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마니아들 로망의 끝은 대부분 페라리(Ferrari)로 귀결된다.
아마도 페라리, 그리고 그 레이싱팀인 스쿠데리아 페라리가 가진
고집과 전통, 그리고 훌륭한 성능을 기반으로 한 브랜드의 자존심이
마니아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특별히 자동차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드림카’를 물어봐도
대부분은 ‘페라리’라는 대답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오죽하면 일본에는 전 재산을 올인해 페라리를 구입하고 차에서
먹고사는 ‘페라리 거지’ 가 등장하기도 할 정도이니..

 

이 람보르기니 포스팅에 페라리 이야기를 늘어놓는 건
다들 알고 있는 것처럼 람보르기니와 페라리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자동차 역사상 최고의 라이벌 브랜드이기 때문.

자동차 마니아이자 수집광인 페루치오 람보르기니가 군용 트럭을
모아 트랙터로 개조하는 사업을 통해 큰 돈을 벌다가 자신이 몰던
페라리 250GT의 클러치 결함을 발견하고 페라리를 찾아갔다가
“트랙터나 만들던 게 슈퍼카에 대해 뭘 아느냐”라고 모욕을 당하고
“무조건 페라리보다 빨라야 한다” 라는 목표로 람보르기니를
창업한 사실은 이미 굉장히 유명한 일화.

이미 지금에 와서는 페라리, 람보르기니 모두 엄청난 위치에 있는
대단한 슈퍼카 메이커가 되었지만 일반인인 내 기준에 그중 최고는
여전히 페라리라고 생각한다.

 

난 운전을 굉장히 잘하는 것도 아니고 스피드를 즐기는 것도 아니라
파워트레인 기술이나 0-100km/h, 마력 등 자동차 성능에는 사실
관심이 별로 없다.

오히려 벤틀리처럼 공예품 만들듯 재료 하나하나에 정성을 기울이고
펜스에 긁히지 않게 방목하며 모기에 물리지 않은 추운 북유럽의
소 가죽으로 가죽 장인들이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하는.. 뭐 그런의
히스토리를 더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런 제작과정의 이야기들을 배제하고도 외관 디자인만으로
감동을 받게되는 자동차 회사가 바로 이 ‘람보르기니’이다.

 

내가 람보르기니 디자인에 감동을 받게 된 원인을 계속 따라가다 보면
아마도 이 포스팅에서 소개하는 바로 이 자동차,
미우라를 만나게 된다.

역사상으로도 공도에서 탈 수 있는 최초의 미드십엔진 자동차라
꽤 의미가 있다고 들었고, 람보르기니만 따로 놓고 봐도 1966년 당시
V12 4.0L 엔진으로 최대출력 350마력, 최고시속 295km로 충격적인
성능을 갖고 있음은 물론 디자인적으로도 최고로 인정을 받았던 명차.

 

디자이너는 마르첼로 간디니(Marcello Gandini).
미우라를 비롯해 미우라의 아들 격인 쿤타치(Countach),
디아블로(Diablo) 등의 레전드 오브 레전드 디자인을 남겼고,
마세라티(Maserati)에서도 기블리 2(Ghibli II), 콰트로포르테 2, 4
(Quattroporte II & IV) 등의 수많은 명차들을 디자인했다.

 

1966년부터 72년까지 총 764대가 생산된 미우라는
P400, P400S, P400SV, P400 Jota, P400 SV/J, 로드스터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 판매되었고 그중 P400 SV/J 모델 #4934는
이란의 마지막 샤(Shah)인 모함마드 레자 팔라비가 소유했다가
이란혁명 이후 정부에게 넘어갔다가 두바이로 판매되고
브룩스 옥션을 통해 1997년 니콜라스 케이지에게 49만 달러에 낙찰,
영화 식스티 세컨즈에 등장하게 된다.

 

나는 아주 어렸을 때 빨간색 미우라 프라모델을 만들었던 기억인데
촌스러운 무광택 빨간 플라스틱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엄청 멋지다고
느꼈었다. 그 당시 쿤타치는(Countach)는 ‘카운타크’라고 불렀었는데
미우라는 뭐라고 불렀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앞뒤로 특이하게 열리는 형태 덕분에 보닛 부분에 이음선 없이
매끈한 라인을 가질 수 있었는데, 좌석 바로 뒤쪽에 위치한 엔진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V12의 엔진은 특이하게도 가로로 돌려 배치되어 있다.
디자인이나 성능은 뛰어났지만 전체적으로 내구성은 형편없었다고.

 

‘미우라(Miura)’라는 이름은 다른 람보르기니의 명차들과 마찬가지로
투우와 관련된 이름인데, 이슬레로, 가야르도, 무르시엘라고 등의
걸출한 투우들을 길러낸 ‘돈 안토니오 미우라’ 라는 사육사의 이름을
따서 오너 페루치오 람보르기니가 직접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후면에 새겨진 Miura 로고.
아래쪽 SV는 SuperVeloce(슈퍼 벨로체) 의 줄임말.
(고손자(?)뻘인 아벤타도르(Aventador)도 SV모델이 나오고 있다)

가수 및 영화배우인 프랭크 시나트라(Francis Albert Sinatra)도
P400S 모델 #4407번을 소유하고 있었으나 지금은 행방불명이
되었다고 한다.

 

실내는 뭐.. 옛날 차라서 딱히 멋진지는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나름 굉장히 멋진 인테리어였겠지?

 

2006년에 람보르기니에서 북미 국제 오토쇼를 위해 미우라 컨셉을
제작해서 공개한 적이 있는데 너무 별로였다.
수석 디자이너인 ‘발터 드 실바(Walter de’Silva)’가 디자인했다는데
그거 말고, 위 사진처럼 예전 디자인에서 헤드/테일 램프만 레이저로
변경하고 휠만 조금 키우고.. 재질들만 살짝 변경해서 나와준다면
내가 반드시 사주마!

 

위 사진은 1971년형 P400 Miura SV #4846을 Polostorico에서
2016년에 리스토어한 것인데 아무래도 나와 비슷하게 느낀 사람이
있는가 보다.

아.. 엄청 멋지네.

 

사실 미우라 이야기를 포스팅한 이유는,
엊그제 그란 투리스모 스포츠(Gran Turismo Sport) 베타를 하면서
게임 내 람보르기니 뮤지엄 사진을 올리며 미우라 태그를 달았더니
몇몇 지인이 그거 살 거냐고 다이렉트 메시지가 오길래..

아.. 내가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하려다 보니
이야기가 굉장히 길어졌음.

하지만!
아벤타도르나 우라칸이 살 수 없는 물건이라고는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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