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0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확인될 때까지만 해도 이 상황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다.
설 연휴에는 늘 부모님과 형네 가족까지 모두 함께 국내든 해외든 여행을 가는 편이라 우리 가족은 올 1월 말에도 괌에 머물렀다. 
작금의 상황을 보자면 당분간은 해외여행은 글른 것 같은데, 이럴 줄 알았으면 괌이 아니라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하와이에 갔었어야 했나 보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마침 작년에 갤러리 공사가 끝나가면서 유럽, 싱가폴, 괌 등을 바짝 몰아서 다녀왔다는 점. 

어쨌든 2020년이 절반 가까이 지나는 중인데도 나를 비롯한 우리 가족은 외부 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주로 실내에 머무르고 있다.
나야 원래 히키코모리마냥 집에서 이것저것 쪼물딱거리며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너무나 익숙해 코로나 상황이 일상을 크게 바꾸지는 않았는데
아이들은 자세한 영문도 모르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것이 영 답답한가 보다
원래 슈이와 난 아이들에게 공부를 시키기보다는 수영, 미술, 바이올린, 발레, 수영, 댄스, 요리 등 흥미 있어 하는 것 위주로 시키고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평소 공부를 주로 시키던 집들에 비해 아이들이 느끼는 심심함이 몇 배는 컸을 것 같기도 하다.

아이들도 변화가 크지만 그 모든 활동의 라이딩을 하던 슈이는 갑자기 생긴 여유시간을 그냥 두지 않고 부지런히 활용하고 있다.
평소 해오던 베이킹은 기본으로 깔고 요리, 화초 가꾸기, 집 정리 등, 뭐하나 대충이 없이 본격적으로 뛰어들고있다.
썸머(강아지) 산책, 케어만 해도 할 일이 넘쳐나는데 거의 매 끼니를 분식집부터 고급 레스토랑의 메뉴까지 다양하게 선보이는 중이다.
가족들이야 너무 맛있고 좋지만 잠깐의 쉼도 없이 빵 굽고 요리하고 강아지 산책 갔다가 새벽까지 게임하다 자는 원더우먼 상태를 지속하다가는 코로나가 아니라 뭔가 다른 골병이 들 것 같아 걱정스러울 정도.

본인이 재밌다고 하니 뭐.. 나야 맛있게 먹어주는 수밖에.
어쨌든 코로나로 달라진 일상을 기억하기 위해 최근의 집콕라이프를 기록해본다. 

 

이렇게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한 상황이 되니 단독주택에 사는 것도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볕이 좋은 날 정원 야외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면 교외 레스토랑에 온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아이들이 강아지와 공놀이를 하며 뛰놀 수 있는 것이 그나마 안전하게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되니.

 

몇 년 전에 심은 블루베리 나무에 블루베리가 잔뜩 열리려나 보다.
첫해는 가지가지마다 블루베리가 정말 많이 달려서 축축 처질 정도라 엄청 따다 먹었었는데 작년에는 거의 새들이 다 따먹은 듯.

 

코로난지 뭔지 모르겠고 정원에만 나오면 너무 신나는 썸머.
동글동글 비숑이 정원에서 찍힌 사진은 펄럭펄럭 거리는 귀 때문에 전부 토끼 같다.

 

무슨 꽃인지 모르겠지만, 잎사귀가 깻잎 같은 걸 보니 수국 친구쯤 되려나.

 

동시에 여러 요리도 척척해내는 수준이 되어버린 슈이.
샐러드와 빵, 어른용 매콤한 파스타, 아이들용으론 오븐 치즈 스파게티!
아이들도 엄마 레스토랑 오픈했다면서 너무 좋아한다.

 

모든 음식을 찍어두는 건 아니다 보니 카메라가 1층 어딘가에 있을 때 먹었던 음식들만 있는데,
이 날 돼지고기는 정말 비주얼부터 맛까지 끝내줬다.
오븐에서 요리된 야채들도 일품이었고.

 

슈이가 작년에 프랑스에서 먹었던 게 너무 맛있다고 잠봉 뵈르(Jambon Beurre)를 만들어줬는데,
엄청 맛있다!!

잠봉(Jambon)이 햄이고 뵈르(Beurre)가 버터였구나.
어쨌든 아이들은 치즈가 추가된 버전의 잠봉 뵈르에 피자.
난 그냥 잠봉 뵈르가 더 맛있네.

 

최근에 슈이가 메인으로 밀고 있는 메뉴, 고스솥.
검은색 주물 솥에 나와있긴 하지만 그래서 ‘Goth’솥은 아니고 구마+테이크+밥.

본앤브레드(Born & Bred)의 맛있는 고기 + 고구마 + 솥밥

어쩜 들어가 있는 것들이 하나같이 내가 너무 좋아하는 것들이다.
크.. 아내가 해준 거라서 가 아니라 맛이 정말 끝내준다.

슈이표 요리 중(내 개인 기준)에 지금까지 한 번도 1등을 뺏긴 적 없었던 ‘제육볶음’이 위태위태할 정도.
이야기 나온 김에 재미로 2020년 5월 기준 순위를 매겨봐야지.

 

1. 깻잎가득 제육볶음
  – 깻잎을 실처럼 썰어 잔뜩 넣은 끝내주는 제육볶음, 밥도둑

2. 브리오슈 낭테르(Brioche Nanterre)
  – 프랑스 밀가루를 비롯 이스트, 우유, 계란 등 뭐하나 대충 고른 재료가 없어서 그런지 구우면 온 집안에 고소한 냄새, 빵 중의 빵

3. 고스솥 (고구마 스테이크 솥밥)
  – 본앤브레드의 고기, 잘 익은 고구마, 주물 솥으로 잘 지어진 밥, 먹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그 맛

4. 데리야키 닭다리살 버거
  – 직접 만든 데리야키 소스에 마요네즈, 잘 구워진 닭다리 살로 만들어진 끝내주는 버거.

5. 바싹 떡꼬치
  – 기름에 튀겨 겉바속촉(겉은 바삭 속은 촉촉)인 떡에 새콤달콤한 소스를 바른 간식

6. 철판 닭갈비
  – 진짜 네모난 철판을 사서 만들어 볶은 인기 있는 닭갈비집의 그 맛 

7. 전복솥밥
  – 칼집 낸 전복을 가득 얹고 버섯과 야채 솥밥에 특제 간장소스를 더한 비싸고 영양 많은 밥

8. 트러플 업진살 짜파구리 (트러플오일 + 업진살 + 짜파게티 + 너구리)
  – 최근에 야식으로 먹었던 짜파구리, 감동하며 몇 젓가락 먹었는데 그릇이 비어있던

9. 잠봉 뵈르 (Jambon Beurre) / 감바스 (Gambas al Ajillo)
  – 공동 9위, 바게트에 얇게 썬 잠봉햄과 고소한 버터의 조합 잠봉 뵈르와 마늘향 가득 밴 기름에 새우 요리

10. 팟카파오무쌉 (ผัดกะเพราหมูสับ)
  – 피쉬소스로 태국의 맛을 그대로, 잘게 다진 고기에 매콤한 소스를 얹어 먹으면 없던 입맛이 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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