍼스보다 훨씬 편하게 꺼내 쓸 수 있을 것 같다.

 

Woodpeckers, 6-in-1 Shop Gauge

마지막은 6-in-1 Shop Gauge.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하나의 도구로 여섯 가지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만든 다목적 게이지다.

제품 자체만 보면 처음에는 도대체 어디에 사용하는 물건인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데, 기능을 하나씩 살펴보면 목공방에서 자주 반복하는 작업들을 꽤 영리하게 하나로 묶어 놓았다.

 

  1. 테이블 쏘의 Saw Blade나 Router Bit의 높이를 맞추는 Height Gauge.
  2. Drill Bit의 Stop Collar 위치를 설정하는 Gauge.
  3. 일정한 간격으로 선을 긋는 Marking Gauge.
  4. Rabbet 같은 가공부의 깊이를 확인하는 Depth Gauge.
  5. 판재의 정확한 중심선을 찾는 Centering Gauge.
  6. 그리고 좁은 구멍이나 홈처럼 본체가 직접 들어갈 수 없는 곳의 깊이를 측정하는 Depth Rod.

기본적으로는 이렇게 여섯 가지 기능이다.

 

이 제품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치수를 고정하는 방식.

본체 안쪽에는 한 쌍의 Stainless Steel Incremental Locking Rack이 들어 있다.
원하는 위치 근처까지 Slider를 움직인 뒤 Locking Knob을 조이면 양쪽 Rack의 기어가 서로 맞물리면서 정해진 간격에 정확하게 고정되는 구조다.

본체에는 인치와 밀리미터 눈금이 모두 새겨져 있는데, 재미있는 건 단순히 두 가지 눈금을 함께 표시해 놓은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내부의 Incremental Locking Rack을 분리해 뒤집어 장착하면 기어가 맞물리는 간격 자체를 바꿀 수 있다.
기본적인 Imperial 세팅에서는 1/32인치 단위로, Metric 세팅에서는 1mm 단위로 위치가 딱딱 맞아 들어가는 구조다.

미국 제품을 사용하면서 가장 불편한 것이 매번 인치와 밀리미터 사이를 오가는 일인데, 적어도 이 제품은 아예 1mm 단위로 고정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개인적으로는 당연히 Metric 쪽으로 세팅해서 사용할 예정.

 

내가 구입한 것은 작은 Pocket Gauge가 아니라 큰 Shop Gauge로, Base와 Sliding Block 사이를 최대 4-1/4인치까지 조절할 수 있고 별도의 Depth Rod는 최대 3인치까지 사용할 수 있다.

작은 Pocket Gauge도 있지만 작업실 안에서 사용하는 도구인 만큼 굳이 휴대성을 위해 측정 범위를 줄일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서 Shop Gauge를 골랐다.

 

 

세 가지를 나란히 놓고 보면 역시 같은 종류의 제품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Ellipse Jig는 가공을 위한 도구이고,
Pocket Compass는 마킹을 위한 도구,
6-in-1 Shop Gauge는 측정과 세팅을 위한 도구다.

다만 실제 목공을 하면서 반복적으로 생기는 작은 불편을 해결한다는 점에서는 꽤 우드페커스스러운 제품들이기도 하다.

 

목공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커다란 기계와 전동공구가 먼저 눈에 들어왔는데, 필요한 장비가 어느 정도 갖춰지고 나니 요즘은 오히려 이런 작은 도구들을 하나씩 채워 넣는 재미가 더 커진 것 같다.

물론 그 과정에서 자꾸 인치에도 익숙해져야 한다는 건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