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식물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정원 있는 집에 살고 있지만 정원 가꾸는 취미도 전혀 없다.
물론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예전에 비해 나무나 꽃에 관심이 크게 늘기는 했지만 그래봤자 딱 그 정도.
가볍게나마 식물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아마도 제주에 갤러리를 지으면서인 것 같다.
제주 공사 당시에는 수국 보고 깻잎이라고 했었으니까.. 뭐 말 다했지.
어쨌든 그 뒤로 갤러리 앞쪽에 별도로 커다란 정원을 꾸미기도 했고(지금은 방치해 두었지만), 집의 정원을 리뉴얼하기도 했고, 아뜰리에를 지으며 또 정원을 새로 꾸미느라 나름 식물에 대한 애정이 살짝은 생긴 것 같다.
아뜰리에의 정원은 식물을 사랑하는 친한 동생이 꾸며주었는데, 흙을 채워 넣는 과정부터 심고 가꾸는 과정을 매일 지켜보다 보니 작은 풀과 꽃들 하나하나가 자라는 모습에 자연스레 흥미가 생기긴 하더라.
왜들 어르신들이 철만 되면 단풍놀이를 다니나 했는데, 나도 멀지 않았나 보다.
잡설이 길었는데,
이번에 온전히 내 관심에 의해 정원 용품을 구매해봤는데, 그것에 대한 기록을 해보려고 한다.
워낙 아는 게 없어서 그냥 재미로 한 번 구입해 본 거긴 하지만, 이런 정원에 대한 잡답을 기록할 핑계거리로 구입/개봉기를 가볍게 끄적여보겠다.

Jakob Rope Systems, GreenKit 3
슈이가 좋아하는 꽃 중에 클레마티스(Clematis)라는 식물이 있다.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식물이라는데, 크기도 종류도 워낙 다양해서 사실 나는 꽃만 보고 구분도 못한다.
어쨌든 클레마티스 중 상당수는 덩굴성으로 자라면서 주변의 구조물을 타고 올라가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검색해본 이미지상으로는 꽤나 화려하면서도 우아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꽃인데, 슈이는 그중에서도 얼굴이 큰(슈이의 표현에 따르면) 품종이 좋다고 한다.
어쨌든 아뜰리에 한켠에 슈이 좋아하는 클레마티스를 한번 심어보면 어떨까.. 싶었는데 마땅히 태워 올릴 곳이 없다.
그냥 담장을 타고 올라가주면 참 좋았겠지만 클레마티스가 또 담장을 직접 타고 올라가지는 않는단다.
잎자루를 주변의 가느다란 물체에 감아 몸을 지탱하는 방식이라 별도의 지지대가 필요하다고..
눈에 잘 띄는 곳에 심었으면 좋겠지만, 또 눈에 띄는 곳에 보기 싫은 지지대를 세우고 싶지는 않고..


예쁜 지지대를 열심히 찾아봤지만 싸구려 플라스틱 느낌이 난다거나, 금속이더라도 마감이 영 허접해서 잘 보이는 곳에 달고 싶지가 않았다.
그러던 중에 발견한 제품이 바로 이 Jakob Rope Systems의 GreenKit이라는 제품.
스위스의 금속 와이어 및 로프 시스템 전문 기업으로, 단순히 정원용 지지대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건축물에 사용되는 스테인리스 와이어와 메쉬 구조물, 건축용 녹화 시스템 등을 두루두루 다루는 곳이었다.
홈페이지를 둘러보니 건물의 외벽이나 대형 구조물에 적용한 사례들도 상당히 그럴싸하고.

덕지덕지 스티커가 붙은 패키지를 보면 알겠지만, 직구가 되지 않아서 배대지를 통해 오랜 시간 기다려 받은 GreenKit 3.
GreenKit은 스테인리스 스틸 와이어와 벽면 고정용 부품 등을 조합해 식물이 타고 올라갈 수 있는 깔끔한 구조물을 만드는 시스템이다.
일단 디자인이 상당히 정갈하다.
굵직한 철제 격자나 장식적인 형태의 지지대와 달리, 가느다란 와이어와 깔끔한 고정 부품만으로 단단히 고정되어 정리된 느낌을 만들 수 있겠다.

소재 역시 일반적인 철제 정원용품과는 차이가 있다.
와이어와 벽면 간격을 유지하는 부품에 내식성 높은 해양 환경용 스테인리스 스틸을 사용했다고.
실내뿐 아니라 비와 습기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외부 환경까지 고려한 제품이라는 이야기.
정원용품 말고도 보통 북미나 유럽의 야외용품 등을 수입해 사용하면 혹독한 한반도의 날씨에 못 견뎌 망가지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스펙상 조금 과한 기준을 잡아서 나쁠 건 없다는 경험이 꽤나 쌓여 있기 때문에 이 제품의 소재에 대한 설명이 상당히 반갑게 느껴졌다.


콘크리트나 벽돌, 목재 등 다양한 벽면에 설치할 수 있도록 제공되는 것은 물론 나중에 설치 환경에 따라서 여러 구성을 조합하거나 확장할 수도 있다고.
부품만 봐서는 어떻게 설치해야 할지 감도 안 오긴 하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뭐.
아직은 나중에 걸릴 식물보다 이 지지대 자체에 관심이 더 많은 상태이지만, 언젠가 이 와이어를 따라 클레마티스가 멋지게 자라서 벽면에 자리할 모습을 보면 굉장히 뿌듯할 것 같다.

EGO POWER+, LV5000E
이번에는 조금 더 본격적인 정원 관리용 장비, 이고 파워 플러스(EGO POWER+)라는 회사의 LV5000E 라는 제품.
낙엽 송풍기(Leaf Blower)라고 쓰지만 실제로 현장에서는 ‘부로아’라고 부르는 그 제품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정확하게는 56V 배터리를 사용하는 무선 송풍+흡입+분쇄 장비 되겠다.

가을이 되어 아뜰리에 데크 위에 떨어진 수많은 낙엽을 치우긴 해야 하는데, 매번 혼자 쓸어 담자니 그거 하다가 하루 다 갈 것 같고..
조경업체들이 사용하는 블로워를 구입해 불어내면 좀 쉬우려나? 싶어서 찾아보니 뭔가 신제품에 기능도 많다길래 뭣도 모르는 상태에서 한 번 구입해 봤다.

기본적으로는 이런 송풍기.
크기가 좀 크긴 하지만, 손잡이 아래쪽으로 배터리를 끼우고 들고 다니면서 낙엽을 강력한 바람으로 불어내는 도구다.

이 제품의 특장점이 바로 이 모습일 텐데, 단순히 바람을 불어내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부속품을 교체해서 반대로 사용을 하면 낙엽을 빨아들여 주머니에 담아주는 낙엽용 진공 청소기로 바뀐다는 점이다.
재미있는 건 흡입한 낙엽을 그냥 주머니에 담는 게 아니라, 내부에서 잘게 분쇄하면서 모아주기 때문에 모인 낙엽의 부피를 상당히 줄여준다는 점.
어쨌든 제조사에서는 송풍(Blowing), 흡입(Vacuuming), 분쇄(Mulching)의 세 가지 기능을 가진 3-in-1 제품이라고 자신 있게 소개하고 있다.

아뜰리에 주변의 낙엽을 정리한다고 일단 구매를 해보긴 했는데.. 사실 이런 종류의 정원 장비를 직접 사용해 본 경험이 전혀 없어서 성능에 대한 감이 전혀 없다.
그런데 일단 크기가 너무 크다.
커도 너무 크고 무겁다.
제품의 주요 사양을 살펴보면 56V 리튬 이온 배터리를 사용하고, 최대 송풍량은 850m³/h, 최대 풍속은 노즐 구성에 따라 93m/s까지 나온다고 한다.
시속으로 환산하면 약 335km/h 정도.
잘은 모르지만 숫자가 큰 게 꽤나 강해 보이는데?
수거 주머니 용량은 40L.
흡입 모드로 전환하면 낙엽을 최대 16:1의 비율로 분쇄를 해준다고.


제일 작은 배터리를 샀는데도 배터리 무게만 해도 상당하다.
흡입 모드일 때에는 배터리 빼고도 6kg이 넘기 때문에 기운 넘치는 성인이라고 해도 배터리까지 끼우고 좀 들고 다니면 금방 지치겠다.
다행히도(?) 작은 배터리를 샀더니 바람이 센 만큼 배터리 소모 속도가 상당해서 몇 분 사용을 못 한다는 거.


배터리가 큰 만큼 전용 충전기의 크기도 상당하다.
충전하는 동안 팬이 돌아가는데 그 소리도 상당히 시끄럽다.
이건 여러모로 가정용은 확실히 아니네.

충전은 꽤 빨리 되는 편인데도 송풍이나 흡입으로 연속 사용을 하면 배터리 닳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사용 시간보다 충전하는 시간이 훨씬 길다.
무겁더라도 무조건 배터리는 더 큰 걸로 사고, 최소한 두 개는 사서 충전하면서 교체 사용을 해야 그나마 정상적인 사용이 가능하겠다.

하부 흡입구.
송풍 모드일 때는 주변 공기를 빨아들이게 되고, 흡입 모드일 때는 저 곳에 커다란 흡입 노즐을 끼워 빨아들이게 된다.
송풍 모드일 때는 길이가 1010mm, 흡입 모드일 때는 무려 1260mm나 된다;;
구입 후 지금까지 서너 번 정도 들고 나가서 우리 집 정원과 아뜰리에의 낙엽 청소를 시험 삼아 해봤는데.
한두 번 해보는 입장에서는 재밌을 수 있겠으나 장기적인 사용에는 꽤 단점이 많은 제품인 것 같다.
일단 1미터 30 가까이 되는 길이도 길이인데, 낙엽을 갈아내는 부분 때문인지 본체의 크기도 커다랗고 무거워서 양손으로 들어도 뭔가 불편하고, 동봉된 어깨끈으로 어깨에 개틀링건처럼 들고 다니는 것도 뭔가 자세가 안 나온다.
설명이 힘들긴 한데, 구조적으로 점점 처질 수밖에 없는 낙엽 주머니의 걸리는 위치도 좀 애매한 데다가 본체의 모양이 실제로 들고 다니는 걸 고려해서 디자인된 것 같지 않은 모양이라 뭔가 짧은 시간 사용하면서도 그 불편함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기능을 고려해서 가볍게는 못 하더라도 실제 작업하는 사람의 자세를 고민한 인체공학적 구조를 가졌다면 이 제품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었을 텐데.
어쨌든 불어 내는 데에서 끝나지 않고 쉽게 모아 버릴 수 있게 되는 장점은 물론 확실하다.
구석구석 박힌 나뭇잎들도 잘게 쪼개서 담아주니까, 빗자루와 쓰레받이를 가지고 혼자 모으고 담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너무 좋다.
앞으로 몇 번이나 쓸지는 모르겠지만, 1-2세대 지난 후에는 꽤나 그럴듯한 제품으로 발전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