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 SACD, DVD, Blu-ray, 4K UHD Blu-ray 까지, 지금까지도 다양한 물리 매체를 모으고 있는 나로서는 거기에 더해 추가로 LP 세계에 발을 담그는 일 자체에 대한 망설임의 시간이 상당히 길었다. 물리 매체 수집에는 끝도 없고 답도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이놈의 LP 인기는 예전보다 더해서 자꾸 눈앞에서 손짓을 한다.
그렇게 꼬심 당하기를 몇 년.
수집은 하지 말고, 정말 몇 개만 사서 재미와 감성만 느껴보자.. 라는 마음으로 턴테이블도 없이 사고 싶은 LP만 한두 장씩 사봤다.
지금도 그 마음은 변치 않았고 현재 다 합쳐서 3-40장 정도 구입을 한 것 같다.
일단 LP를 샀으니 또 들어봐야 하잖아?
턴테이블을 사야겠다.. 마음을 먹은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제품은 당연하게도 Bang & Olufsen의 Beogram 4000c.
우리 집 거실을 비롯해 내 방, 부부 침실 등은 물론 제주 갤러리까지 모두 Bang & Olufsen 오디오를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Bang & Olufsen을 좋아하는데,
1972년에 Jacob Jensen이 디자인한 이 턴테이블이 2020년에 현대화되어 재판매가 되었다니, 너무 멋지잖아.
하지만 가볍게 감성만 즐기기에 이 건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과한 선택이다 싶어서 찾다가 알게 된 브랜드가 바로 ‘톤 팩토리(TONE Factory)‘.
TONE Factory(톤 팩토리)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시작된 비교적 젊은 오디오 브랜드다.
브랜드가 공식적으로 출범한 시기는 2019년으로 니콜 리히테네거(Nicole Lichtenegger), 필리프 볼링거(Philipp Wollinger), 야코프 디른베르거(Jakob Dirnberger)로 구성된 젊은 디자인·마케팅 팀이 약 2년에 걸쳐 미니멀한 턴테이블을 개발한 것이 시작이었다.
심지어 첫 제품인 TONE Turntable은 2019년 말에서 2020년 초 사이 Kickstarter를 통해 공개되었다.
하지만 TONE Factory는 Pro-Ject Audio Systems와 Musical Fidelity 등을 보유한 오스트리아의 Audio Tuning Vertriebs GmbH 산하의 브랜드로, 제품 디자인과 브랜드 기획은 빈에서 진행하지만, 실제 생산은 Pro-Ject Audio가 오랜 기간 축적해 온 설계 경험을 살려 체코에서 생산되는 것 같다.
그렇다고 쳐도 내가 구입할까 망설였던 Bang & Olufsen 이라든지, 잠깐 구매 선상에 올렸던 Technics 같은 전문 브랜드에 비할 건 아닌, 대중 친화적이고 가벼운 접근에 어울리는 라이프스타일 하이파이 정도의 위치라고 볼 수 있는 제품.

길고 험난했다.
이렇게까지 해서 구입을 하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복잡하고 지리한 과정을 거쳐 내 손에 겨우 들어올 수 있었다.
짧게 험난한 여정에 대한 기록을 해두자면,
처음에는 깔끔한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 오 입문용으로 너무 괜찮네? 싶은 가벼운 마음으로 찾게 되었는데,
라이프스타일 하이파이를 지향하는 브랜드이다 보니 너무나 다양한 컬러로 생산이 되고 있었고, 그중에서 ‘Terracotta Red(테라코타 레드)’에 꽂혀버렸다.
결국 이게 문제인데..
내 블로그 메인 컬러로 사용하는 오렌지 컬러가 바로 테라코타 레드다.
원래도 그 채도 낮은 점토 벽돌의 컬러를 좋아하기도 하고, 쨍한 오렌지 컬러와는 다르게 묵직한 느낌도 줘서 평소 가장 좋아하는 컬러였던 것.
그런데 나만 그런 게 아니었던 건지, 국내 사이트는 물론 미국, 영국 어디에도 톤 팩토리의 테라코타 레드 컬러는 품절이다.
국내의 여러 오디오 제품 판매 사이트들을 뒤져봐도 없고, 해외에도 마찬가지. 심지어 eBay 등을 찾아봐도 매물이 없다.
한국에서 톤 팩토리 제품을 문스콜라보로 판매했었던 문규형한테 연락해서 한국 수입원에 이야기해서 테라코타 레드 컬러 좀 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국내에 한 피스 들어와있는데 어딘가에 협찬으로 나가있다고.
아니 도대체.. 이 색이 그렇게 인기가 많은 색이야??
이 정도로 애써서 갖고 싶은 제품은 아니었는데, 슬슬 오기가 생겼다.

몇 달을 찾아 헤매던 중에 오스트리아 본사 공식몰에 재고가 들어온 것을 확인!
바로 주문을 하려 했으나, 한국으로의 배송은 안된다.
독일 배대지를 이용해서 주문을 넣었는데, 무슨 오디오쇼에 출품하게 되어서 2주간 기다려 달란다.
그 뒤로 여러 차례 담당자와 메일을 주고받은 이후에,
유럽 내 배송비 + 배송대행지 이용료 + 고가 제품 특약료 + 관부가세 크리티컬을 맞고 내 손에 들어오게 되었다.
아..
별것도 아닌걸..


TONE Factory, TONE Turntable + Dustcover (Terracotta Red)
톤 팩토리의 턴테이블에 투명한 더스트 커버가 포함된 제품이다.
사실 더스트 커버는 없는 편이 훨씬 예쁘지만, 장기적으로는 아뜰리에의 사무실에 둘 예정이라 생활 먼지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서 포함된 제품으로 구입했다.

TONE Turntable은 앞서 설명했듯 브랜드의 출발점이 된 제품.
일반적인 턴테이블은 플래터와 톤암 외에도 속도 선택 스위치라든지, 톤암 리프트, 안티 스케이팅 조절 장치, 카운터 웨이트와 각종 버튼들이 외부로 노출되어 있다.
반면에 이 TONE Turntable은 기계적인 요소를 최대한 감추는 방향으로 아주아주 미니멀하게 디자인되었다.
열자마자 찍었더니 사진에 카운터 웨이트가 빠져있지만, 어쨌든 거의 정사각형과 원형만 보이는 심플한 외형이다.
그래서 더더욱 외관의 컬러가 중요했던 것(이라고 스스로 위로를 해본다).

심플한 외관만큼이나 구성품도 심플하다.
TONE Turntable 본체,
전원 어댑터 (바로 사용은 가능했지만, 돼지코가 유럽 형태라 두께가 맞지 않다)
Dustcover를 연결하는 부품과, 충격 완화용 실리콘 스티커, 렌치
톤암용 카운터 웨이트


제품 상부에는 플래터와 톤암 외에 눈에 띄는 조작부가 거의 없고, 전원과 속도 선택을 비롯한 컨트롤은 본체의 전면 하단부에 숨겨놨다.
개인적으로는 그 위치가 조작하기에 딱히 어려운 자리도 아니라서 굉장히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복잡한 오디오 장비라고 생각될 수 있는 턴테이블 자체를 미니멀하고 단정한 하나의 오브제처럼 보이게 한 선택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사이즈는 360mm x 360mm 정사각형 사이즈에 높이는 고작 54mm.
무게도 2.8kg 으로 상당히 가볍다.
일반적인 턴테이블에 비해 외관이 심플한 것은 물론 낮고 전체적으로 평평한 구조.

톤암(Tonearm)의 유효 길이는 8.6인치(약 218.5mm)이며 유효 질량은 6g.
침압은 출고 단계에서 약 17.5mN로 조정되어 있다고 한다.
카트리지와 스타일러스는 덴마크의 카트리지 전문 브랜드 Ortofon 제품을 사용한다는데, 그 회사 제품이 어느 정도인지 전혀 모르겠다.

전면 하단부의 스위치.
좌측이 전원 스위치, 우측이 속도 조절 스위치이다.
33 RPM과 45 RPM 두 단계의 조절이 가능하다.
나는 이 턴테이블을 연결할 별도의 작은 앰프를 따로 구입했지만, 사실 이 턴테이블은 포노 프리앰프가 내장되어 있고, 심지어 블루투스 송신 기능도 포함되어 있다.
턴테이블로 재생하는 음악을 블루투스 스피커나 헤드폰으로 보낼 수 있다는 것.
아날로그 방식으로 재생된 음악을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 이어폰이나 블루투스 스피커로 전송되는 기능이라는 건데, 처음에는 굳이 그런 기능이 필요할까? 싶은 생각이었지만, 이 톤 팩토리 브랜드가 표방하는 ‘쉽고 간단히 레코드를 들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과 궤를 같이하는 것 같아서 그렇게 이해하기로 했다.

톤암의 뒷부분.
저기에 카운터 웨이트를 달면 된단다.
아빠가 전자제품을 좋아하셔서 인지, 우리 집에는 어렸을 때부터 나름의 A/V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고 VHS뿐만 아니라 LD로 뮤직비디오를 보거나 하기도 했었는데,
막상 나는 어려서 한 번도 내 턴테이블을 가져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형 방에 있는 미니 오디오를 통해서 가끔 LP를 올려 듣곤 했었는데,
그냥 LP를 올리고 돌리면 음악이 나오나 보다.. 했지, 바늘의 압력이니, 톤암 뒤에 웨이트를 조절하느니 그런 건 아예 몰랐었다.
어쨌든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허접하지만 이게 내 소유의 첫 턴테이블인 것.


TONE Factory, TONE Speaker S
TONE Speaker S는 톤 팩토리가 턴테이블을 출시한 뒤 Pro-Ject와 함께 개발한 패시브 북셸프 스피커.
미니멀한 턴테이블의 디자인 방향성에 맞춰 플로어 스탠딩 모델인 TONE Speaker L과 함께 개발된 제품이다.

전면에 별도의 장식이나 복잡한 형태를 전부 덜어내어서 사각형+원형만 보이도록 디자인된 전형적인 2웨이 북셸프 스피커.
물론 스피커로서 성능은 크게 기대가 안되지만, 일단 외관상 너무나도 깔끔하고 똑떨어지는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

캐비닛 크기는 폭 160mm, 높이 271mm, 깊이 215mm이며, 한 개당 무게는 4.9kg 이다.
턴테이블이 워낙 가벼워서 스피커도 가볍겠거니 하고 들었다가, 생각보다 무게가 꽤 되어서 놀랐는데, 19mm 두께의 MDF로 제작되었다고 하니 납득이 간다.
또 나무 만지는 사람이라 무게가 딱하면 딱 나오지..
공식 사이트의 스펙 설명에 따르면,
상단 트위터는 지름 25mm의 실크 돔 방식이며 네오디뮴 마그넷을 사용했다고 하고, 중/저음을 담당하는 유닛은 지름 130mm의 유리섬유 콘이 들어가 있다고 한다.
후면에 포트가 달린 베이스 리플렉스 방식이며, 공식 주파수 응답은 50Hz에서 20kHz.
공칭 임피던스는 8Ω, 감도는 1W 입력과 1m 거리 기준 88dB다. 권장 앰프 출력은 10W에서 150W.. (도대체 뭔 소리야)
AI에게 물어보니,
“일반적인 방에서 보통의 음량으로 사용하는 데에 현실적인 조합이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좋은 사운드를 기대하고 듣기에는 한계가 있다.” 라고.
그래도 실크 돔 트위터와 130mm 유리섬유 우퍼, 19mm MDF 캐비닛, 후면 베이스 리플렉스 구조 등은 소형 패시브 스피커로서 꽤나 정석적인 구성.

TONE Factory, TONE Amp S
TONE Amp S는 턴테이블과 스피커 사이를 연결해 주는 초소형 인티그레이티드 스테레오 앰프.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란 입력을 선택하고 음량을 조절하는 프리앰프와 스피커를 실제로 구동하는 파워앰프를 하나의 제품 안에 결합한 형태를 말한다.


작지만 나름 있을 건 다 있는 구성.
TONE Amp S 본체,
전원 어댑터와 8자 전원 케이블(역시나 얇은 돼지코 플러그라서 다행히 8자 케이블만 교체하면 된다)
리모컨과 배터리
전용 안테나


제품이 얼마나 작은지, 한 손에 쏙- 까지는 아니어도 가볍게 올릴 수 있을만한 크기다.
폭 103mm x 깊이 115mm x 높이 37mm 로, 요즘의 애플티비보다 살짝 큰 정도.
알루미늄 하우징을 적용하고도 무게가 고작 450g 이니 얼마나 작은 건지 감이 오려나?
이처럼 작은 크기에서 필요한 출력을 얻기 위해 고효율 증폭 방식인 클래스 D 앰프를 사용한다고 하는데,
클래스 D는 전력 효율이 높고 발열을 줄이기 쉬워 소형 앰프에 적합한 방식으로, 과거에는 소리가 거칠거나 얄팍하다는 인식이 있기도 했다지만 뭐 내가 그 정도를 느낄 건 아니라서. 어차피 음질 좋은 거 들으려면 디지털로 들어야지.
전면에 볼륨 조절용 노브가 달려있는데,
내부에 모터 구동식 아날로그 포텐셔미터가 사용되어 리모컨으로 음량을 조절하면 실제 볼륨 노브가 함께 움직이는 방식.

후면 입력부의 모습.
일단 두 조의 RCA 라인 입력이 달려있다.
한 조에는 TONE Turntable을 연결하고, 나머지 한 쪽에는 CD플레이어나 다른 뭔가를 연결할 수도 있겠다.
블루투스 5.0 수신도 가능하며 A2DP 프로파일을 지원하기 때문에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태블릿 등을 연결해 스트리밍 음악을 재생할 수 있다.
aptX와 aptX HD 코덱도 지원하지만 아마도 아이폰은 안될 듯?
공식 사이트에 AAC 지원 여부가 별도로 명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 부분은 잘 모르겠다.

한 세트로 모이니 미니멀한 디자인이 더더욱 돋보이는 느낌.
성능도 그럭저럭인 이 녀석들을 모으느라 여기에 얼마를 태운 거냐.


상부에 부직포 스타일의 슬립 매트를 걷어내면 유광의 플래터가 드러나는데, 구멍에 손가락을 넣어 들면, 내부 구조가 드러난다.
구동 방식은 벨트 드라이브 방식.
모터의 회전을 고무벨트를 통해 플래터로 전달하는 구조로, 모터가 플레터를 직접 회전시키는 다이렉트 드라이브 방식보다 모터 진동이 플래터와 카트리지로 전달되는 것을 줄이기에 유리하다고 한다.
처음에 구입하면 벨트가 모터에 걸려있지 않은데, 플래터를 들어 모터에 걸어주는 일을 해야 정상 동작할 수 있다.

카운터 웨이트도 제대로 끼워주었다.

TONE Factory의 전용 RCA 케이블.
그리고 턴테이블용으로 따로 구입한 안전사의 어댑터와, 앰프에 끼울 8자 전원 케이블도 추가 구입.

더스트 커버를 끼워본 모습.
고정은 안 했다.
집에 있을 동안이라도 커버 없이 예쁜 모습으로 감상하려고.

크..
힘들게 구입한 만큼 당분간은 더 좋은 턴테이블로 바꾸고 싶은 마음이 들지는 않을 것 같지만,
LP는 조금 더 사모을 지도 모르겠다.
턴테이블을 받은 이후에도 이미 7-8장은 더 추가 구입한 것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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