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는 제공되는 인스(Instruction/설명서)에 맞춰 차례대로
조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밌고 그 값어치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나를 비롯해 많은 레고 마니아들은
레고 최대의 가치는 창작에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창작은 그 창작의 결과물이 대단한 것이든 아니든  
그게 중요하다기보다는 이리 끼워보고 저리 끼워보는 과정에서 오는
창의성의 발현이 바로 레고가 갖는 진정한 의미라는 것. 

나도 한때는(시간 많을 때) 정말 이런저런 창작을 많이 했었는데, 
전에 스타크래프트 창작물을 가지고 우려먹으며 이야기했듯 
애가 생기고 난 후에는 만드는 것들이 본인의 창작 의지라기보다는
필요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창작의 결과 역시 대단한 아이디어를 담는 건 고사하고 심미적인
노력을 기울일 여유도 없다. 
그저 아들이 좋아하는 걸 얼른얼른 만들어 내는 스피드
어린아이가 마구 가지고 놀아도 쉽게 부서지지 않는 내구성,
딱 그 두 가지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과 함께 앉아 몇 시간 레고를 만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하다는 게 위로가 된달까.

어쨌든 이 포스팅에 소개하는 레고는
보통 MOC(My Own Creation) 이라고 말하는 본인 창작품이다.

작년(2015년)에 정식 레고 제품으로 WALL-E가 출시되었지만,
지금 내가 올리는 건 레고가 정식으로 나오기 한참 전인
2014년 중순에 만든 MOC이다.

 

DSC08648

이 녀석은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잘 모르는
‘M-O(모)’라는 청소 로봇이다.

아들 세 살 때쯤부터 내가 좋아하는 픽사(Pixar)의 애니메이션이나
지브리 애니메이션 등을 주로 보여줬는데, 남자라 그런지 그중에
가장 좋아하던 애니메이션은 바로 ‘월-E(WALL-E)’라는 SF 장르였다.

거기 나오는 로봇 중에 지저분한 곳을 따라가며 청소하는 귀여운
로봇이 있는데 그 이름이 바로 M-O.
M-O는 Microbe-Obliterator의 약자라고 하는데 직역하면
‘미생물을 지우는 사람’ 이 되겠다.

 

DSC02706

위에서 이야기했듯,
아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최대한 빠르고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므로 웬만큼 집어던져도 안 부서지게 만드는데 초점을 맞췄다.

영화 속에서 이 M-O가 여기저기 지나다니며
“Foreign Contaminant!”라고 이야기 하는데
(더빙 버전으로는 “오염 물질이다!”),
세 살 아들이 그 대사를 흉내 내며 열심히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면
참 뿌듯하긴 하지만 지금 보면 욕심으로는 여러모로 좀 아쉽다.

조금 더 이쁘게 만들 수 있었는데.

 

DSC08640

이건 2014년에 만든 창작인데 보시다시피 손 부분이 영 부실하다.
최대한 WALL-E의 손 느낌을 잘 살려보고 싶었으나
세 살 아들이 가지고 놀기에는 내구성이 떨어져서 가끔 들여다보면
손가락이 전부 어디 가고 없어져서 몇 번이나 다시 수리를 해야했다.

눈은 적당히 위아래로 움직일 수 있어서 표정연기가 가능했고
등과 배 부분이 개폐되긴 했으나 뭘 넣기에는 좁았다.

2016년 초 트랜스포머(Transformers)의 범블비(Bumblebee)에
빠진 아들을 위한 노란색 커다란 로봇을 만드느라 부품화되었다.

R.I.P.

 

DSC02700

그러고 반년쯤 지나 WALL-E가 정식 제품으로 나온다는 소문이
돌더니 진짜 나왔다. 뭔가 내가 만든 거보다 크기도 크고 좀 더
그럴듯한 것 같아서.. 안 만들고 박스로만 보관하고 있다.
전문가가 만들었으니 더 완성도 높은게 당연하지만,
아들이 내가 만들어준 것보다 더 잘 가지고 놀까봐 그랬을지도?

 

Share this:
You may also like: