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가족들과 다 함께 제주에 다녀왔다. 

블로그에도 여러 번 이야기했고, 주변 지인들에게도 늘 하는 말이지만, 제주는 여행을 간다는 느낌보다는 잠시라도 그곳에서 살고 온다는 마음으로 머물다 오면 그 매력을 훨씬 깊게 느낄 수 있는 곳인 것 같다. 

비가 오면 비가 와서 좋고, 날이 맑으면 또 그 나름대로 좋다.
늘 지평선과 수평선 위에 걸려 있는 구름만 바라봐도 육지와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져서 또 좋다.
그래서인지 제주 한 달 살기를 다녀온 사람들은 또다시 다음 한 달 살기를 계획하게 된다고 하더라. 

우리 역시 제주에 집이 있다 보니 몇 달씩 내려가 별다른 계획 없이 쉬다가 돌아오기도 했고, 코로나 시기에는 온 가족이 제주에서 자체 격리를 하며 지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판교에서 아뜰리에 공사를 진행하느라 예전만큼 자주 내려가지 못했고, 아이들도 이제 커서 각자의 학사 일정을 조율하다 보니 예전처럼 가족 모두가 함께 두어 달씩 제주로 훌쩍 넘어갔다 오는 일은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것 같다.
그래서인지 그렇게 지냈던 시간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고,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도 든다. 

 

(너무 애정하는 홀츠(Holz) 애월의 빵들)

이번 제주 일정은 일주일이 조금 넘었는데, 비교적 짧은 기간이면서도, 이것저것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 훨씬 더 짧게 느껴졌다. 
그래도 먹을 건 먹어야지. 

홀츠(Holz) 애월
(제주시 애월읍 하소로 681-13)
맛있는 핸드드립 커피와 직접 구운 빵과 그 빵으로 만든 샌드위치가 너무너무 맛있는 카페. 
살짝 숨겨진 공간에 위치하고 있지만 너무너무 아기자기 예쁘다. 

R고기 in Jeju
(제주시 서해안로 153 1층)
공항에서 멀지 않은 돼지고기 맛집. 
고기 맛도 맛이지만 깔끔한 매장 분위기에 숯불에 구워 연탄의 매케함이 없고 쾌적하다. 
파무침과 함께 청어알을 얹어 먹는 돼지고기는 물론 오므라이스나 토마토 스튜도 일품. 

블루사이공
(제주시 애월읍 중산간서로 6333)
쌀국수, 포크 반미, 껌승 뭐하나 빠지지 않는 베트남 음식점. 
너무 인기가 많아서 대기가 많을 수 있다는 게 단점이랄까. 

라스또르따스
(제주시 광양11길 8-1)
우리 가족이 가장 좋아하는 타코집. 돼지고기로 만든 까르니따스 타코도 맛있지만, 최고는 달고기로 만든 생선타코(빼스까도). 
바로 튀겨 나오는 고소한 나초와 매콤한 까마로네스(새우요리), 부리또까지.. 와 미쳤다 미쳤어. 

팔도수산
(제주시 임항로 27 1층)
도다리 물회 하나 먹으러 저 탑동까지 얼마나 자주 다닌 건지.. 
생선회나 다른 요리들도 맛있지만 된장 베이스의 도다리 물회가 끝내줌. 
기본 찬으로 나오는 비리지 않은 간장게장을 한 번 맛보면 다들 택배로 주문을 넣게 되는 마법. 

패티스터(Pattyster)
(제주시 우령8길 8 1층)
외도일동에 있는 동네 버거집인데.. 완전 내 취향. 
일단 직접 굽는 브리오슈 번이 너무 폭신하고 맛있어서, 다른 건 다 필요 없음. 
볼로네제 소스가 들어간 토핑 감자튀김도 같이 먹어야 됨.

 

제주에 맛집이 얼마나 많겠냐마는.. 위에 나열한 집들이 최고라는 게 절대 아니고 그냥 완전히 우리 가족들이 좋아해서 내려가면 늘 방문하는 곳. 
이번에 정호영 셰프의 우동 카덴도 또 갔었고, 유명하다는 라멘집도 갔었지만 뭐 그냥 그럭저럭. 

리스트에는 없지만 추천을 한다면 JW 메리어트 제주의 브런치 정도려나. 

 

제주 음파에 가서 점심을 먹고 클래식 문구사에 들렀던 날. 
날이 너무너무 좋아서 어딜 봐도 기분 좋은 구름이었다. 물론 날은 더웠지만. 
이번 일주일 넘는 여행 기간 동안에 제주에서 비 한 방울을 맞아본 적이 없다. 
막상 제주분들은 비가 너무 안 와서 걱정을 하시던데.. 난 예쁜 하늘을 매일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날씨가 너무너무 좋아서 그래도 바다에 한 번은 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아침 일찍 움직여 금능 해수욕장에 놀러 갔던 날. 
사람은 너무 많은데, 비양도가 보이는 금능 바다의 색이 너무너무 예쁘다. 
아이폰에서 HDR로 보면 그 느낌이 너무 잘 사는데, 블로그에 올리려고 SDR로 내보냈더니, 영 그 느낌이 아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