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상을 많이 촬영하는 편은 아니다.
사진이야 오래전부터 좋아해서 다양한 카메라와 렌즈를 구입하고 또 사용해 봤지만, 동영상은 여행이나 특별한 일이 있을 때 잠깐씩 남기는 정도가 대부분이었다.
한때 잠깐 영상 촬영에 관심이 생겨 이것저것 장비도 사보고 만져봤지만, 아무래도 영상촬영이라는 행위 자체가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촬영도 편집도 좀처럼 손에 붙지 않았다.
아니, 가만히 생각해 보니 사진조차도 요즘은 거의 휴대폰으로 찍고 있는 것 같기도?
지금처럼 블로그에 기록하기 위해 책상 위에 제품을 올려놓고 촬영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여행을 갈 때도 카메라 대신 휴대폰 하나만 들고 다니는 게 대부분이다.
사진이냐 영상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귀차니즘이 커진 것이 더 정확한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건 그렇다치고,
한때라도 차라리 본격적인 영상 촬영장비에는 관심이 있을지언정 액션캠이나 포켓 카메라에는 이상하리만큼 관심이 적었다.
나보다 훨씬 활동적인 슈이는 액션캠으로 이것저것 촬영하고 부지런히 편집도 하던데, 나는 언젠가부터 과장된 원근감을 만드는 광각렌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액션캠으로도 충분히 멋진 영상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상하게 내 취향의 결과물이 나올 것 같다는 기대는 잘 생기지 않았다.
블로그에 올리는 사진들도 대부분 표준화각이나 망원에 가까운 화각으로 촬영한 것들.
피사체의 형태가 자연스럽고 왜곡이 적은 사진을 더 선호하게 되면서, 넓은 장면을 한 번에 담는 것을 중심으로 발전해 온 액션캠이나 포켓 카메라의 매력을 크게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DJI, OSMO Pocket 4P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이야기가 달랐다.
새로 출시된 DJI의 OSMO Pocket 4P는 기존 포켓 시리즈와 달리 렌즈가 두 개 달려 출시되었다.
하나는 35mm 환산 약 20mm의 광각 카메라, 다른 하나는 환산 약 60mm의 중망원 카메라.
넓게 담는 것에 집중했던 기존의 포켓 카메라에서 벗어나 서로 다른 두 가지 화각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오, 이건 좀 잘 사용해 볼 수 있을지도?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Insta360에서도 Luna Ultra 라는 짐벌 카메라가 출시되었다?
공교롭게도 이 제품 역시 망원렌즈를 달고 나온 건 물론, 무려 라이카와 공동 개발한 주미크론 렌즈를 적용했다고.
아.. 비교군이 없었다면 마음이 편했을 텐데..
그렇게 꽤나 고민을 하다가 실제 구매해서 사용하고 있는 현상 작가님께 자문을 구해 결국 오즈모 포켓 4P를 구입하게 되었다.

일단 스탠더드 콤보 제품으로 구입을 해봤는데,
패키지를 열면서 짝퉁이 온 건 아니겠지? 하는 마음이 살짝 들었다.
요즘 제품 같지 않은 너무 허접한 패키지에다가 내용물도 굉장히 대충 포장한 느낌.
루나 울트라와의 비교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이런 데에서 단가를 낮춘 걸까?

비닐로 허접하게 포장된 부품들을 전부 꺼내보았다.
스탠더드 콤보 제품의 구성품은 다음과 같다.
OSMO Pocket 4P 본체,
USB-C to C PD 케이블,
OSMO Pocket 4 필라이트,
손목 스트랩,
OSMO Pocket 4 핸들 – 1/4″(6.35mm) 나사산
OSMO Pocket Pro 휴대용 백
스티커와 각종 설명서


OSMO Pocket 4P는 기존 일반형 Pocket 4보다 조금 더 크고 무겁다.
(l)159.5mm x (w)63.3mm x (h)33,5mm / 230g
Pocket 4가 약 190.5g인 데 비해 4P는 약 230g으로 늘어났고, 본체의 폭 역시 두 개의 렌즈를 담기 위해 넓어진 형태.
‘포켓’이라는 이름처럼 컴팩트하고 가벼운 본체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스윽-꺼내서 바로 촬영을 하는 것을 가장 큰 특징으로 내세웠던 제품인데, 아무래도 부피와 무게가 커졌다는 건 아쉬울 수밖에 없는 부분.
많은 리뷰어들도 이 부분에서 크게 마이너스 점수를 주던데, 나는 부피나 무게를 줄이면서 망원렌즈를 뺐다면 구입 자체를 하지 않았을 거라서 크게 단점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물론 같은 기능에 작아진다면야 너무나 환영이지만.

1000 nit 밝기의 50mm(2″)의 터치스크린.
이미 포켓3 부터도 적용되었던 회전식 스크린은, 손가락을 이용한 간단한 회전 동작으로 촬영을 시작하거나 모드를 변경할 수 있다.
이전 버전을 안 써본 입장에서는 굉장히 만족스러운 유저 경험을 주는 기능.

렌즈가 어떻고 터치스크린이 어떻고 해도, 이 제품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당연히 3축 짐벌.
컴팩트한 바디임에도 고급 3축 기계식 안정화 시스템을 통해 부드러운 영상 촬영을 가능하게 해준다.
다양한 팔로우 모드와 짐벌 관련한 다양한 커스텀 기능들이 있다는데 조금 공부가 필요할 것 같다.


좌측이 60mm 환산 초점 거리, f/1.8 조리개, 최대 12배 줌의 중망원 렌즈.
우측이 20mm 환산 초점 거리, f/2.0 조리개, 16mm(1″) CMOS, 17스탑 다이내믹 레인지의 광각 렌즈.
LOFIC 이라는 기술을 기반으로 저조도를 비롯해 다양한 조건에서도 선명한 사진과 영상을 담을 수 있다고 한다.
약 37MP의 스틸 사진을 촬영할 수 있으며 180°, 3×3의 파노라마 사진도 촬영이 가능하다.
일반적인 동영상 이외에도 슬로 모션, 타임 랩스, 모션 타임 랩스, 하이퍼랩스, 저조도 촬영 모드 등이 제공되며,
촬영 가능한 동영상 해상도는 아래와 같다.
4K (16:9, 3840×2160)
24/25/30/48/50/60 fps
1080p (16:9, 1920×1080)
24/25/30/48/50/60 fps
3K (9:16, 1728×3072)
24/25/30/48/50/60 fps
1080p (9:16, 1080×1920)
24/25/30/48/50/60 fps
추가로 촬영 가능한 슬로모션 프레임은 아래와 같다.
광각렌즈
4K (16:9, 3840×2160) – 100/120/200/240 fps
1080p (1920×1080) – 120/240 fps
중망원 렌즈
4K (16:9, 3840×2160) – 100/120/200 fps
1080p (1920×1080) – 120/240 fps

최대 1TB 까지의 micro SD카드를 추가로 끼워 사용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103GB의 내장 저장 장치가 들어있다는 점도 참 마음에 드는 부분.
이렇게나 작은 바디에 위에 열거한 다양한 기능을 제공함에도 완충 되었을 때 작동 시간이 210이나 된다고.
물론 같은 1545mAh의 배터리를 사용하는 Pocket 4에 비하면 작동 시간은 30분 정도 짧지만, 그래도 Pocket 3에 비하면 훨씬 긴 촬영 시간을 제공한다.


짐벌 부분의 측면에 LED 필라이트(Fill Light)를 장착하도록 만들어 둔 접점.
제 위치로 가져가면 가볍게 척 붙어서 사용하기 굉장히 편할 것 같다.
필라이트는 12 lux/25 lux/40 lux 이렇게 3단계 밝기 조정이 가능하며 색온도도 2800K/ 4000K/ 5500K 로 각각 조절이 가능하다.


슬쩍 스크린을 돌렸더니 바로 세팅 화면과 퀵 스타트 가이드를 시작한다.
Luna Ultra는 저 스크린이 분리되어서 원격 모니터/리모컨으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건데..
아무래도 스펙만 놓고 보면 Insta360의 Luna Ultra 쪽이 좀 더 화려해 보이는 부분도 있다.
8K 촬영이나 라이카 컬러 프로필 적용 등등.
하지만 어쨌든 OSMO Pocket은 여러 세대에 걸쳐 다듬어 온 포켓 짐벌 카메라의 조작성과 안정성이 있으니 믿고 써봐야지.
물론 이 제품 하나 샀다고 갑자기 안 찍던 영상을 부지런히 찍게 될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이렇게 마음에 드는 카메라를 구입하고 나면 별다른 이유가 없어도 평소보다는 더 찍어보고 싶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오랜만에 그런 기대를 품게 만드는 일 만으로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일단은 무조건 긍정적으로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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