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돌아온 KAWS: HOLIDAY.
2018년 서울 석촌호수에서 시작된 카우스(KAWS)의 대형 조형물 전시 프로젝트 KAWS: HOLIDAY는 벌써 8년째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나 역시 KAWS의 팬이기도 하고, 이 시리즈의 아트토이를 꾸준히 구입하고 있어서 새로운 행사가 발표될 때마다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편.
지난 태국 방콕에서 열린 KAWS: HOLIDAY THAILAND(링크) 이후 이번에는 중국 항저우(Hangzhou)에서 새로운 전시가 열렸다.
사실 매번 KAWS: HOLIDAY 행사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면 새롭게 발표될 컴패니언(Companion)이 이번에는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늘 궁금해지곤 하는데 이번에는 무려 로봇 형태라고 해서 특히 더 기대가 컸다. 아예 못 보던 모습일 테니까.

KAWS: HOLIDAY HANGZHOU
이번 행사는 2026년 9월 24일부터 27일까지 중국 항저우의 서호(西湖/West Lake)에서 진행되었다.
정확한 장소는 서호십경(西湖十景) 중 하나인 유랑문앵(柳浪闻莺/Liulang Wenying).
‘버드나무 사이로 들려오는 꾀꼬리 소리’라는 의미를 가진 곳이라고 하는데,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서호에서도 특히나 아름다운 풍경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중국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예전에 출장으로 다녀본 걸 제외하면 별로 가본 곳이 없는데, 가끔 사진이나 영상으로 접하는 중국의 자연만큼은 정말 끝내주게 멋진 것 같다.

서호에 설치된 조형물은 무려 길이가 30m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의 컴패니언.
기존의 단순하고 유기적인 형태 대신, 마치 오래된 SF 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로봇? 혹은 미래형 수트를 입은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물론 특유의 X자 눈과 컴패니언의 기본적인 실루엣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누가봐도 KAWS의 작품이라는 건 알 수 있겠지만.

자료를 찾아보니 이번 컴패니언의 디자인이 이렇게 미래지향적인 모습을 한 데는 이유가 있다고 한다.
이번 KAWS: HOLIDAY가 열린 항저우는 중국의 대표적인 디지털 기술 및 혁신 산업 도시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러한 도시의 특성을 반영해 미래 기술을 엿볼 수 있는? 새로운 디자인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며, 조형물의 노란색 역시 항저우의 시화인 계화(桂花/Osmanthus)에서 영감을 받은 색상이라고.
공식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중추절을 맞아 서호의 전통적인 달맞이 문화와 현대적인 로봇의 이미지를 연결했다는 설명인데, 항저우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정확히 그 느낌을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어쨌든 꽤나 새롭고 재미있는 조합이긴 하다.
호숫가에 누워 여유롭게 하늘을 바라보는 로봇 컴패니언이라니?

이번에도 전시와 함께 다양한 한정판 상품이 출시되었다.
후드티와 티셔츠, 머그컵은 물론이고 중국의 차 문화를 반영한 다기 세트와 청동으로 제작된 향꽂이까지.
물론 내가 구입한 건 역시나 아트토이.
늘 한 세트로 판매되던 브라운-그레이-블랙의 세 가지 컬러 구성이 아니라 이번에는 글로시 옐로(Glossy Yellow)와, 매트 블랙(Matte Black) 두 가지 컬러로만 출시되었다.

역시나 이번에도 알람을 맞춰놓고 기다리다 주문을 했다.
경기가 안 좋아서 그런가 예전처럼 막 대기가 걸리고 그런 분위기는 아닌 것 같기도?
개당 HK$2,500이니 배송비와 세금을 더하면 만만치 않은 가격이긴 하지만, 한정판 아트토이의 특성상 나중에 구하려고 하면 훨씬 더 번거로워질 수 있으니, 마음에 드는 제품이라면 발매일에 맞춰 구입하는 편이 훨씬 낫다는 결론.

엄청난 두께의 외부 카톤박스 안쪽으로 단단한 스펀지로 꼼꼼히 감싸둔 상자를 각각 꺼냈다.
엇?? 기존처럼 그냥 두꺼운 종이로 만든 상자가 아니네?
단단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그것도 꽤나 디테일이 살아있는 전용 패키지다.

상자의 측면 네 방향 모두에 컴패니언의 특징을 살려 엠보싱으로 제작된 전용 컬렉터 박스!
오, 퀄러티가 상당해서 내용물을 열어보기도 전에 이미 마음에 든다.


패키지 후면에는 정품 인증이 가능한 NFC 스티커가 붙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나 컬러.
지금까지의 KAWS 피규어에서는 상대적으로 보기 어려웠던 선명한 노란색의 컴패니언인데, 이번에는 무광이 아닌 유광 마감까지 적용되어 있다.
실제 항저우에 설치되었던 거대한 조형물의 색상과도 연결되는 컬러이니, 이번 시리즈를 대표하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매트한 블랙 컬러의 컴패니언, 그리고 글로시한 옐로 컬러의 컴패니언.
컬러도 광도도, 밝기도 너무 차이가 커서 실제 아트토이의 노란색을 살리려니 검은색 제품의 디테일이 뭉개지고, 검은색에 맞추자니 노란색이 날아가 버리고, 참으로 사진 찍기가 곤란하다.
하지만 실제 느낌이 딱 이런 느낌.



단순히 기존 컴패니언에 기계적인 무늬를 그려 넣은 정도가 아니라 전체적인 형태를 상당히 적극적으로 바꾸어 제작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실제로 움직이는 부분은 전혀 없지만 팔이나 다리, 허리의 관절 부분에는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은 구조적인 디테일을 전부 표현해 두었다.
머리에는 우주인 헬멧을 쓴 것처럼 눈 부분에 유리처럼 투명 플라스틱으로 처리가 되어 있는데, 매트한 블랙 컴패니언에도 이 부분은 똑같이 광택 나는 투명한 유리 느낌을 내어서 꽤나 완성도가 높게 느껴진다.


생각해 보면 KAWS: HOLIDAY 시리즈의 피규어들은 대부분 실제 장소에 전시되었던 대형 조형물의 모습을 그대로 출소해서 재현하는 방식이었는데, 이번에는 실제 전시된 조형물과 아트토이의 포즈가 다르다.
서호에 설치된 거대한 컴패니언은 잔디밭에 누워 한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하늘을 바라보는 모습이었지만, 아트토이는 구부정하게 서 있는 형태로 제작되었다.
초대형 조형물을 실제로 설치하려면 아무래도 환경적인 영향을 덜 받도록 누워 있는 편이 훨씬 유리하겠지만, 피규어라고 하면 선반에 올려두고 전시하는 입장에서는 서 있는 형태가 공간을 활용하기에도 편하고, 캐릭터의 전체적인 모습을 감상하기에도 좋아서 그렇게 분리해서 디자인된 게 아닐까 싶다.
2024년의 KAWS: HOLIDAY SHANGHAI(링크)에서 이미 누워 있는 컴패니언을 전시하고 아트토이도 판매하기도 했었으니까.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늘 새로운 모습으로 기대를 하게 만드는 KAWS: HOLIDAY의 컴패니언.
팬 입장에서 계속 멋진 전시와 아트토이를 판매해 주는 건 너무 고마운 일이지만 이제 피규어 올려둘 곳이 별로 없는데.


사진에서 보이는 곳의 아래 칸에도 몇 개가 더 있는데.. 어쩌나.
이제 슬슬 그만 내줘도 좋을 것 같다.
만약에 다음번에 누군가 퇴출된다면 우측 상단의 봉제인형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