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갤러리 공사를 비롯해서 여러 차례 건축과 인테리어 현장을 서성이며 늘 마음 한구석에 구입하고 싶은 마음이 자리하고 있었던 레이저 레벨기. 
회사 다닐 때도 삐딱한 걸 잘 못 봐서 사람들에게 ‘얼라인(align) 성애자’라 불리기도 했을 정도로 수직/수평이나 줄 맞추기에 진심이었던 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가정집에서 레이저 레벨기를 구입해 봐야 크게 쓸모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늘 마음에만 품고 있었는데…
백화점 아이쇼핑하듯 가끔 들러보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KickStarter(킥스타터)에 레이저 레벨기가 보이네?
내용은 자세히 보지도 않고 뭔가 열심히 만들었다고 써놓은 것 같으니 일단 펀딩을 걸어보았다.

 

원래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는 펀딩 후 잊고 살아가다 보면 배송이 오거나 취소가 되거나..하는 게 일반적이라 기억에서 지우고 살아가고 있었는데, 얼마 전 갑자기 일부 금액 환불 메일이 왔다. 
그 메일 뭐가 잘 안되어서 펀딩이 취소되었겠거니 하고 가볍게 넘겼는데 갑자기 국내 택배로 레벨기가 도착했다??
알고 보니 내가 펀딩한 제품이 국내 회사인 ‘맥파이 테크(Magpie Tech)’ 에서 제작한 제품이고, 국내 펀딩 참여자들에게는 배송비를 일부 환불해 줬던 것.

 

나중에 찾아보니 레이저 측정공구를 중심으로 수공구나 안전 용품 등을 생산하는 국내 브랜드로 이미 자사 쇼핑몰에서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네?
심지어 환율 생각하면 가격도 펀딩한 금액보다 저렴하게…
뭔가 많이 좀 억울하지만 어쩌겠어… 이미 다 지나간 일을.

 

Magpie에서 펀딩을 진행했던 레이저 레벨기 제품은 Vader와 Vader 3D 두 제품.
큰 차이점이라면 일단 Vader는 단방향의 크로스 라인, Vader 3D는 12개의 레이저 라인을 통해 360도 수직/수평 측정을 할 수 있다.
나는 물론 좀 더 좋아 보이는 Vader 3D로 펀딩.
(원래 뭣도 모르는 초짜가 장비는 좋은 걸로 쓰는 법)

 

내용물은
Vader 3D 본체,
리튬 배터리 x1,
L-Shape 브래킷 x1,
폴리카보네이트 하드 케이스 x1,
USB-A to C 케이블 x1,
설명서

일반 Vader 제품은 내장된 2,200mAh 배터리를 USB-C로 충전하는 방식인데 반해, 이 Vader 3D는 탈착식 2,600mAh 배터리를 장착하는 형태.

 

고품질 샤프(Sharp) 사의 다이오드 3개를 사용해 높은 정확도와 안정적인 성능을 자랑하는데,
각 다이오드를 중심으로 네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레이저가 복잡한 공간에서도 필요에 따라 정확한 측정이 가능하도록 도와준다. 

전원 OFF시에는 다이오드의 흔들림을 차단하여 손상을 줄이고 레이저 수명도 연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상단에 위치한 버튼은 총 3개.

H : 수평 레이저 라인 버튼 (1번 누르기) / 밝기 조절 버튼 (2초 동안 누르기)
V : 수직 레이저 라인 버튼

PV : 수동 모드 ON/OFF 버튼 / 펄스 모드 버튼

그리고 버튼들과 함께 가운데에 배터리 LED 표시등이 위치하고 있다.

 

다이오드가 위치한 레이저 윈도우를 보호하기 위해 X자 형태의 쿠션 실리콘 캡, 그리고 그 안쪽으로 금속 브래킷이 단단히 고정되어 있다. 
제조사에 따르면 1.5m 낙하 환경에서 내구성 테스트도 진행했는데 문제가 없었다고..
보통 레이저 레벨기의 다이오드가 수직 수평을 잡아주기 위해 자연스럽게 움직이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충격에 약하다고 하는데..
사실 공구 관련해서는 아는 바가 별로 없어 이 제품이 특별히 내구도가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하단의 삼각대 장착부와 배터리 장착 커버.

사용자 안전을 고려한 Class II 저위험 레이저를 사용했다는 표시도 확인할 수 있다.

 

일단 공사 현장에서 흔히 보던 제품들에 비해서는 블랙+레드 컬러 조합의 외관 덕분에 깔끔해 보인다.
IP54 등급이라고 하니 먼지 많고 습도 높은 현장에서도 문제없이 사용이 가능할 것 같고..

그럼 이제 배터리를 장착하고 동작시켜 보기로.

 

오!! 상당히 밝고 멀리까지 선명하게 수직 수평을 표시해 준다.

최대 50배 밝기로 더 선명한 그린 레이저.
제조사의 설명에 따르면 혁신적인 EEIS(Energy Efficiency Improvement Sensor)를 사용해 한층 더 가늘고 정밀해졌다고.

나중에 사용하게 되면 삼각대에 끼워서 사용하겠지만 워낙 멀리까지 선명하게 보여서 바닥이나 테이블 등에 대충 올려서 사용해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일단 ±4˚정도의 기울기까지는 알아서 수평을 조정해 정확한 측정이 가능하다고 하니..

 

뭔가 펀딩 내용에 없는 제품이 함께 배송이 왔다.
아마 펀딩 기프트 같은 게 아닐까 싶은데..

이게 용도가 뭔가 하고 찾아보니 레이저 반사판이라고 한다.
뒤쪽에 접힌 다리를 펴 세우거나 상단부 자석을 이용해 벽이나 바닥에 부착하여 사용하며,
초록색 판 뒤쪽에 레이저가 통과하지 못하도록 반사판이 달린 미니 타겟보드 되겠다.
뭐 내가 이것까지 사용할 일이 있을까 싶지만.. 일단 같이 잘 둬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