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킹스맨에서 너무도 유명한 대사 “Manners, Maketh, Man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외에도, 기억에 남는 또 하나의 구절이 있다.

“The suit is a modern gentleman’s armour, and the Kingsman agents are the new knights.”
수트는 현대 신사의 갑옷이며, 킹스맨 요원들은 새로운 시대의 기사다.

평소 수트를 입을 일이라고 해봐야 경조사가 전부인 나지만, 그럼에도 남자에게 ‘수트’란 건 마치 입지 않더라도 갖춰둬야 할 전투복(갑옷) 같은 존재.

최근엔 대부분의 직장인들조차 수트를 자주 입지 않게 됐고, 사회 전반적으로도 실용적이고 자유로운 복장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보니, 꼭 수트를 입어야 할 일이 생겨도 가볍고 캐주얼한 형태의 수트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킹스맨(Kingsman)*을 비롯해 007 시리즈, 피키 블라인더스(Peaky Blinders) 같은 영국 배경의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브리티시 스타일의 정통 수트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정통 영국식 수트는 셔츠-팬츠-베스트-재킷-넥타이-구두-모자-코트-지팡이까지 갖춰야 ‘완성’이라고들 하지만, 아무리 피키 블라인더스의 킬리언 머피가 멋졌다고 해도 요즘 그런 차림으로 거리를 다니는 건 나로서는 감당하기 힘들 듯.

뭐 그렇다고 내가 이번에 대단한 브리티시 수트를 산 건 아니고,
그냥 현대백화점 DIOR 매장에서 오랜만에 수트 한 벌을 구입하게 되었다.

예전엔 ‘루이비통(Louis Vuitton)’이나 ‘톰 포드(Tom Ford)’에서 간간이 ‘수 미주라(Su Misura)’ 방식으로 반맞춤 수트를 몇 번 맞춰 입곤 했는데, 결국 입을 일이 없다 보니 자연스레 그런 일 조차 멀어지게 되었다. 예전에 맞췄던 것들은 체중이 늘면서 잘 맞지도 않고.

그래서 겸사겸사, 지금 잘 맞는 기성 수트 하나쯤 마련하자.. 하고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 디올 매장에서 와인 마시러 오라는 행사가 있다길래 가봤고, 하필(?) 그 자리가 수트를 잔뜩 가져다 놓은 행사였다.

 

Dior, Classic Suit.

100% 캐시미어(Cashmere) 소재의 보드라운 블랙 수트.
클래식한 심 구조를 적용한 2버튼 싱글 브레스트(Single Breasted) 클로저 재킷이라 과한 디테일 없이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되겠다. 

 

피크드 라펠(Peaked Lapel) 형태로 조금 더 클래식한 분위기가 난다. 

 

안감은 레이온 100% 소재에 내가 좋아하는 까나쥬 패턴. 

 

재킷 뒤 양쪽으로 트임이 있는 더블 벤트(Double Vent) 타입으로 싱글 벤트에 비해 훨씬 정통적인 인상이다.

 

팬츠야 뭐 아주 기본적인 형태지만 살짝 슬림한 실루엣. 
예전 톰 포드에서 맞췄던 수트들은 대부분 조금 와이드 한 핏이라 약간 펄럭거리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 디올 수트는 거의 ‘착붙’이다. 

 

전체적으로 아주아주 클래식한 수트지만 유일하게 눈에 띄는 디테일이라면 바로 이 금속 버튼.
나란히 배치되어 있는 나머지 세 개와는 달리 금속 소재라 존재감이 뿜뿜.

이쯤 되니, 뭔가 구두도 하나 사야할 것 같은데..
블랙 컬러의 정통 옥스포드. 더비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