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수집에 대한 단상

수집이라는 취미가 모두 그렇겠지만 
영화 DVD나 블루레이를 수집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 같다. 
어쩌면 수집이라는 취미에서 가장 큰 난관이기도 한
‘돈’ 이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도 
그 과정에서 참 여러 가지 벽에 부딪히게 되는데, 
굵직하게 몇 가지 생각나는 걸 적어보자면. 

 – 국내 영화 미디어 시장의 한계
 – 언어의 장벽
 – 특별판/한정판의 늪
 – 끝이 보이지 않는 길

이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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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로 국내 시장의 한계점.

일단 이 덕질도 함께하는 사람이 많아야 할만해지는 건데,
내 주변만 해도 나처럼 영화나 만화를 블루레이로 전부 사서
보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IPTV 등에서 VOD로 감상을 하거나 온라인에서 결제 후
다운로드해서 보는 사람이면 양반이고
주로 토렌트를 이용해서 불법으로 다운로드 받아서 감상하는
경우가 대부분.

VOD 등을 통해 감상하는 사람들은 어차피 화질/음질보다는
영화 내용 자체를 즐기는 사람일 테지만,
막상 토렌트를 통해서 받는 사람들은 화질을 또 은근 따진다.
그 사람들이 블루레이라도 구입해주면 참 좋으련만..
업체에서 한국에 열심히 준비해 출시해도 장사가 안되니
흥행작이 아니면 출시 자체를 안 하는 경우가 많고
출시하더라도 부가 영상이 부족하다든지 해외 출시판에 비해
내용이 부실한 반쪽짜리 형태로 출시되기도 한다.

물론 재고처리 때문인지 출시 수량 자체도 많지 않아서
그나마 이쪽 취미를 가진 사람들끼리 박 터지게 싸우게 되는데
대중적으로 흥행한 영화의 경우는 수집 취미가 없는
일반 구매자까지 대거 몰려서, 막상 꾸준히 수집을 해오던 사람이
구입을 못하는 경우도 많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국내 영화/드라마 블루레이가
일본이나 미국에는 출시되고 국내에는 출시가 안되어서 역으로
해외 사이트를 통해 구매해야 하는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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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로 언어의 장벽 역시 수집에 큰 장애가 되는데,

앞서 언급한 국내 실정 때문에 국내 출시가 안되는 영화 라든지,
혹은 패키지 디자인이나 풍성한 스페셜 피쳐들 때문에 
해외에서 블루레이를 구입하게 되면
거의 대부분 한글자막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해당 지역의 언어를
완벽히 하지 못한다면 사실상 감상이 불가능하다.
장난감이나 피규어 수집이라면 없을 문제겠지만
아무래도 영화나 드라마는 매우 민감한 문제겠지?

하긴 국내 출시되는 영화에도 스페셜피쳐에는
자막을 안 넣어주는 일이 빈번한 마당에 해외 출시작에
한글자막은 언감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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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위에서 세 번째와 네 번째 문제로 이야기 한

 – 특별판/한정판의 늪
 – 끝이 보이지 않는 길

이라는 건 지극히 개인적인 욕심에서 나오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많은 블루레이 수집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겪는 갈등일 것 같다.

피규어가 포함되어 있다든지 하는
엄청난 패키지의 한정판은 제쳐두고라도
참 모으고 싶도록 만드는 것이 이 스틸북(Steelbook)의 늪인데,
말 그대로 금속으로 만든 블루레이 패키지 버전이 되겠다.

지금까지 내가 모은 블루레이가 900~1000장 사이 정도인데,
나도 구입이 가능하다면 무조건 스틸북으로 구입을 해오고 있고,
구하지 못했다고 하면 웃돈을 주고서라도
스틸북으로 사 모으고 있는 중이다.

이 스틸북이라는데에 심취하다 보니 사실 요즘 하는 일은
디자인이 훌륭한 해외 발매 스틸북을 구입해서
국내판 블루레이 미디어와 케이스를 바꾸는 일명 ‘판갈이’ 작업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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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위의 토이스토리(Toy Story) 1, 2, 3편 스틸북은
독일판 스틸북인데 대표 캐릭터의 얼굴을 스틸북 전면에 크고
심플하게 배치해서 전시효과가 아주 좋은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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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E(Wall-E)’, ‘라따뚜이(Ratatouille)’, ‘카(Cars)’ 역시
독일로부터 공수한 제품으로
위의 토이스토리와 디자인 통일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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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PIXAR 애니메이션 중 가장 좋아하는 ‘업(UP)’은
이 표지가 가장 마음에 들어서 힘들게 구했는데,
중국의 블루팬(Blufans) 이라는 곳에서 출시한 스틸북이다.

그 옆의 니모를 찾아서(Finding Nemo) 는 북미 버전으로,
독일에 주문을 했다가 타이틀이 Findet Nemo 라고 독일어로
인쇄되어 있어서 급히 취소하고 북미 버전을 구입하게 되었다.
사실 ‘인크레더블(The Incredibles)’과
‘벅스 라이프(A Bug’s Life)’도 위쪽 다른 독일 버전 스틸북처럼
디자인 통일성이 있고 예뻐서 구입하고 싶었지만
제목이 독일어로 인쇄되어 있어서 구입하지 않았다.

이쯤 되면 위에서 이야기한 컬렉션의 어려움이 어떤 부분인지
조금은 이해가 가려나..
마음에 드는 제품이 국내에서 다 구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참 마음처럼 쉽게 구해지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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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두면 참 예쁘고 뿌듯하지만
저것들을 모으기까지 꽤나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는 점에서
참으로 북미나 일본, 유럽 시장이 부러울 뿐이다.

그나마 나는 피규어 포함된 한정판이라든지,
목재 케이스 버전 등의 정말 구하기 어려운 한정판 들에는
거의 손을 대고 있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이 정도 인데,
그런 한정판까지 열심히 모으는 동호회의 몇몇 회원분들을 보면
존경심이 절로 우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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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내가 블루레이 옆에 올려둔 피규어인데,
내가 생각하기에 영화 속 엘사와 가장 흡사한 느낌의 피규어를
구한 김에 한 번 ‘겨울왕국(Frozen)’ 스틸북 옆에 올려두어 보았다.

 

이렇게 해외 스틸북까지 모으다 보니
중복해서 가지고 있는 영화들도 꽤 되는데,
2세트를 모은 건 엄청 많고,
‘백 투더 퓨쳐(Back to the Future)’와 ‘스타워즈(Star Wars)’는
어쩌다보니 3세트나 되어버렸다.
나는 주로 주변 사람에게 주고 있지만..
판갈이 버전은 주기도 뭐하고 해서 그냥 보관 중인데..
참 안타깝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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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드라마 셜록(Sherlock) 블루레이 인데 
위의 파란 케이스 3편이 국내 정발 버전.
아래쪽 스틸북이 영국 HMV 독점 버전.
(이런데 어떻게 판갈이를 안 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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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쪽 백투더퓨쳐가 세 번째 중복 구매한 블루레이.
오리지널 포스터 버전의 케이스가 너무 멋져서
(실물이 훨 멋짐) 또 이렇게 모으게 되었다.

아래 ‘빅(Big)’ 은 어릴 적 인상 깊게 본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로
영국 자비(Zavvi)판 스틸북 케이스, 안쪽 내용물은 북미판 25주년
기념 에디션인데 무려 한글자막이 있어서 판갈이로 구성했다.

‘식스티 세컨즈(Gone in 60 Seconds)’와
‘페이스/오프(Face/Off)’, ‘헬보이(Hellboy)’ 는 모두 영국 자비판
스틸북에 한글자막 포함된 일본판 디스크로 판갈이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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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북을 뛰어넘는 훌륭한 패키지의 제품도 많이 나오고 있지만,
아무래도 단단한 느낌이 주는 통일성 때문에 스틸북 수집을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제발 국내 환경이 지금보다 좋아져서
애정을 가지고 수집하는 사람들에게 좀 더 힘을 실어주면 좋겠다.
(물론 안될 거야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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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변태 같지만
PlayStation4 게임소프트도 스틸북 한정판으로 모으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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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이준우

    와 대박입니다.. 진짜 무슨 세련된 박물관 같아요

    • vana

      vana

      아이구 아닙니다. 박물관은요. ㅎ_ㅎ;;
      뭐, 줄 맞춰 정리하는 걸 좋아하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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