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새 작업물에 관한 기록을 남길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는 건 이번 작업물이 굉장히 오래 걸렸다는 이야기도 된다.
어쩌다 보니 대단하지도 않은 작업물에 엄청나게 시간을 많이 쏟게 되었는데 그래서 그만큼 만족스럽느냐..하면 또 그렇지는 않다.
어쨌든 나중에 돌아볼 수 있는 기록으로 이곳에 남겨는 두겠지만, 왠지 이번 포스팅은 거의 넋두리 느낌이 될 것 같다.

VA26-05 ‘Twin Plant Stand’
게으르긴 하지만 이런저런 창작하는 일에는 관심이 많다 보니, 하고 싶고 만들고 싶은 건 또 참 많다.
그래서 꽤 오래전부터 개인적으로 여러 제작 리스트를 작성해 관리하고 있다.
레고로 만들 것들
그리고 싶은 것들
목공으로 작업해 보고 싶은 것들
가죽으로 만들어 보고 싶은 것들
모델링 해서 3D 프린터로 출력하고 싶은 것들
이번에 제작한 Twin Plant Stand 는 꽤 오래전부터 ‘목공으로 작업해 보고 싶은 것들’ 리스트에 들어있던 아이템이었다.
제작을 위해 구조를 잡고 모델링을 하면서 ‘이건 금방 뚝딱 만들 수 있겠는데?’ 하는 생각을 했는데..
아.. 뭔가 그때부터 고생을 암시하는 플래그를 스스로 세웠나 보다.

아무리 일주일에 한 번 하는 목공 수업이라고 해도, 두 달을 꼬박 이걸 잡고 있었다니.
구조적으로 제작하기가 까다롭다거나 어려운 과정이 포함되어서가 아니라 실수라 발목을 잡았다.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수강생 중에 내가 특별하게 실수가 적은 편이다.. 라고 위로를 해주시긴 하셨지만,
어쨌든 시작한 지 1년 만에 일부 부재를 다시 잘라서 시작해야 하는 정도의 큰 실수를 하게 되었다.
보통은 그 정도는 땜빵을 하고 그대로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는 하셨지만, 성격상 그건 또 잘 안돼서..
어쨌든 몇 번의 도돌이표를 거친 후에 겨우 완성할 수 있었다.

일단 화분을 공중에 띄우게 되는 네 개의 기둥의 모양이 원기둥이나 사각기둥이 아니라 한쪽만 곡선 형태이다.
단면을 보면.. 저걸 뭐라고 부르려나. 저런 도형은 이름도 없는 것 같은데.
대충, 식빵 모양이랄까.
저 형태를 네 개의 기둥(스탠드가 두 개라서 총 여덟 개의 기둥)에 적용하느라 목공방에서 처음으로 라우터 테이블을 만져볼 수 있었다.

기둥과 기둥을 이어주면서 화분을 직접 받치게 되는 서포트 프레임의 연결 모습도 조금 독특한 형태로 만들어 봤다.
기둥을 일부 파내고 서포트 프레임이 그리로 들어가 딱 맞게 고정되도록 해서, 무거운 화분을 수직으로 받치는 데에 조금 더 튼튼한 구조를 만들어 봤다.
그냥 기둥끼리, 프레임끼리 만들어 놓고 도미노로 끼워 넣으면 얼마나 쉬웠겠냐마는..
티도 안 나는 저거 하느라도 꽤나 시간을 쏟았다.
그래도 내 눈에는 저렇게 수직으로 결이 만나서 끼워지는 느낌이 굉장히 마음에 든다.

계획에 없다가 뒤늦게 추가한 디테일.
원목으로 만든 스탠드다 보니 실내에 두게 될 예정인데,
화분에 물을 줄 때는 화분을 스탠드에서 꺼내서 밖에다 잠시 내놓고 물을 흠뻑 줘야 한단다.
물이 어느 정도 빠지면 다시 실내로 가지고 들어와 화분 받침대에 올려두게 될 텐데, 아무래도 화분에서 물이 빠져나오면 흐를 수 있는 구멍은 만들어 줘야 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 이거 내가 평소에 식물 하나 키워본 적이 없어서 아는 게 너무 없었구나.. 싶었지만.. 주변에 조언을 구해 얼른 디테일을 추가해 봤다.

이 화분 받침대는 위아래 양방향으로 놓고 쓸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물 홈도 양쪽에 파줘야 한다.
일이 자꾸 늘어나네?


전체적으로 가느다란 막대 형태만 사용되다 보니, 재료 자체는 굉장히 적게 들어갔지만,
마감단계로 가서 가느다란 막대 형태 여러 개를 전부 샌딩 하려니.. 와.. 그 시간도 만만치 않다.
넓은 면들은 전동 도구를 이용해 슥슥 밀면 그만인데, 이건 좁고 또 길어서 전부 하나하나 손으로 사포질을 해야 했다.

어쨌든 미리 사둔 콘크리트 재질의 화분에 맞춰 작은 사이즈 하나, 그리고 큰 사이즈 하나를 우여곡절 끝에 완성했다.
실수를 하고 수정하는 과정조차 재미있게 진행하긴 했는데, 너무 한 작업물에 보낸 시간이 길어지니까 후반에 가서는 조금 텐션이 떨어지는 느낌.

게다가 이번에는 나무 운도 별로 안 좋아서, 벌레 먹은 자국도 여기저기 많고 작은 옹이도 두어 군데..


오늘 오랜만에 볕이 좋길래 아뜰리에로 가져가 화분을 올려봤다.


화분 하나는 ‘구아바’,
또 하나는 ‘미스김 라일락’.
작은 게 미스김 라일락이라는데, 뭔 이름에 미스김이 붙었냐.
위키피디아에 찾아보니 이름의 유래는 다음과 같단다.
한국의 군정기인 1947년 캠프잭슨에 근무하던 미국 군정청 소속 식물 채집가 엘윈 M. 미더(Elwin M. Meader)가 북한산국립공원 내 도봉산에서 자라고 있던 털개회나무의 종자를 채취하여 미국으로 가져가 개량하였다. 당시 식물자료 정리를 도왔던 한국인 타이피스트 김(kim) 씨의 성을 따서 ‘미스김 라일락(Miss Kim Lilac, Syringa patula “Miss Kim”)’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후 1970년대 우리나라에도 수입되어 가정용 관상식물로 심어지기 시작하였다.

미스김 라일락이 조금 더 커져야 자세가 나오면서 예뻐질 것 같지만..
어쨌든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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