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레고에 좀 소홀했다.
기본적으로 아뜰리에 때문에 정신이 좀 없기도 했고, 시간이 나면 목공 하랴 3D 프린터 만지랴, 은근 쓸데없이 하는 일이 많아서 마음에도 여유가 부족했다.
아무래도 이렇게 여유시간이 부족해지면 영화나 시리즈물 드라마를 본다든지, 레고를 조립한다든지 하는 취미에는 자연스럽게 조금 소원해지게 된다.
나에게는 이런 취미들이 보통 시간뿐 아니라 마음까지 느긋하고 잉여로워야 온전히 집중해서 즐길 수 있는 것들이라서.
그러던 와중에 엊그제 ‘각잡고 무언가를 시작하기는 애매한’ 그런 시간이 생겼고, 그때 가장 먼저 떠오른 레고가 하나 있었는데,
그게 바로 오늘 기록할 Paris – City of Love 제품이었다.

LEGO, Architecture 21064 Paris – City of Love (파리 – 사랑의 도시)
이 제품은 올해(2026년) 초 출시된 제품인데 공개된 이미지를 보고 마음에 들어 출시하자마자 바로 구입했었다.
나는 레고 구입에 있어서 흔히들 말하는 레테크(레고 재테크) 목적은 아예 없기 때문에, 결국 전부 조립을 위해 구입하는 편이다.
그렇게 창고에 쌓여있는 레고가 가득이라는 게 조금 문제이긴 한데..
어쨌든 그 창고에 가득 쌓여있는 수많은 레고 중에 빨리 조립하고 싶어 자꾸 생각나는 레고가 가끔 있는데 이 제품이 바로 그랬다.

LEGO Architecture 시리즈는 이름 그대로 세계의 유명 건축물이나 도시를 레고로 재현하는 시리즈.
한때 앞으로 레고에서 출시하는 모든 아키텍처 시리즈를 구입하겠다! 라는 포부를 가지고 전투적으로 사 모으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하면 너무 터무니없는 생각이었다. 시리즈 초기에는 이렇게 오랫동안 꾸준히 제품이 출시되는 시리즈가 될 줄은 몰랐던 게지.
이 제품은 958 피스의 비교적 작은 제품인데 부품 봉지 구분은 꽤나 여러 개로 해놨네.
요즘 워낙 어마어마한 크기의 성인용 레고들이 많아서 그런지 1,000피스가 채 되지 않는 구성은 오히려 아담하게 느껴진다.
실제로 이 정도 제품이 조립 과정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고 잠깐 집중해서 만들기 딱 좋은 사이즈..

이번 21064는 파리의 풍경을 하나의 작은 액자 안에 담아놓은 제품이다.
에펠탑(Eiffel Tower)을 중심으로 노트르담 대성당(Notre-Dame de Paris), 개선문(Arc de Triomphe), 루브르 박물관(Louvre Museum)까지 파리를 대표하는 건축물 네 곳을 한 화면 안에 배치했다.

재미있는 건 건축물을 각각 독립된 모형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소형 액자 타입으로 만들어졌다는 것.
뭐 기존에도 엽서 형태의 도시 시리즈가 있긴 했지만, 그것보다는 조금 더 디테일한 형태다.
짙은 밤하늘을 배경으로 파리의 건축물들을 겹겹이 배치하고 그 주변에 흰색 브릭으로 프레임까지 만들어 하나의 액자처럼 완성하게 되어있다.
평면적인 그림과 입체적인 디오라마의 중간쯤 되는 느낌이랄까.
특히 멀리 있는 건물과 가까이 있는 건물의 크기와 깊이를 조금씩 다르게 표현하면서 작은 공간 안에 파리의 풍경을 압축해 놓은 방식이 꽤 멋스럽다.

조립하면서, 그리고 조립 후에 가장 눈에 들어오는 건 역시 에펠탑.
프레임을 벗어서 위로 뻗어있는 형태도 재미있고 에펠탑 다리 앞쪽으로 자잘하게 만들어둔 단순한 브릭들이 꽤 그럴듯한 공간감을 만들어 낸다.
사실 이 제품은 만들어 가는 손맛이 있는 제품은 아니다.
작은 브릭을 반복해서 끼워야 하고 삐뚤어지지 않게 각도 조절을 잘 해가며 프레임을 채워나가는 차분함이 필요하다.
하지만 완성했을 때의 모습은 꽤나 그럴듯해서 어딘가에 툭 올려두기도 굉장히 좋을 법한 아이템이다.

역시나 레고로 만들어도 파리는 파리.
파리라는 도시가 워낙 그림이 되는 곳이기도 하고, 각각의 건물이 특색 있고 멋져서 이런 제품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출시하자마자 사놓고 이제야 만들었지만,
뭐, 레고는 늦게 만든다고 상하는 물건은 아니니까.
몇 달 동안 박스 안에 들어 있던 파리를 이제야 꺼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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