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난 주말, 가족과 함께 전시에 다녀왔다.

한남동 그라운드시소(GROUNDSEESAW)에서 진행되고 있는 성률 작가의 기획전 ‘여름을 닮은 우리’.

여러 유명 아티스트들의 앨범 아트를 제작하고,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꽤 유명해진 작가라서 이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전시까지 찾아갈 정도로 관심을 가지고 있던 작가는 아니었다. 최근 슈이가 어딘가에서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을 보고 굉장히 마음에 들었나 보다. 

추진력 있는 슈이가 예매부터 그날 점심 메뉴까지 이미 다 정해두었길래 군말 없이 따라나섰다.

 

source : groundseesaw

오픈한 지 꽤 지났음에도 주말이라 그런지 전시장 안팎으로 사람이 상당히 많아서 놀랐다. 
요즘 젊은 친구들이 여러 가지 문화생활에 적극적이라고 듣기는 했지만, 실제로 젊은 커플들을 중심으로 한 관람객들이 줄을 지어 작품을 보고 있었다. 

‘여름을 닮은 우리’라는 전시 제목에 맞춰 공간 곳곳에는 나뭇잎과 조명을 배치해 푸르른 여름을 느낄 수 있도록 해두었고, 거기에 매미 소리까지 더해져 전시장 전체에서 여름이라는 계절을 가득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나는 전시에 방문하기 몇 달 전까지 성률작가의 그림을 보면 ‘초속 5센티미터’나 ‘너의 이름은’의 감독인 ‘신카이 마코토(新海 誠)’ 작품이 생각나서, 일본의 유명 작가겠거니 했는데 그림들을 보니 그런 일본풍의 느낌이 있으면서도 또 너무나 한국적이다. 
작품 역시 풍성한 구름이 가득한 파란 하늘 그림들만 거의 알고 전시에 방문한 거였는데, 막상 작품들을 하나씩 보다 보니 오히려 오래된 동네와 골목을 그린 그림들에 더 눈이 가고 매력이 느껴졌다.

낡은 적벽돌 건물과 담장, 집 앞에 자연스럽게 모아둔 화분들, 아무렇게나 자라난 잡초 같은 익숙한 풍경들. 
그 위로 한여름의 강한 햇빛이 떨어지면서 짙은 그림자를 만들고, 그 사이에는 반팔과 반바지 차림의 인물들이 자연스럽게 자리하고 있다. 
그림인데도 보고 있으면 뜨거운 햇빛과 후텁지근한 공기, 시끄러운 매미 소리까지 함께 떠오르는 느낌. 

 

작품에 그려진 인물들이 어린아이나 학생의 모습이라서 그런 영향도 있겠지만, 하나씩 작품을 보면서 계속 떠올랐던 것은 요즘의 여름이라기보다는 옛 여름의 느낌? 내가 어려서 지내온 여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님과 나이차이가 상당하던데.. 이상하네??
내 학창 시절이나 어린 시절 어디에선가 한 번쯤 봤을 법한 골목과 풍경들. 

 

배경뿐 아니라 작품 속 인물들의 자세나 표정, 행동에서도 그런 익숙함이 느껴진다. 
각자 전혀 다른 어린 시절을 보냈을 텐데도 그림을 보다 보면 ‘나도 저런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싶은 장면들이 하나씩 있다. 
아마 그런 개인적인 기억들을 자연스럽게 꺼내게 하고, 살짝씩 건드리는 그 느낌이 성률 작가 작품의 매력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수채화와 아크릴화뿐 아니라 드로잉과 프린트 등 크고 작은 작품 140여 점을 볼 수 있었던 이번 전시. 
걸려있는 그림을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들이라 아무래도 현장에서 원화를 감상하는 것에 극히 일부 느낌밖에 전달이 되지는 않겠지만,
포스팅을 위해 핸드폰에 찍혀있는 사진들을 들여다보는 데도 푸르른 느낌에 기분이 좋다.

어쨌든 작품 수도 많았고, 식물과 조명, 소리 등을 이용한 공간 구성까지 꽤 공을 들인 전시라 가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 
별다른 사전 정보 없이 슈이를 따라나선 전시였는데, 한동안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여름 풍경도 조금씩 떠올려보면서 꽤 재미있던 기억. 

우리 아들도 꽤 흥미롭게 보았다는 걸 보면, 남녀노소 상관없이 사랑받을만한 그림인가 보다. 

 

전시 마지막에 위치한 아트샵에서 판매하는 도록을 한 권 사 와봤다. 
슈이는 만화책? 을 사 온 거 같은데, 아직 난 보지 못했다. 
우측에 작은 이미지는 티켓.  

 

시원하게 펼쳐진 하늘과 구름이 너무 멋져서 뭐든 작품을 한 점 구입해 볼까? 하고 문의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이미 다 팔려서 대기를 걸어야 한다고.

역시 인기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