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카 최초의 즉석카메라, SOFORT. 

왜 내가 민트색을 골랐던 걸까?
잘은 모르지만 다른 색은 전부 일찍들 받은 것 같은데
민트색 예약자만 엄청 오래 대기했던 것 같다. 

 

처음 취미로 사진 찍기를 시작한 건
90년대 후반 필름 카메라 로모 LC-A 부터 였지만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2002년엔가 구입한 CONTAX ARIA 였다. 
안 써본 필름 없이 전부 사서 들고 다니며 이곳저곳 출사를 다녔고
무작정 셔터를 눌러댔다.

초점링을 돌려 수동으로 초점을 맞추고
디스플레이 창도 없이 감으로 노출과 셔터스피드를 조절해
결과를 머릿속에 그려가며 필름을 마구 소비했는데,
그러다 가끔은 필름의 ASA(필름감도-ISO같은?) 확인을 안 해서
필름을 통째로 날리기도 했다.

어쨌든 그렇게 사진 찍는 취미를 가지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현상소에 가서 인화된 사진을 꺼내보며
자기가 상상했던 대로 사진에 잘 담겼는지 확인하고 다시 한번
그때 그 장소, 그 사진을 찍던 순간의 마음으로 돌아가 보는 것.

어찌 보면 내가 홈페이지를 오랜 기간 유지하며
내 평범한 일상을 기록해두고, 여행지를 기록하고,
구입한 물건들을 열어볼 때 마음을 기록하고, 신제품 뉴스를 보며
했던 생각들을 주절주절 늘어놓는 이유와도 닮아있다.

 

우리 주위에서 필름과 필름 카메라가 사라지고,
필름 현상소가 사라지고, 
심지어 인화된 사진 자체를 보기가 힘들어진 이 마당에,
라이카에서 즉석카메라를 내놨다.

이걸 산다고 지금 내가 열심히 찍을 것 같지는 않지만,
지금 와서 필름 카메라를,
특히나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즉석카메라를
라이카에서 내주었는데 하나 사줘야지.

 

Made in China.

사실 이게 모든 걸 말해주고 있다.
라이카는 내가 알기로는 전부 독일에서 생산하는 걸로 아는데
이 카메라는 중국에서 생산한다.

이 제품의 목적은 사실 감성팔이.
물론 나 같은 사람에게.

 

Frame the Moment.
순간을 기록하다.

 

즉석카메라는 우리나라에서는 폴라로이드(Polaroid)라고 불린다.
스카치(Scotch)테이프나 초코파이, 지프(JEEP) 처럼
보통명사가 된 고유명사이다.

일본에서는 후지필름의 인스탁스(Instax) 시리즈로 더 알려졌는데,
우리집에도 어딘가 찾아보면 인스탁스 미니가 있을거다.

이 라이카의 SOFORT 가 그럼 뭐가 특별하느냐..

당연히 특별할게 없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그냥 감성, 그리고 라이카인 이유뿐.

 

자동모드 이외에 벌브(Bulb) 셔터, 셀프타이머, 이중 노출 등
여러 가지 기능을 갖추고 있다고는 하지만 카메라가 가진 최소한의
기능일 뿐이고 요즘 카메라들에 비하면 아주 구식이다.

셀피 모드, 파티 모드, 스포츠 모드, 매크로 모드 등의 비교적
다양한 모드가 있지만 이 역시 옛날 카메라 느낌이 물씬 난다.

 

내용물은 카메라 본체,
배터리 (BP-DC17 : 3.7V / 740mAh),
충전기(BC-DC17),
스트랩, 그리고 국가별 플러그 2종.

마감은 나쁘지 않으나 너무 가벼워서 그런지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값어치가 없어 보인다.
플라스틱도 굉장히 고급스러운 느낌은 아니고.

하지만, 이쁘다.

 

정말 다양한 언어로 제공되는 QUICK START GUIDE.
친절하게 한국어 버전도 있었지만, 몇몇 이상한 번역이 거슬린다.

 

컬러는 민트, 화이트, 오렌지 이렇게 세 가지.
오렌지는 제껴두고 화이트와 민트 중에 열심히 고민을 했으나
화이트는 너무 심심할 것 같아 민트(19101)로 결정.

위에서 언급했듯 의외로 민트들을 많이 골랐는지 
민트만 예약 대기기간이 굉장히 길었던 것 같다.

함께 출시한 전용 가방과 전용 스트랩이 있었으나
내 눈에 별로 이쁘지 않은 데다가,
고이고이 가방에 모셔서 사용할 게 아니라 구매하지 않았다.

 

측면은 초콜릿 컬러의 인조가죽으로 덧대어 있고
위 사진에 좌측면에 인화된 사진의 배출구가 달려있다.

필름은 라이카에서 판매하는 SOFORT 전용 필름은 물론
인스탁스 미니 포맷의 필름도 사용이 가능하다.

라이카 필름은 컬러와 모노크롬 두 종류로 10장 묶음.

 

후면은 기본적으로 일반적인 라이카 스타일의 버튼 배치.
위쪽부터 전원 – 모드 – 플래시 – 셀프타이머 – 밝기 보정.

밝기 보정 버튼이 아직 정확히 모르겠지만
매뉴얼 상으로는
밝은 사진용 / 어두운 사진용 을 선택할 수 있다고.
아마도 노출 보정 기능인 것 같다.

 

충전 없이 배터리를 넣고 전원을 켜보니 
‘윙-‘하는 소리와 함께 앞쪽의 렌즈가 튀어나오고
길쭉한 액정화면에 몇몇 정보가 표시되기 시작한다.

셀프타이머는 2초와 10초 두 종류.

DESIGNED BY LEICA CAMERA GERMANY
언젠가 다른 라이카들도 이렇게 쓰여지게 될 날이 올까.
한 구석에는 Made in China 가 새겨지고.

 

AUTOMATIK-HEKTOR 1:12.7/60

렌즈는 60mm f/12.7

초점 거리는 3스텝으로 구분된다.
매크로 0.3 ~ 0.6m,
근거리 0.6 ~ 3m,
원거리 3m ~ ∞ (무한)

셔터 스피드는 1/8 ~ 1/400 sec.

 

샘플 사진을 한 번 찍어보려 했으나,
아.. 필름이 없네.

보통 카메라 사면 필름 하나 정도는 넣어주지 않나?
아; 심하다 라이카.

일단 주문완료.

 

샘플 사진은 다음 기회에.

Photography Unplugged.
아.. 구석구석 감성팔이 엄청나다.

 

즉석카메라 사진이라는 게 한계가 있으니
사실 SOFORT라고 사진이 엄청 잘 나올 일은 없겠지만
오랜만에 사진을 찍고 나서 어떻게 나올지 기다리는 경험을
해보게 되는 것이 왠지 모르게 기대된다.

아마 결과는 그냥 인스탁스 미니 사진과 같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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