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능하면 저녁을 집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편인데, 
술을 좋아하지도 않고 바깥에 돌아다니는 걸 즐기는 편은 아니라
(사실 딱히 별로 하는 일도 없고) 거의 매일 집에서 저녁을 먹는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그렇게 가족이 마주 보고 함께 식사를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다들 잘 안다. 어떤사람은 먹고 사는 게 너무
팍팍해서, 혹은 시간적 금전적 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다들 자기
스마트폰 보느라 바빠서, 아니면 가족끼리지만 서로가 불편해서? 
하지만 그렇게 가족이 함께하는 식사 자리가 나에겐 굉장히 중요하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들이라고 생각해서 그걸 누릴 수
있는 지금의 내 상황에 대해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잡설이 길었지만 그렇게 함께 이야기를 하며 식사를 마치고 나면 
애들은 간식을 먹거나 알아서 놀이방으로 가서 놀고 우리 부부에겐
잠깐 동안의 여유가 생기는데 슈이는 그때 늘 과일 등과 함께 커피나
차를 내준다. 

보통은 진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편이지만,
우유를 따뜻하게 데워 차를 우려낸 딜마(Dilmah) 밀크티, 
1837 TWG Tea 게이샤 블라섬(Geisha Blossom) 혹은 
숙면에 도움을 주는 캐모마일 티 등..
나름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그렇게 차를 마시다 보니 차를 마신다는 일이 새삼 참 좋다. 

물론 차의 맛이나 향도 좋지만, 위 이야기의 연장선에서 보면 
차 마시는 동안 이런저런 잡다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온전히 앉아 휴식에 집중하게 되어 뭔가 제대로 쉬는 기분이 나고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을만한 여유를 만들어줘서 
‘차 마시는 일’ 자체가 의외로 많은 잉여함을 만들어주는 것 같다.

 

아마 차를 많이 마시는 중국의 전통이겠지만
물 온도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차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위 사진과 같은 차판(Tea Tray)위에서 물을 계속 부어가며 
차를 마시는 거라고 하는데 꽤 재미있어 보인다.

예전에 일본 여행에서도 저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는데 엄청 바쁘게 
잔에 물을 부었다 버렸다 하길래 에스프레소처럼 잔을 데우는 목적 
때문이라고만 생각을 했는데 이 세계도 굉장히 심오한가 보다.

 

그렇게 차 도구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차판을 찾던 도중에 
슈이가 알려준 이 Jia(지아) 라는 브랜드의 티박스를 알게 되었다. 

뭔가 깔끔하고 모던한 디자인에 다기셋트를 깔끔하게 수납할 수 있는
이 티박스는 서양식 피크닉 바구니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위 사진처럼 안쪽에 작은 다기셋트가 수납되는 그럴듯한 제품.
구조적으로나 디자인적으로 굉장히 매력이 넘치는 제품이라
구입을 위해 찾아보니.. 가격이 상당하네.

처음인데 그냥 아무거나 사서 일단 써볼까 하다가 
어차피 살 것 같으니 한방에 가는 게 낫겠다 싶어서 덥석 구입했다. 

 

서울번드(Seoul Bund)라는 생소한 사이트에서 구입했는데, 
생각보다 멋진 제품들을 많이 모아놓고 파네. 

‘서울’과 부두(Pier)라는 뜻의 ‘Bund’를 합친 이름이라고 하는데
자신들을 ‘번더’ 라고 칭하며 동아시아 전통 디자인 가치를 찾는다는
나름 멋진 컨셉으로 운영하고 있다.
물론 주로 그릇이나 주방용품을 취급하기 때문에 내 취향과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심 가는 제품이 많이 보일 정도.

 

서울번드의 포장지 밑에 TEA BOX의 오리지널 패키지가 드러난다.

Rice Series의 Tea Box 인데 JIA 라는 회사의 여러 디자이너 중
JIA Design Team의 디자이너 Wuba Yang의 작품이라고 한다.

 

박스를 열어보니 툭 튀어나온 손잡이 형태와 설명서가 보인다.
작고 귀여울 것 같지만 보기보다 사이즈는 큰 편.

길이 32.8cm x  폭 18.4cm x 높이 25.7cm

 

기본 외관은 단풍나무로 만들어진 길쭉한 상자에 금속 손잡이.

2016 IF Home Style Award 에서 수상을 하는데
전통적인 다기셋트를 굉장히 현대적인 디자인적으로 해석했다.

 

상자의 한쪽 구석에는 JIA Inc 의 브랜드 로고 각인.

 

손잡이를 양쪽으로 펼치면 티박스의 가장 아랫면과 딱 맞게
바닥면에 놓여진다.

 

손잡이 아래에는 또 다른 재질의 진한 컬러 나무가 고정되어 있는데
눈에는 잘 띄지 않지만 가운데 부분에 엣지를 날려 그립감을 살렸다. 

 

가운데 홈 부분은 펼치게 되었을 때
다시 접기 위한 손잡이 역할을 하게 되는데
두 가지 나무 종류를 스트라이프 형태로 이어붙였고
손잡이가 반대쪽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손잡이 사이에 길쭉하게
옆면이 손잡이 두께만큼 돌출되어있다.

 

다기를 수납하는 가운데 부분은 원래 비어있는 것이 맞으나 
사진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다기의 보관 모습이 그려진 스펀지가
고정을 위해 끼워져 있다.

 

위쪽에 펼쳐 깔게 될 6피스의 대나무 판.

 

6장 중 각 3장씩이 양쪽에 대칭으로 깔리게 되는데
모든 대나무 판의 윗면은 물이 자연스럽게 아래로 흘러가도록
코너 부분이 깎여있고 끼워지게 될 상자의 힌지 위치나 홈에 맞춰 
매끈하게 마감되어 있다. 

 

끼워 넣었던 대나무판을 다시 빼기 위해 가운데에는 손가락 구멍을.
뭔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이 굉장히 좋다.

 

중간에 한 번 꺾이는 손잡이의 모양에 맞춰 상자의 높이가 맞춰져
손잡이가 뚜껑 부분의 받침대가 되는 구성도 굉장히 센스 넘친다.

 

차(茶)나 다도(茶道)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문외한이지만 
이 제품으로 인해 슈이와 내가 앞으로 조금은 더
차 마시는 일을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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