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이걸 이제야 샀을까. 

Yoshitomo Nara(奈良 美智)를 좋아하기 시작한 건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대략 99년 – 00년 정도였을까 당시만 해도 필름 카메라를 항상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고 코엑스에 있는 링코(Linko) 구석에 위치한 현상소에 필름을 맡기고는 서점 반디앤루니스(Bandi & Luni’s)에 가서 책을 보거나 코즈니(Kosney)에 가서 잡다한 소품들을 구경하는 일이 굉장히 잦았다. 
서점에 가면 만화책이나 잡지, 소설 코너에 주로 머무르는 편이었지만 가끔은 유명 포토그래퍼나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이 담긴 하드커버의 책들을 구경하며 한 두 권씩 사 모으는 일도 즐겼는데 작품 보는 눈이 전혀 없던 당시의 내 눈에 항상 먼저 들어온 두 작가가 있었는데 ‘Keith Haring(키스 해링)’과 바로 ‘Yoshitomo Nara(요시토모 나라)’ 였다.

키스 해링의 굵직굵직 간결한 선과 임팩트 있는 원색의 조합은 당시 나에게 미술작품이라기보다는 각각의 그림들이 무언인가를 상징하는 아이콘(?) 처럼 느껴졌는데, 나중에 작품들 하나하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읽은 후에는 정말 그것들이 사회를 향해 외치는 강렬한 메시지였음을 알게 되었고 낙서 같은 단순한 그림이 가지는 그 안에 위대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아티스트 ‘요시토모 나라’ 작품 속의 무뚝뚝한 캐릭터들은 그동안 보아왔던 팬시 캐릭터도, 재패니메이션의 과장된 이목구비와도 사뭇 다른 독창적이고 신비로운 느낌을 주었는데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모든 그림들이 자기만의 색을 가지고 있어 몇 번 관심을 가지고 보는 순간 완전히 매료되어버렸다.

당시 반디앤루니스나 교보문고, 영풍문고 등의 큰 서점들에서는 몇몇 작가들의 작품을 정식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큰 프린트로 팔기도 했는데, 요시토모 나라의 작품은 당시에는 프린트로도 구할 수 없어 키스 해링의 작품들만 액자에 넣어 집에 걸어두었던 기억이다.

그 후로 미국이나 일본에 출장을 가게 되면 서점에 들러 항상 나라의 아트북을 하나씩 사 오곤 했었는데,
2002년에 미국에 갔을 때는 Borders에서 중간 사이즈 여행용 트렁크에 한가득 책만 사기도 했었다.
그것들이 지금 다 어디 있는지 모르겠지만..

 

 

(2004. San Jose, United States)

그러다 2004년 미국에 출장을 갔다가 San Jose Museum of Art에서 하는 요시토모 나라의 전시를 처음 가보게 되었는데,
역시나 책에 프린트된 작은 그림이 아니라 큼지막한 실제 작품을 눈으로 감상하게 되니 완전히 푹 빠져버리게 되었다.

(당시 출장 때는 LOMO LC-A로 마구찍은 사진들만 남아있기 때문에 사진 퀄러티는 양해바람)

 

(2004. San Jose, United States)

전시 제목은

Yoshitomo Nara : Nothing Ever Happens
July 25 – Oct 31, 2004

 

(2004. San Jose, United States)

큼지막한 아크릴화 작품이나 조형작품도 물론 멋졌지만,
연습장 종이에 쓱쓱 그려나간 낙서 같은 만화들도 얼마나 멋스럽던지..
아 정말..

지금 생각하면 저 때 그림 작품들을 잔뜩 사 모았어야 했는데..

 

어쨌든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지금은 운 좋게 요시토모 나라의 아크릴 원화 작품도, 오리지널 조형물도, 판화 작품도 갖고 있고 각종 한정판 소품들도 소장하고 있지만,
늘 못 사서 아쉬웠던 것이 바로 이 My Sweet Dog by vliac 이었다.

나도 내가 왜 그랬던 건지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몇 번이나 살 기회가 있었지만 별생각 없이 미뤘던 것 같다.
그러다가 사야겠다! 싶었을 때는 이미 대부분 품절 상태..

 

나라의 작품 중 특히 강아지를 좋아하는데도 불구하고 이제서야 다른 컬렉터에게 웃돈을 주고 구입했다.
그것도 미개봉 신품을.

 

박스조차도 깨끗하게 보관되어 있는 이 제품은 1911년 설립된 프랑스 장난감 회사인 vilac과 Yoshitomo Nara가 콜라보레이션 제작한 장난감이다.
vliac은 Yoshitomo Nara 이외에도 많은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해 장난감들을 만들고 있는데,
위에서 언급했던 Keith Haring(키스 해링) 디자인의 의자나 풀 토이,
너무 예쁜 일러스트로 유명한 스웨덴의 아티스트 Ingela P. Arrhenius(잉엘라 P. 아레니우스) 디자인의 목각 인형들까지
정말 다양한 라인업의 Vilac Artist Toys Series를 고품질로 생산하고 있다.

 

사실 내가 첫 뚜껑을 열었을 때는 이 상태가 아니라 작은 스티로폼 완충재가 가득 담겨 있었다.
어쨌든 고이고이 쌓여있는 My Sweet Dog.

 

31.5 x 18 x 12.5 cm 의 아담한 사이즈.
길쭉한 허리.

2005년에 100개 한정으로만 판매된 이 강아지는
하늘색 바퀴와 빨간 공이 달린 꼬리 덕분에 나라 작품에서의 오리지널 강아지 보다 조금 더 화려하고 이쁘게 탄생되었다.

 

꼼꼼하게 컬러링이 되어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무의 결이 느껴진다.

 

엉덩이에 치켜솟은 꼬리 끝 빨간 구체는 스프링으로 되어있어 마치 오락실의 레버 같기도 하다.

 

세워두면 잘 보이지 않지만 아래쪽에서 보면 살짝 웃고 있는 얼굴이 꽤 귀엽다.

 

아.. 이 태그를 떼어야 해 말아야 해.
원래는 떼어내고 어디엔가 올려둘 생각이었는데,
신품 상태로 보관되어 있던 한정판을 비싸게 웃돈 주고 샀더니 뭔가 망가뜨리기가 아깝네.

 

Doggy Radio와 가족사진.

그래 일단 박스째로 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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