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SCHEN, David Hockney. A Bigger Book (SUMO)


지난달엔가 늦은 오후 시간에 느긋하게 제주 갤러리 소파에 누워 뒹굴거리던 중 우연히 2층 엘리베이터 앞을 보는데 계단실 길쭉한 서쪽 창으로 들어오는 해가 호크니의 비거북을 비추고 있는데 뭔가 굉장히 멋진 분위기!! 

뭔가 눈으로 봤을 때의 그 오묘한 느낌은 잘 살지 않았지만 어쨌든 상당히 멋졌었다. 
내가 책 위치 선정을 기가 막히게 했네.

 


얼른 올라가서도 사진을 몇 장 찍어봤는데..
구입한지 상당히 오래된 아트북이지만 겸사겸사 뒤늦은 구입 및 개봉기를 포스팅으로 작성해 보기로..

 

살까 말까를 상당히 오랜 기간 망설이다 구입한 아트북인 이 책은 사진에서 보다시피 굉장히, 굉장히 큰 책이다.

출판사 TASCHEN(타셴)에서 ‘SUMO’ 라고 명명한 이 사이즈는 크기도 크기지만 그 상징성에서도 상당히 의미가 크다고.

1999년, 독일계 호주의 사진작가 ‘Helmut Newton(헬무트 뉴튼)’의 1만 부 한정판으로 처음 출시된 SUMO 시리즈는 출판계에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일단 책의 사이즈가 50cm x 70cm의 크기인데다가 무게가 30kg이 넘었고, 그 무게와 크기를 지지하기 위해 유명 디자이너 ‘Phillipe Starck(필립 스탁)’이 전용 스탠드를 만들었으니 그럴 만도..
어쨌든 그 책은 20세기에 제작된 가장 비싸고 큰 책으로 기록된다.

 

TASCHEN, David Hockney, A Bigger Book (SUMO)

The artist : David Hockney
The designer of the bookstand : Marc Newson
The editor : Hans Werner Holzwarth

 

내가 구입한 이 책 역시 50cm x 70cm 크기에 엄청난 무게를 자랑하는 SUMO 시리즈로 ‘David Hockney(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을 모아둔 아트북 되겠다. 

‘David Hockney(데이비드 호크니)’는 내가 굳이 여기에 구구절절 설명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의 유명 작가이지만 그래도 간단히 설명을 한다면,
1937년 잉글랜드 태생의 화가이자, 작가이자, 무대 디자이너이자 사진가로 196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해 수영장 그림 시리즈를 그리며 대중에게 크게 알려졌다. 30년대에 태어난 노인임에도 아이패드를 이용한 그림을 그리는 등 당시에 신문물(?)들을 잘 활용하는 작가로도 알려져 있다. 

 

이 책은 9,000부 한정으로 판매되는데 내가 구입한 건 7,469번.

정식 판매 가격이 US$ 5,500.
TASCHEN 사이트에서 국내 배송을 해주기 때문에 지금껏 상당히 많은 아트북들을 TASCHEN 사이트에서 구입해왔지만 이렇게 크고 무거운 책을 주문했다가는 배송비가 엄청날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국내에 정식으로 TASCHEN을 판매하는 어바웃아트에서 750만 원에 구입을 했다. (지금은 아예 타셴 코리아 이름을 달고 판매를 하는 것 같다)

아무리 스탠드가 포함된 한정판이라고는 하지만 책 한 권에 750만 원이라니..
9,000부 한정임에도 아직도 구매할 수 있는 이유를 알법하다.

 

별도의 추가 배송비 없이 제주 갤러리로 배송을 받았는데 안쪽에 단단하게 포장된 카톤박스 패키지가 있음에도 튼튼한 외부 박스로 이중 포장을 해서 보내주셨다. 오!! 이러면 배송기간까지 더해 확실히 국내에서 구입한 의미가 있네.

마치 대형 티비 패키지처럼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하드웨어로 단단히 패키지의 커버가 고정되어 있는 모습.

 

사이즈 비교를 위해 iPhone을 올려둔 모습.
작년 이맘때쯤 사진이니 iPhone 13 Pro Max 겠네..

흰 종이로 덮여있어 흐릿하게 보이지만 아이폰 올려진 부분이 바로 책 자체의 사이즈.

 

이제 스탠드를 조립할 차례.
바로 이 책만을 위해 별도로 제작된 ‘Marc Newson(마크 뉴슨)’의 아트 스탠드.

호주 출신의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인 Marc Newson(마크 뉴슨)은 곡선이 강조된 라운지체어로 유명하지만 애플에서 ‘Jonathan Ive(조너선 아이브)’와 함께 아이폰, 애플워치 등을 디자인하며 제품 디자인의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프론티어 역할을 함과 동시에 루이비통의 러기지 백을 디자인하거나 Flos를 위한 조명을 만드는 등의 생활에 밀접한 디자인에도 큰 영향력을 보여주어 대중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용도를 잘 모르겠는 흰 봉투가 있길래 열어보니 스탠드 조립을 위한 장갑이 들어있네..
봉투 내부는 장갑그림 패턴이 새겨져 있고 장갑에는 TASCHEN이 자수로 박혀 있… 굳이? 이렇게까지?

 

크고 무거운 책을 지속적으로 받치고 있어야 하는 스탠드인만큼 스탠드의 축 부분이 되는 금속 파츠의 자체 무게만 해도 엄청난 무게.

 

책이 놓인 스펀지 부분을 빼고 나면 아래쪽에는 알록달록한  스탠드 다리가 보이는데..
가운데에 다른 책이 한 권 더 포함되어 있다.

680페이지 짜리 연대기 북(chronology book)인 이 책 역시 하드커버로 된 별도의 아트북.

 

다리를 하나씩 끼워 조립하고 상부에 두꺼운 아크릴로 만들어진 판을 설치했다.

각각의 다리는 86cm의 길이.
세 개의 길이는 같았지만 공식적으로 알려진 컬러 배열을 맞추기 위해 다시 한번 사진을 찾아본 후 좌측은 파랑, 우측은 빨강, 뒤쪽은 노랑을 끼웠다.

 

책을 안 들어 봤다면 모를까..  올려 둘 책 자체가 워낙이나 무겁다는 걸 알기 때문에 가운데에 금속 판과 받침만으로 큰 아크릴 판이 고정이 되어 있어 뭔가 불안했지만..
에이.. 뭐 어련히 잘 만들었겠어? 하고 마저 조립을 마쳤다.

아크릴 받침대의 사이즈는 78cm x 62.5cm

 

TASCHEN
Marc Newson

책을 올리면 앞으로 거의 볼일 없을 것 같은 시그니처.

 

그렇게 2층 엘리베이터 앞쪽에 세워두었다.

보통은 책을 펼쳐서 올려두는 게 일반적인데, 이 책을 구입하는 대부분이 그림을 보기 위한 목적보다는 소장의 목적이 크다는 걸 알기 때문인지 구입처에서 아크릴 커버를 함께 제공해 주었다.

실제로 여러 공간에서 이 ‘A Bigger Book’책이 놓여있는 모습을 본 적 있는데 (물론 상업 공간이긴 하지만) 펼쳐진 책이 대부분 망가져있었다.
국내 판매처에서 아크릴 케이스를 함께 제공해 주는 일은 상당히 멋진 센스라고 생각된다.

 

2층에서 3층으로 이어지는 엘리베이터 뒤쪽의 기다란 서쪽 창으로 늦은 오후가 되면 뉘엿뉘엿 지는 햇살이 드리우게 되는데 마침 햇빛을 맞은 모습.

 

구입한지는 오래됐지만 너무너무 멋진 아트북 ‘A Bigger Book – David Hockney’ 되겠다.

브래드퍼드 미술대학 시절부터 비교적 최근의 유명 작품들까지 60여 년간의 작품들을 고스란히 담은 이 아트북은 SUMO 사이즈이기 때문에 보여줄 수 있는 크기와 생생한 컬러로 마치 실제 작품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데이비드 호크니 작가 자신도 이 책을 준비하면서 본인의 일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제대로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고 하니, 호크니의 팬들은 비싼 돈을 지불하고 구입해 볼 만하겠다. 실제 작품을 사는 것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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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1. 책도 참 좋아보이는데
    책 보다도 아크릴 북 케이스가 더 탐나네요 ㅋㅋ

    나중에 개인 작품을 책으로 만들어서 소장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꼭 아크릴 케이스 안에 넣어 둬야겠어요

    • vana

      vana

      저도 조형작품을 보관하기 위한 목적으로는 아크릴 케이스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책을 덮는 건 생각하지 못했었는데요,
      아크릴 북 케이스가 소장/전시 목적으로는 꽤나 훌륭한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나중에 꼭 멋진 작품집 만드시길 기원합니다!

  2. 바나님! 예전부터 블로그에 올리시는 취향과 라이프스타일 흠모하며 몰래 보고 있는 숨은 독자입니다. 혹시 갤러리는 private 인가요? public open 계획은 없으신지 궁금하네요!

    • vana

      vana

      아유,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갤러리는 프라이빗 갤러리이고, 현재까지는 일반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전시는 진행한적이 없습니다.
      앞으로 좋은 기회가 생긴다면 일반 관람을 위한 전시도 열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현재까지 계획에는 없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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