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재미있는 렌즈를 구입했다.
호기심에 구입은 했지만 사실 잘 사용하게 될지는 모르겠다.
비슷한 느낌으로 2020년에 구입했던 LAOWA의 FF 24mm F14 2X Macro Probe Lens(링크)도 아직 제대로 사용해 보지 않았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구입한 렌즈는 바로 SIRUI, 40mm T1.8 1.33x AF Anamorphic Lens.
SIRUI 제품은 한 번도 구입이나 사용을 해본 적이 없지만 삼각대 회사 정도로 이름은 많이 들어봤었고, 최근 Insta360 X4의 액션 인비져블 셀피스틱도 Insta360 x SIRUI 합작의 탄소섬유 셀피스틱이었기 때문에 대충 알고는 있는 정도?
셀피스틱을 구입해서 그런 건지 어쩐 건지..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인디고고(Indiegogo)’ 에서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고 인스타그램이며 페이스북 등에 엄청나게 광고가 뜨길래 한 번 구경이나 해보자.. 하고 봤다가 훅 땡겨서 구입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짚고 넘어갈 포인트가 여러 개이지만,
일단 이 제품은 ‘아나모픽(Anamorphic)‘ 렌즈이다.
사진이나 영상 촬영에 취미가 있는 사람들은 이미 많이 들어본 용어이지만 굳이 설명을 달아보자면,
아나모픽은 주로 영상 제작에서 화면 비율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사용하는 렌즈 기술이나 포맷을 의미한다.
영화 촬영이나 광고 등의 상업적인 영상작업에 주로 사용되며 가로방향으로 압축되어 촬영이 되다 보니 결과적으로 2.35:1 이상의 와이드한 결과물을 보여준다.


source : sirui.com
위 사진에서 보면 알 수 있듯
시네마틱한 느낌을 주는 와이드한 화면비 이외에도 몇 가지 아나모픽 촬영만의 특징이 있는데,
대비가 강한 환경에서 밝은 빛을 만나면 푸른색의 수평 라인 형태의 플레어가 나타나며,
아웃 포커스 영역의 보케가 타원형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그 특징.
(뒤에서 이야기하겠지만 나는 푸른색 라인 플레어를 원하지는 않아서 옵션을 변경했다)

그다음 짚고 넘어갈 포인트는 Auto Focus.
SIRUI 공식 사이트에 가봤더니 기존에도 이미 꽤 많은 종류의 아나모픽 렌즈들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전부 MF(Manual Focus) 제품이다?
추측해 보건데 아나모픽 렌즈라는 것이 일반적으로는 영상 촬영에 특화되어 있기 때문에 MF가 더 일반적이었을 테고 최근 들어 유튜브 등의 영향으로 영상 촬영이 대중화되면서 AF의 니즈가 커져 차츰 AF도 지원을 하게 된 건 아닐까 싶다.
모르긴 몰라도 가로방향으로 압축되는 아나모픽 렌즈의 특성상 초점을 맞추는 메커니즘이 조금 더 복잡할 수도 있을 것 같고.

그리고 영상용 렌즈를 처음 사봐서 그런지 조리개 값의 표현도 F값이 아니라 T값으로 표시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검색해보니,
F값(F-Stop)은 렌즈의 초점거리(f)와 조리개 개구의 직경(D)의 비율이며(이론적인 계산값),
T값(T-Stop)은 렌즈를 통과한 실제 빛의 양을 측정하여 나타낸 값(실제 빛의 전달량)이라고.
영상에서는 여러 렌즈들을 교환하면서 촬영하는 경우가 많아 교체하더라도 노출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 T값을 표시한다고 한다.

내용물은,
렌즈 본체,
렌즈 케이스와 스트랩,
워런티 카드와 서비스 카드,
블랙 & 화이트 스티커.

제품 패키지 외부로 카톤 박스 포장이 되어있기는 했지만 별도의 완충재는 없어서 조금 걱정했는데, 패키지 상태로 보았을 때 다행히 큰 충격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렌즈 진공포장할 정신 있었으면 외부 완충재좀 잘 해서 보내지..

길이는 128.2mm, 무게는 633g으로 평소 내가 주로 사용하는 Sony FE 24-70mm F2.8 GM II 렌즈(119.9mm/695g)에 비해 조금 길고 가볍다.
만듦새는 생각보다 괜찮은 편.
40mm T1.8의 40이 파란색으로 크게 음각으로 쓰여있어, 여러 렌즈를 교체해가며 촬영할 때 알아보기는 쉽겠다.
AF/MF 스위치와 AFL(Auto Focus Lock)버튼도 확인할 수 있다.
조리개 링 지름은 ∅80mm, 초점 링 지름은 ∅86.4mm.
영상쪽 문외한이라 잘은 모르지만 보통 플로우 포커스 장치 등을 추가로 연결해 사용하는 영상작업의 특성상 이런 수치를 통일하는 것 같다.

1.25x, 1.6x, 1.8x 등 여러 배율의 아나모픽 렌즈가 있는 것 같은데, 이 제품은 1.33x Anamorphic.
내가 평소 촬영하는 16:9비율로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할 경우 2.35:1의 비율로 결과물을 생성할 수 있게 된다.

푸른색 로고의 렌즈라면 역시 Carl Zeiss(칼 짜이스)가 먼저 생각나지만 사각의 SIRUI 로고도 나름 매력이 있네.

어드밴스드 STM 모터를 통해 빠르고 정확한 AF를 구현하는 Prime Cine 라인의 렌즈라는데,
공식 사이트에 가보니 렌즈군의 정리가 제대로 안되어 한눈에 구분은 어려웠다.
그냥 좋은 말은 렌즈 옆에 다 새겨둔 느낌.


필터 구경은 ∅77mm.
어차피 UV필터로 가리게 될 거라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지만 렌즈 전면에 글씨가 너무 커서 그런지 뭔가 좀 촌스러운 느낌.
아나모픽 렌즈들이 최소 초점거리가 길어 촬영에 적응이 좀 필요하다고 하던데, 이 렌즈는 그래도 0.6m로 좀 가까운 편.


렌즈는 각각 E(Sony), Z(Nikon), X(Fujifilm), MFT(Micro Four Thirds) 마운트 중 선택해서 구입할 수 있는데 내가 구입한 건 당연히 E 마운트.
후면 렌즈캡은 물론 렌즈 뒷면에도 E-Mount 용이라고 새겨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펀딩을 진행할 때 마운트 선택과 함께 플레어 형태를 선택할 수 있는데,
위에서 잠깐 언급한 아나모픽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푸른색의 라인 형태 플레어와 일반적인(neutral) 플레어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나는 블루 플레어에 대한 환상도 없고 영상이 주 목적도 아니라서 그냥 뉴트럴 플레어 제품으로 선택했다.

렌즈를 주문함과 동시에 미리 주문해둔 B+W 007 Clear MRC nano Master 77mm 필터.
그리 비싸지 않은 렌즈에 이 필터를 써야 하나..하고 조금 고민은 했지만 그냥 구입했다.

비싼 필터를 끼워서 그런지 확연히 고급스러워진 느낌이랄까? (자기만족 중)
그런데 과하게 고급의 마스터 클리어 필터를 끼웠더니 필터가 너무 얇아서 렌즈캡이 완전히 닫히지 않는 느낌이 들지만..
렌즈캡이 빠지거나 하는 건 아니니 그냥 쓰기로.
테스트로 방에서 몇 장 찍어 보았는데 상당히 결과가 재밌다.
물론 촬영 후 De-squeeze 과정을 거쳐야 하는 귀찮음이 있긴 하지만, 걱정했던 것보다는 스틸사진 촬영에도 재밌게 사용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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