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그림 책상 (Drawing table for Kids)

우리 애들은 그림 그리기나 만들기에 꽤 시간을 쏟는 편이다. 

책상 앞에 앉아 ‘공부’라는 걸 하기에 아직 어리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부모의 성향이 뭐든 그냥 재밌게 했으면.. 하는 스타일이라 그런지 
공부로 분류되는 행동보다는 놀이로 분류되는 행동에 집중한다. 

나보다 애들하고 시간을 많이 보내는 슈이도
항상 아이들이 스케치북, 종이컵, 색연필, 가위 등의 도구나 재료를 쉽게 꺼낼 수 있도록 배려해서
집안에 아이들이 노는 장소 근처에는 늘 점토나 레고나 그림도구, 공작 도구들이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위치한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점점 더 익숙해져
시도 때도 없이 종이를 자르고 접는다든지 스케치북을 펴 슥슥 뭔가를 그려댄다. 
여행을 가든 외식을 가도 늘 그림 그리는 도구가 들어있는 가방을 들고 나가
음식을 주문하고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는 그림을 그린다. 

그 그림이 잘 그렸든 못 그렸든 자기 스스로 하고 싶을 때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재미를 느껴서 또다시 자연스레 그 행위를 하는,
이 모습이 난 참 마음에 든다.

 

아이들 침실과 놀이방이 있는 2층 말고도 1층 거실에서도 그림을 그리는 일이 늘면서 
불편한 거실 테이블 말고 아이들이 사용하기 좋은 높이의 테이블을 장만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은,
내가 아끼는 핀 율(Finn Juhl)의 1951년 디자인 Cocktail Table 위에서 
마카와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는 게 신경 쓰여서..

적당한 테이블을 사주는 게 가장 좋겠지만
역시나 입맛에 딱 맞는 애들용 그림 테이블이 있을 리가 없지..

여차저차하다 보니 직접 그려서 주문 제작을 하기로 했다.

 

다리높이를 놀이방에서 사용하던 테이블에 맞추고(결과적으로는 더 낮춰서 다시 제작했다)
상판 안쪽에 작은 스케치북이나 색연필을 넣을 수 있는 서랍을 넣기로 했다.
슈이의 아이디어로 아이들이 앉지 않는 양옆 쪽으로 넓은 서랍을,
앞쪽으로는 두 아이의 가운데에서 작은 서랍이 나오도록 설계했다.

 

검은색과 월넛 조합은 거의 실패하는 법이 없으니 컬러는 월넛+블랙으로. 
전체적인 구조와 다리는 철제로 단단하게 만들고 상판은 월넛 원목으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우리나라에서 가구를 찾으면 애들 가구에는 월넛 원목 등을 사용하는 제품이 별로 없다.
애들이 금방금방 크다 보니 아이들용에는 큰 비용을 쓰지 않아서 그런가? 
여하튼 찾다 보면 대부분 촌스러운 디자인에 좋지 않은 재질, 조악한 마감의 제품들뿐. 

 

그렇게 디자인을 마치고 WOOS Design 사장님께 부탁을 드렸는데 흔쾌히 만들어주신다고!
이런 주문 제작에서 원 디자인에서 어긋나지 않는 칼 같은 디테일을 보여주시는 WOOS Design.
지난번 새집(링크) 작업을 해보고 신뢰도 완전 상승.

 

WOOS Design 사장님이 보내주신 제작과정 사진들. 
코너나 손잡이 등의 디테일한 마감이 기가 막힌다. 

 

 

 

월넛 원목 상판과 측면 부를 접합하는 과정인가 보다.

 

그렇게 완성된 테이블.
바깥에 정원 잔디가 푸릇푸릇했다면 조금 더 이뻐 보였겠지만.
사실 완성된 건 작년 말인데 정신없어서 이제서야 기록용 포스팅을 하는 건데
몇 달 사용해 본 결과는 역시 대만족이다.

 

딱 떨어지는 마감에, 컬러 조합도 마음에 들고. 
뭐니 뭐니 해도 아이들이 너무 편하게 잘 사용해서 만들기 참 잘했다는 생각.

 

내가 가구를 좋아하는 편이라 유명 디자이너의 가구들이 거실에 자리하고 있음에도 
이 테이블이 전혀 꿇리지 않는다! (내가 디자인해서 하는 소리가 아니라, 진짜!)
월넛 원목 상판도 굉장히 고급스러운 무늬에 촉감도 좋아서 은근히 묵직한 느낌으로 한구석에 있는 모습도 보기 좋고. 

 

양쪽 넓은 서랍. 
책상 외부로 서랍 손잡이가 튀어나오지 않으면서 안쪽 내용물이 보이지 않게 두 겹으로 댄 측면에
얕고 넓은 서랍인 만큼 여닫기 편한 레일을 달았다. 

 

앞쪽 작은 서랍. 
사실 Ver.2 에서 추가된 기능인데 주로 색연필은 이쪽에서 꺼내 쓰게 된다. 
신의 한수. 

 

검은색은 거의 몽당연필이 된 녀석들도 있는데 
이제는 자연스럽게 전동 연필깎이에 척척 깎아서 사용한다. 

 

칙칙한 바닥 색과 은근 어울리는 월넛 무늬.

 

아들이 그리던 아이언 맨 수트 모음.
아이언 맨 마크1 이 특히 귀엽 +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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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대형 테블릿을 두고 바로 저장하면 어떨까했는데
    종이에 직접 그리고 문지르고 하는 촉감이
    더 좋은 경험이겠네요.

    • vana

      vana

      응, 난 애들 직접 연필깎아서 스케치북에 그림그리고 그런게 좋더라고.
      애들이야 뭐 그거 아니래도 이미 충분히 디지털시대에 살고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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